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그 활동소식을 전하는 캐나다는 지금, 토론토에서 장미쉘기자가 전합니다.
북한에서나 남한에서나 사람들이 서로 처음 만났을 때 가장 궁금한 것중의 하나가 무엇일가요? 네, 바로 나이입니다.
우리 문화에서 서로 나이는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한데요. 나이를 우선 알아야 어떻게 부를지 서열이 정해지기때문이고 이것은 서로의 예절을 지키고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 이는 북한 사회에서도 통용되고 있는 우리민족 고유의 예절이기도 한데요, 물론 김정은이나 특별고위층은 빼고 말입니다.
그런데 캐나다와 같은 영어권국가에서는 서로의 관계에서 사실 나이가 거의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놓고 나이를 물어보는 것이 종종 실례가 되기도 하는데요, 언어상 높임이나 낮춤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나이보다 인격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때문에 어른이 어린아이들에게 똑같은 말투로 대하고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친구같이 말을 건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른 것은 물어보지 않더라도 이것만은 꼭 물어봐야 하는 것이 이 캐나다사회에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느 나라에서 왔나요?" 하는 질문인데요.
200여개의 서로다른 국가에서 모여온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이민자들이 살고 있어 일명 "유엔"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토론토의 이민자사회에서 지금 만나는 사람이 어떤 나라, 혹은 어떤 민족의 배경을 가지고 있는 지 궁금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어디에서 왔는 지 알게 되면 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수 있어 서로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도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이 다양한 이민자 가운데 코리아, 즉 우리민족은 좀 특이한데요. 흔히 한국사람들이 "나는 코리아에서 왔다" 그러면 여기 사람들은 꼭 다시 묻습니다. "북쪽 아니면 남쪽?", 물론 남한사람들은 남쪽에서 왔다고 대답은 하지만 외국사람들이 이렇게 남한과 북한을 분명히 구분해서 물어보는 데 조금 놀라기도 합니다.
사실 서구사회에서는 이전 김일성 시대에는 북한이 체제에 자신감을 갖고 주체사상을 각국에 전파하는 일을 위해 많은 돈을 쏟아 부으면서 선전했기에 남한보다 북한이 더 잘 알려져 있던 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남북한의 이름이 서로 경쟁하듯이 언론이나 사람들 속에 오르고 내리고 있는데요, 북한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핵 문제라든가, 특히 세계에 없는 3대세습 독재정권을 이뤄낸것, 또한 세계 최악의 인권문제로 악명을 날리는 반면 남한은 삼성전자라든가 한류로 세계인이 선망하는 나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이라는 나라 이름은 몰라도 "삼성스마트폰"은 알고 있다는 어느 이민자의 말과 같이 삼성스마트폰은 세계 최고의 기술과 대중성을 갖춰 이곳 캐나다 사람들속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요. 중국이민자들에 인기 있는 한류의 대중문화는 이미 중동을 넘어 아프리카 이민사회까지 퍼져 있습니다. 한국역사도 잘 모르는 아프리카의 나이제리아 이민자 자녀들이 경쟁적으로 한국드라마 "대장금"과 "이산"을 삼성스마트폰에 다운받아 보는 것을 보고 저는 정말 많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캐나다에서 "나는 코리아에서 왔고 그곳은 남쪽이다."면서 뿌듯한 자랑스러움까지 느끼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한인이민자들이나 한국유학생들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나는 어디에서 왔다"라고 선뜻 말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민들인데요. 물론 같은 탈북민들끼리나 좀 친해지면 서로 털어놓고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바로 북한에서 왔다고 말하기는 대개 어렵습니다. 북한이라는 나라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자칫 자신도 부정적으로 비춰질까 보아 그렇기도 하고, 북한난민이라면 대개 어려운 과정을 겪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들때문에 그 어렵고 고난에 찬 이야기에 대한 부담스러움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탈북민들은 대부분 모르는 외국사람들에게는 남한에서 왔다고 말하군 하는 데요. 남한이 이곳에서도 잘사는 나라로 비춰지는 것은 탈북민들에게도 자랑스럽고 뿌듯한 일입니다.
또한 전혀 다른 탈북민들도 간혹 있는 데요. 당당하게 북한에서 왔다고는 하지만 "조선사람"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기 원하는 탈북민도 있고 남북한 두 체제를 다 싫어해서 그냥 해외에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기를 원하는 탈북민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가지는 것은 캐나다사회에서 중요한 일이며 어떤 배경을 갖고 있는 가 하는 것은 이곳 이민자들의 생활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들의 배경이 바로 그들의 정신적 자산이 되기때문입니다. 탈북민 들 에게도 예외가 아닌데요. 탈북민들이 원하고 가져야 하는 최고의 정체성은 바로 하나된 대한민국이 아닐가 싶습니다. "어느 나라에서 왔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늘 생각합니다. 언제쯤 남도 북도 아닌 그냥 "코리아"라고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하고 말입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자유아시아방송 장미쉘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