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일고 있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그곳에 정착한 탈북자들 생활소식 그리고 한인사회 소식 등을 전하는 캐나다는 지금 토론토에서 남수현 기자가 전합니다.
중국에서 수개월 동안 숨어 지내다 캐나다 땅에 마침내 도착했던 작년 5월, 가명의 심혜순씨의 마음은 오랜만의 안도와 희망으로 부풀어 있었습니다. 캐나다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통역에서부터 난민신청 서류준비, 정착의 모든 과정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전해듣고 심씨는 서둘러 도움을 청했습니다.
심씨와 만난 자칭 이민 상담자라는 이 사람은 이민국에서 나온 서류들을 보고 어느 날짜까지 무엇을 준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난민자격 신청자로서 캐나다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생활비 보조금 신청과 은행계좌를 열고 전화설치 하는 것까지 도와주는 이 사람이 심씨는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난민 신청하는데 변호사비가 1,500달러가 든다고 했습니다. 캐나다에 50달러를 들고 왔던 심씨는 그만한 돈이 없었지만 살고 있는 집 청소를 대신 해주며 돈을 모았습니다.
Cut: 그 사람을 소개받아 서류를 다 주었고 그 사람이 하라는 대로 했어요. 돈도 자기가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유대인 변호사가 필요해서 그런다, 변호사들은 다 돈을 받는다고 해서 1,500달러를 주었어요. 주인집 할머니가 한 달 밀려 집세를 못 내니까 내 사정을 아는지 세놓은 사람들 나가면 방 청소도 하고 집 청소를 해주면서 그냥 살라고 해서 3개월 동안 그곳에서 살았어요.
생각한 것보다 빠르게 2개월 만에 청문회 날짜가 잡혔습니다. 이민 상담자는 원래 심 씨를 맡기로 했던 변호사가 청문회 날 출장가고 없으니 다른 변호사를 데리고 오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변호사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상태에서 심 씨는 청문회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청문회가 시작되자 더 큰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Cut: 재판소에서, 우리에게 보내는 서류를 안 보냈다는 거에요. 그래서 나는 보냈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두툼한 서류를 주면서 이런 서류 본 기억이 나느냐고 그런데 처음 난민 신청할 때 이민국에서 받은 서류에요. 기억이 난다며 나는 영어가 안되어서 영어 되는 사람을 믿고 맡겼는데 분명히 그 사람이 보냈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민국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변호사는 서류 준비를 제대로 해서 다시 신청하겠다고 했으나 소용없었습니다.
Cut: 그 변호사는 나는 어제 이 여자에 대해 알게되었다며 내가 이 서류를 다시 작성해서 보내주겠으니 한번 기회를 달라고 했어요. 그래 내가 서류를 다시 작성해서 보내겠다, 나로서는 그렇게밖에 할말이 없는 거에요. 그랬더니 거기서 당신은 난민신청에서 기각입니다. 나는 기각이라는 말이 무언지 몰라 '기각이 뭐에요?'라고 물었더니 난민신청을 할 수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 설움이 복받쳐 올랐어요. 나는 오로지 이민상담자라는 사람을 믿고 했는데 그것도 다른 일이 아닌 서류를 보내지 않아 기각당했다니 너무 분한 겁니다. 그래서 내가 거기서 펑펑 울었어요.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책임지라는 말에 이민상담자는 다시 한번 큰소리를 쳤습니다. 인도주의적 예외 심사를 신청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도주의적 예외 심사란 이민이나 난민신청을 했다가 기각당한 경우 인도주의적 상황을 참작해 이민국 장관에게 예외적인 선처를 부탁하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과정에서 인정받지 못한 신청자들의 마지막 수단입니다.
달라는 대로 서류를 또 그에게 맡기고 몇 달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워킹 퍼밋, 즉 취업 허가서와 의료보험을 갱신할 날짜가 또 다가왔습니다. 갱신날짜가 되기 2개월 전인 올해 3월, 심씨는 제출해야 할 서류를 이민 상담자에게 주었습니다. 그다음 달인 4월, 그는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그리고 심씨는 자신의 임신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Cut: 또 사진찍고 서류에 다시 사인해서 보냈어요 그런데 5월, 6월, 8월이 되어도 안 나오는 거예요. 이런 중에 내가 임신된것 알았지 병원에 가면 돈 내야지, 이것저것 다 겹쳤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3월에 신청해 주겠다고 하고 4월에 도망간 것입니다.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지,
이제 출산이 몇 달 남지 않은 심씨는 이번 달 이민국으로부터 심씨의 추방 여부를 심사한다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심씨는 수소문 끝에 토론토에서 이민자의 정착을 돕는 한인여성회를 찾았습니다. 한인여성회의 도움으로 이민국에 연락해 보니, 인도주의적 난민 심사에 관련된 자료도 하나도 들어와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심씨는 처음에 이 이민 상담자가 요구해서 3개월 동안 집세를 아껴 겨우 마련했던 변호사 비용 또한 정부에서 나오는 법률 보조금으로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민 상담자의 도와주겠다는 말만 믿고 모든 것을 맡겼다가 심씨는 어처구니 없이 당하게 된 것입니다. 내주 안으로 모든 서류 준비를 하지 않으면, 바로 추방 여부를 검토하게 됩니다. 캐나다에서 북한으로 심씨를 추방할 수는 없지만, 캐나다에서의 심씨의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다음 주에는 난민 정착을 돕는 지역단체들과 캐나다 난민법 전문 변호사들의 얘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토론토에서 RFA 자유 아시아 방송 남수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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