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의 새해맞이 풍경

새해 토론토 온타리오 호수가에 나와 고향을 그리는 탈북민.
새해 토론토 온타리오 호수가에 나와 고향을 그리는 탈북민. (RFA PHOTO/ 장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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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그 활동소식을 전하는 캐나다는 지금, 캐나다 토론토에서 장소연 기자가 전합니다.

201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또 한해가 가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는 분위기는 세계 어디가나 마찬가지일 듯 싶은데요.

이곳 캐나다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리스마스가 시작되는 12월 25일부터 1월 첫째 주까지 휴가를 보내는 것이 보통입니다.

캐나다의 학생들은 이때 1월 7일까지 짧은 겨울방학 비슷하게 보내고 대신 봄방학을 보냅니다.

그래서 사실 이곳에서 새해는 12월 24일부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모든 상점들은 연말분위기로 한껏 들떠있고 사람들도 카드를 주고 받고 연말파티에 다니느라 분주합니다.

특히 이때 사람들이 이곳의 길고 긴 겨울을 피해 남미의 메히코, 쿠바, 캐리비안 해엽 등으로 휴가를 떠나기도 하는데요. 비행기로 몇시간만 타고 가도 여름철을 즐길수 있어 캐나다사람들이 이 기간에 한번씩 다녀오는 것이 보통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정말 오랜만에 사람들이 고대하던 화이트 크리스마스, 즉 눈이 덮힌 크리스마스여서 사람들은 아이들과 함께 곳곳의 공원에서 썰매를 타고 가까운 스키장에 다녀오는 등 눈덮힌 언덕에서 사람들이 붐비는 모습이 볼만했습니다.

탈북민 이금희씨는 처음에 캐나다에 왔을 때 사람들이 쇼핑, 즉 물건사러 아침에 미국 뉴욕에 갔다가 저녘에 돌아오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는데요. 쇼핑하러 일부러 먼곳까지 가는 것도 그렇지만 미국을 아무렇지 않게 국경을 넘어 다녀오는 것이 일상인 캐나다 사람들이 부럽기만 했습니다.

지난해 영주권을 받은 이금희씨는 마침내 이번 겨울에 그렇게 꿈에 그리던 메히코 칸쿤여행을 다녀왔는데요. 비행기를 타고 3시간만에 따뜻하고 남방 야자수가 하늘거리는 해변에서 수영복을 입고 놀다가 일주일뒤에 다시 토론토에 돌아와 다시 눈이 하얗게 내린 땅을 밟으니 그렇게 신비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올해 캐나다는 50년만에 한파가 들이 닥쳐 무척 추웠는데요. 탈북민 김영희씨는 작년에는 토론토 광장에 가서 카운트 다운, 즉 새해 첫시각을 맞이하는 행사에 참가해서 캐나다사람들과 함께 광장에서 축포와 다채로운 공연도 구경했는데 올해는 너무 추워 광장에는 가지 않고 대신 나이아가라 폭포에 아이들과 해돋이 맞이를 다녀왔습니다. 미국과 국경이 닿아있는 나이아가라 폭포주변은 낮에 그 폭포의 장엄함도 볼만하지만 밤에는 형형색색의 현란한 불빛으로 장식되어 있는 가운데 2018년을 알리는 카운트 다운과 함께 축포가 터져오르는 장관은 이를데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주변의호텔에서 하루밤 자고 새해 떠오르는 해돋이를 맞이하고 주변의 실내물놀이장에서 놀다 돌아온 김영희씨는 이번 새해가 더없이 즐거웠다고 전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설이 그렇게 즐거운 것만은 아닙니다. 특히 탈북민들에게 휴일은 더없이 외로운 기간이기도 한데요. 북미에서는 특히 가족위주의 문화라서 명절 같은 때는 서로 가족끼리 모여서 벽난로에 불을 피워놓고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전통적인 모습니다.

북한에서도 탈북민들은 이런 설이나 명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하는데요. 그나마 설에는 그래도 고기국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집에서 큰 가마에 물을 끊여 목욕을 꼭 하고, 또 두부삶은 촛물로 머리를 감고 새해 0시를 기다려 잠이들곤 하던 그시절이 그립다고 전합니다.

새해가 되면 반드시 시작하는 신년사 암송대회, 거름전투 등 고단한 시절이긴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있는 다는 것은 그 어느것보다도 행복한 것임을 이렇게 이역만리 해외에서 뼈져리게 느낍니다.

또한 북한에 두고온 가족으로 더 마음이 아프고 전화통화라도 할수 없는 현실에 마음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임유진씨는 올해는 연락이 끊긴 아버지의 생사라도 알았으면 하는 것이 소원입니다.

또 아직 난민이나 영주권을 받지 못하고 서류심사를 기다리는 탈북민들은 올해는 캐나다 난민정책이 탈북민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돌아올것을 기대하고 있기도 한데요. 새해를 맞이할때마다 탈북민들이 바라는, 일일천추 바라는 간절한 소원, 새해에는 꼭 그들의 고향에 소식이라도 전했으면 하는 바램도 함께 이방송을 통해 북녘에 보냅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