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그곳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생활 소식 그리고 한인사회 소식 등을 전하는 캐나다는 지금 토론토에서 남수현 기자가 전합니다.
북미와 아시아, 유럽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전세영 씨는 자유를 찾아 가는 사람들이라면 세계에 어느 누구라도 사진에 담습니다. 특히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행복을 찾고자 떠나 온 탈북자들, 그중에서도 탈북 여성들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고 합니다. 지난 주에 이어 오늘 사진작가 전세영 씨와의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재외교포로 살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된 탈북자들의 이야기에 깊은 감동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가 많은 탈북자들, 특히 탈북 여성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탈북자 정착 보조기관에서 꾸준히 활동하면서 그들만의 아름다움을 담는 전세영 씨는 연작 사진작품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전세영:
These two girls I shot, I met them when they had arrived straight from China and then Hanawon. They had so much to tell me... (한국에 있는 동안, 중국에서 이제 막 건너온 탈북소녀들을 만나게 됐어요. 하나원에서 나온지 얼마 안된 친구들이었는데, 저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은 거예요. 하루는 같이 해변가에 가서 맛있는 회도 먹고 그러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노래를 하기 시작했어요. 북한의 소녀들이랑 어머니들이 노래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언니, 근데 북한에서는 사상적인 노래가 아니면 맘놓고 노래를 할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조용조용히 나지막하게 노래해야 돼요, 숨죽여서. 아니면 감옥에도 갈 수 있고 혼나니까요. 그런 게 참 슬펐어요”.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이 말을 듣고 나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라는 제목이 떠올랐어요. 자유롭게 노래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마음, 그게 담겨 있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라는 제목을 붙인 연작 사진 작품들은, 주제 인물의 모습 중 일부분 이나, 순간적인 움직임들 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알아볼 수 없이 가려진 얼굴이 그 중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전세영:
The reason why I don’t show their faces is first of all to protect their identity; and then also to get people thinking about why they can’t show their faces... that the families back in North Korea will get persecuted. I wanted to show that without saying it too directly. (얼굴을 가리는 이유는, 물론 그분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또 보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해요. 왜 이들의 얼굴은 숨겨진 것일까, 자연스럽게 궁금해지고 생각해 볼 수 있게. 신원이 알려지면 북에 두고 온 가족이 위험해 처하게 되는 그 현실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도 전하고자 하는 거죠.)
전 작가는 이런 사진들을 통해서 직접적인 어떤 의미를 전한다거나, 정치적인 의도를 제시한다기보다는 추상적인 아름다움과 간접적인 언어로, 탈북 여성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고자 한다고 말합니다.
전세영:
I like a poetic approach to things. My work is not really documentary. It’s more subjective and about what I think about them... (저는 좀더 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요. 추상적인 초상화들인데, 저의 작품들은 기록영상이라기 보다는 예술적이고 주관적인 면이 강해요. 기록영상은 있는 사실을 딱딱하게 전하지만 제가 찍는 사진들은 제가 느끼는 것을 전하는 거니까요. 슬프고 고된 모습 보다는, 탈북 여성들의 모습을 추상적이면서 아름답게 담도록 노력해요. 제 눈에 보이는 그분들의 모습이 바로 그러니까요. 우리 모두에게 아름다운 모습이 있기에 제가 찍는 분들 내면의 아름다움을 끌어내려고 해요.)
이처럼, 위험과 고통을 무릅쓰고 지금 정착한 곳까지 온 탈북 여성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에 대해 사진이라는 언어를 통해 정직하고 친밀하게 알리고 싶다고 전 작가는 전합니다.
전세영:
I like to do something with nature. When you photograph people in nature, you see them just as human beings, not just someone who works and belongs to a certain environment. (저는 이분들의 모습을 자연 속에서 담는 좋아해요. 저는 이분들의 모습을 자연 속에서 담는 것을 좋아해요. 자연 속에서 있는 모습을 찍으면 어떤 특정한 환경이나 배경에 한정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거든요..)
I really like it when you narrow it down to a few people and capture them intimately. that’s what I am really interested in. A real human interaction. That’s why I don’t shoot anything until I know the person well enough, and the person is comfortable w me. Pictures don’t lie. When you look at a photograph you can feel what the photographer felt toward the subject. It can’t be faked. So it has to be done when the subject is comfortable with me and there is that connection. (한 개인의 모습을 친밀하게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간적이고 진실된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요. 그래서 사진의 주제가 될 분이 있으면, 정말로 서로 친해질 때까지, 그분이 저에 대해 또 제가 그분에 대해 정말 편안한 마음이 들기 전에는 이런 사진을 찍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거구요.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요. 사진을 바라보면, 사진작가가 사진의 주제가 되는 인물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생각했는지가 바로 느껴져요. 그래서 사진 찍는 사람, 찍히는 사람 사이에 믿음이 있어야 되는 거죠.)
이렇게 해서 모아진 전세영 작가의 작품은 사소한 듯, 추상적인 것 같지만 강렬한 느낌을 남깁니다. 부드럽고 열린 색감의 전 씨의 초상화 속에서, 잔잔히 흩날리는 모습, 고요하고 신비하게 감춰진 얼굴 들은 시각적인 충격으로 보는 이들을 자극하기보다 사진 속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나지막한 질문과 같습니다.
지나온 과거의 아픔과 어려움 보다는 현재 살아있는 탈북자들의 강인함을 사진 속에 담고자 하는 반면, 현재 그들이 겪는 어려움, 특히 이방에서의 외로움에 대해서도 전 작가는 민감합니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 가는 동안 부딪치게 되는 외로움, 낯설음 또한 전 작가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잔잔한 배경 속에 달리는 전차 안에서 창밖으로 비추어 지는 풍경,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걸어가는 주인공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전세영 씨의 영상물은 희망을 갖고자 하면서도 쓸쓸한 이방인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외로움은 탈북자들 뿐만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느낌이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더욱더 많은 이들의 가슴에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전세영 씨는 말입니다.
전세영:
When you are escaping, you are just trying to live. But once you have that, how do you use your freedom? How do you live? How do you adapt to that culture? 탈출하는 동안에는 그냥 살기에 바쁘지만, 그래서 탈출한 다음에 그렇게 해서 얻은 자유를 어떻게 써야 하나요?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새 문화에 적응을 해야 하나요? 새로운 고민이 생기는 거죠. 결국에는 다른 사람들과 가까워지게 되지만, 탈북자 친구들 중 거의 모두가, 특히 처음 두 해 동안 외로움을 견디기 어려워 하는 걸 봤어요.
그는 이어 자유를 찾은 다음, 새 땅에서 친구가 필요하고 또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 사이의 만남에 대해서, 그리고 세계 여러 곳에서 새 땅에 적응해 가는 탈북자들의 모습을 앞으로도 계속 기록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연작 사진전시회, “나지막한 목소리로”가 완성되는 그날을 기다려 봅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RFA 자유 아시아 방송, 남수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