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지금] "사람다운 삶의 자유와 여유를 느낍니다"

캐나다 사람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탈북민 이성호씨.
캐나다 사람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탈북민 이성호씨. (RFA PHOTO/ 장미쉘)

0:00 / 0:00

캐나다 토론토시의 중심에 자리한 한 작은 스케이트장, 한쪽은 빙상호케이(아이스하키)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고 한쪽 공공 스케이트장 에서는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이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습니다.

연인들끼리, 친구들끼리 손을 잡고 얼음 위를 지치는 젊은이들의 낭만에 넘친 모습에 눈길을 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빠의 손에 이끌려 나온 아직 네댓 살이 될까 말까한 어린이가 앙증맞은 스케이트를 신고 받침대에 의지해 얼음 위를 아장아장 걷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겨울의 나라 캐나다는 이름에 걸맞게 여러 가지 다양한 겨울체육 종목들이 많을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대중 체육시설도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특히 빙상호케이는 캐나다의 국가체육으로서 캐나다 사람들은 태어나서 막 걷기 시작하면 얼음판에서 스케이트 타며 호케이 하는 것부터 배웁니다. 캐나다사람들에게 빙상호케이는 그야말로 생활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에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공공 스케이트장이 곳곳에 있어 일반인들도 마음만 먹으면 전문가 못지않게 실력을 연마할 수 있습니다.

이날 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들 속에는 이곳 캐나다에 온지 올해로 3년째 되는 탈북민 이성호씨가 있었습니다. 매주 주말이면 이곳 스케이트장에 와서 스케이트를 탄다는 이성호씨, 그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이렇게 한때의 휴식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작은 취미가 있어 기쁘다고 말합니다.

기자: 스케이트 굉장히 잘 타시던데 어떻게 많이 연습하신 거예요?

이씨: 연습 안 했어요.

기자: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잘 타세요?

이씨: 옛날에 타본 적이 있어요.

기자: 아, 저 북한에서요?

이씨:예~

기자: 북한에서 스케이트 탈 기회가 있었던 거예요?

이씨: 학교에서... 인젠 한 30년 전인데...

기자: 아, 그 기억 좀 얘기해주실래요?

이씨: 뭐 동네 애들끼리, 학교 친구들끼리 그렇게 놀았죠 뭐.... 이씨가 고등중학교를 다니던 80년대에는 그나마 좀 먹을 것이 여유로웠던 때라 겨울철이면 얼음 위에서 즐기는 스케이트, 외나무다리 타기 등과 눈덮인 언덕에서 쏜살같이 내리 달리는 발기타기, 눈싸움 등으로 한때나마 즐겁게 보낸 시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 땅에서는 즐거운 기억보다 힘들고 가슴 아픈 기억들이 더 많았던 이 씨에게 여기 캐나다에 와서 이렇게 스케이트를 타면서 떠올려보는 30년 전의 어린 시절은 새롭기만 합니다.

기자: 캐나다라는 땅에 와서 다시 스케이트를 타는 느낌 어떠세요?

이씨: 느낌이라기 보다는 그냥 일주일 동안 일하다가 쉬는 날 이렇게 일요일 날 얼음판에 나 와서 바람 쏘이는 느낌, 자유로운 느낌, 그런 거예요. 지금 겨울이니까 스케이트 타는 거 하고 좀 더 시간 여유가 있으면 라이브러리, 도서 관에 가서 책 보고...

기자: 처음에 여기 오시기 전에 캐나다를 어떻게 상상하셨어요?

이씨: 상상 한 거 없어요. 브로커를 찾다 나니까..중국에서 유럽 쪽으로 연결되는 브로커도 있었고, 한국 쪽으로 연결되는 브로커도 있고...나는 운이 좋은지 북미에 연결 되는 브로커를 만나서 왔을 뿐이지, 우리가 북한에서 중국에 갈 때 중국가면 어떨 것 이다, 계획 없이 도망친 것이나, 계획 없이 여기 온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기자: 북한하고 대비해보면 어때요?

이씨: 북한에는 휴식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없지요. 일주일에 한 번씩 쉬긴 쉬지만 나무 해야지 탄을 찍어야지 문화생활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하죠...

아직까지는 여기 캐나다사람들처럼 자유롭게 여러 가지 체육활동이나 오락생활을 다양하게 즐기는데 익숙하지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그는 이곳의 여가 문화를 익혀가려고 노력합니다.

이씨: 이게 제가 가본 세상이 북한하고 중국하고 캐나다 세 개 나란데 제일 자유로워 보이고 편해 보여요. 캐나다사람들이..... 쉬는 날 일 끝나고, 퇴근 후에 여가생활을 즐기는 모습이 참 사람들이 여유 있어 보였어요.. 보면 뭐 아침시간에는 여름철에는 롤러스케이트 타는 사람, 길거리를 열심히 뛰는 사람, 이렇게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 많이 보여요.

애들도 호케이 채를 메고 다니는 것을 보면 많이 대중화 되어있어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즐길 수 있는 나라 캐나다에 사는 탈북민 이씨에게 안타까운 것은 세상에 부럼 없는 곳이 북한이 아닌 바로 이곳 캐나다라는 것을 북한에 있는 자신의 형제들에게 마음껏 알려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씨: 해주고 싶은 말이라면 지금 북한에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모르고 이 세상이 모두 북한처럼 움직이는 지 알고 있는데, 저 역시 그렇게 살았고, 그걸 어떻게 빨리 알았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미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