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북한 농구선수를 못잊는 부부(1)

캐나다 데이를 기념하는 최성연씨와 이옥녕씨.
캐나다 데이를 기념하는 최성연씨와 이옥녕씨. (RFA PHOTO/ 장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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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그 활동소식을 전하는 캐나다는 지금, 토론토에서 장미쉘 기자가 전합니다.

캐나다 의 수도 오타와 근처의 카나타(Kanata)에는 캐나다의 "실리콘 밸리" 라고 부르는 최첨단 정보기술기업단지가 있습니다.

이곳에 근무하는 한인 최성연씨와 그의 부인 이옥녕씨에게는 북한의 유명한 농구선수인 최명훈씨와 나눈 잊지 못할 사연이 있습니다.

(현장음)

나는 혹시 이 사람한테 해가 갈까 봐 사진도 안 찍었어요. 그런데 우리 애들은 기억해요…

북한의 농구선수인 최명훈 선수는 북한의 언론매체에도 자주 등장하며 김정일의 사망 시 그의 영결식에도 참가 했고 미국의 프로농구선수인 로드먼의 평양방문 때에도 김정은과 함께 나와 그를 영접하는 등 미국 프로농구 계에도 잘 알려진 인물인데요.

키가 2미터 35센치에 달하는 이명훈 선수는 1996년 대만에서 열렸던 아세안 농구선수권대회에서부터 그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으며 최 장신 농구선수로 기네스북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명훈 선수는 키가 큰 것 뿐 만 아니라 민첩성을 갖춘 뛰어난 공격수로 일반 최 장신선수들이 갖고 있지 못한 장점을 갖고 있으며 이로서 미국 NBA 프로농구 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결국 외화를 원하는 북한정부와 그의 놀라운 시장가치를 알아본 미국 스포츠 중개업체의 이익이 서로 부합되어 이명훈 선수의 미국 NBA의 진출을 위한 시도가 시작되었습니다.

1997년 5월 이명훈 선수는 NBA 진출을 위한 훈련의 중간 기지를 캐나다로 정하고 이곳 수도 오타와 근처인 카나타로 오게 되었습니다. 캐나다에는 NBA 서부 리그에 소속된 토론토 랩터스 팀도 있어서 그의 훈련상대가 될 수 있는 조건도 마련되었습니다.

이명훈선수가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NBA의 각 스카우트, 즉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려는 담당자들이 몰려들었고 이명훈 선수의 인기와 가치는 더욱 치솟았습니다.

이때 그의 통역과 번역을 도와주려고 나선 사람들이 바로 최성연, 이옥녕 부부였습니다.

최성연: 여기에 잭 도나유라고 있어요. 카나타에 학교도 있어요. 그 사람이 뭘 했느냐하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유망한 농구선수들을 발굴해가지고 NBA에 배출하는 거라, 그 사람이 이명훈을 아시안게임에서 봤어요. 키가 엄청 크잖아요. 키가 크니까 이 사람을 데려와 가지고. NBA에 진출시키자 그러니까, (북한정부에서 )엄청 좋아했나 봐요. 그러니까 총애를 받았는데..근데 훈련을 해야 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명훈이가 문제가 뭐냐면 키는 큰데 여기 농구선수들 보면은 몸싸움을 많이 하잖아요. 그러려면 살을 찌워야 하는데 그러려고 체계적으로 하려고 영양사를 배치하고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해야 하고, 그때 당시 카나타 포드 자동차 딜러에서 이명훈을 위해서 차를 하나 기증했어요. 가는 곳마다 화제가 되었었지요. 가는 곳 마다 인기고 매일 신문에 나고 그랬는데

최성연씨의 아내 이옥녕씨는 이명훈씨가 자신을 "세라 엄마"라고 기억한다며 친 동생같이 지냈던 그때를 기억합니다.

이옥녕: 처음에는 마음을 잘 안 열었어요. 그러고 저는 소개를 하기를 우리 엄마아버지도 북한 황해도에서 왔다 그러니까 좀 마음을 열었어요. 왜냐하면 한국사람들만 있고 그러면 말을 안 하지…이 사람이 방송에도 나가야 하고 그러니까 통역도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상황을 보니까 그래서 돈을 안받고 해주겠다고 그랬어요. 굉장히 많이 사람들을 만났어요. 우리 집에 들어 오다가 받혔지. 그때는 집이 작았으니까요. 지금은 다른 집 인데, 이 집에 이사 들어오면서, 아, 이명훈이가 이 집에 오면 머리가 안 받힐 텐데 하고 그 생각이 나더라구요.

이옥녕씨는 이명훈씨가 오게 되면서 거의 친동생같이 돌봐주고 생활을 함께 했다는데요. 아무리 긴 분단의 세월도, 서로 다른 이념도, 이역만리 서로 떨어진 곳에 살았어도 이들 사이에 한민족의 끈끈한 정과 마음 나누는 데는 그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최성연 부부와 이명훈씨가 맺은 애틋한 정 이야기, 다음시간에 계속해서 전해드립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 방송 장미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