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2세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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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그 활동소식을 전하는 캐나다는 지금, 토론토에서 장소연 기자가 전합니다.

대부분의 가족과 친척들을 북한에 두고 있는 탈북민들에게 있어서 이곳 캐나다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외로움 입니다.

밥과 자유가 보장되고 북한에 비할 바 없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이 지만 인간의 삶은 그것이 전부가 아닌데요. 북한에 두고 온 부모 형제와 전화 통화조차 할 수 없는 탈북민들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은 바로 탈북민 자신들입니다.

최근 캐나다의 탈북민들이 어려운 일, 기쁜 일들을 함께 나누면서 가족과 같이 따뜻한 탈북민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요.

지난 15일, 캐나다탈북인 총연합회 성원들을 비롯한 탈북민들과 탈북민교회인 장대현교회의 교인들이 혈혈 단신으로 이곳 캐나다에 와 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임유정씨의 딸 샤론이의 백일을 차려주어 가족과 같은 따뜻한 마음을 서로 나누어 주변에 훈훈함도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청진에서 태어난 임유정씨는 지난 2007년에 탈 북해 이곳 캐나다에 온지 이제 3년, 아들은 한국에서 낳았고 딸은 이곳 캐나다에서 지난 2월에 태어났습니다.

17살 나이에 탈북 해 한국으로 가 외로움 때문에 일찍 결혼 했지만 가정폭력에 또다시 시달려야 했습니다. 끝내 이곳 캐나다에 와서 혼자서 아이들을 꿋꿋이 키우기로 결심한 유정씨가 둘째 샤론이를 낳을 때에도 곁에 그의 곁을 지켜주는 가족은 없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아기를 낳을 때 남편이 아내와 함께 해산 실에 들어와서 아기를 낳은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데요. 이때 유정씨 곁을 지킨 사람들은 가족이 아니라 이곳에 살고 있는 탈북민 형제자매들이었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의 유정씨이지만 그렇게 낳은 딸을 어떻게든지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은 마음은 다른 엄마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백일이 되어오자 어떻게 할까 혼자 걱정하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유진씨의 걱정을 알고 먼저 나선 사람들은 오랫동안 탈북민들을 위해서 남모르게 헌신하는 장대현교회의 김대겸목사 부부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연을 알게 된 탈북민들이 함께 하면서 더 뜻 깊은 자리가 될 수 있었는데요

(현장 음)

: 음식들은 각자 다 집에서 만들어 오신 거거든요.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고요. 자, 주인공 입장하겠습니다.

태어나서 한번도 한복을 입어본 적이 없는 유정씨는 이날 탈 북 동료들이 구해온 분홍색 한복을 입고 내내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유정: 이제 백일을 맞는 샤론이 엄마예요. 그리고 샤론이한테는 오빠가 있는데 이름이 민준인데요. 이제 3살이예요. 그리고…

유정씨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감추지 못하였는데요.

김유정: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여기 와서 아무도 없는데 진짜 가족처럼 도와주시고 축하해주시고 너무너무 감사해요~~ 몰라요. 자꾸 눈물이 나고.. 내가 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데… 너무너무 감사해요.

(현장 음)

끝내 크게 울음을 터뜨리는 유정씨를 바라보는 탈북민들의 얼굴 에도 이슬이 맺혔습니다. 그들도 모두 유정씨와 다르지 않게 험난한 길을 헤쳐 이곳 캐나다까지 왔고 그렇게 가족의 그리움을 사무치게 느끼고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탈북인 총연합회 의 김록봉 대표는 자리를 빌어 이렇게 샤론이를 축복하기 위해 모인 자그마한 자리이지만 이 자리가 탈북민들의 얼어 붙은 상처를 치유하고 이 땅에서 당당하게 정착하도록 돕는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습니다.

김록봉: 일단은 이곳 캐나다에서 살면서 우리 탈북자들이 마음을 열지 못하는 이런 일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렇게 모이면서 하나씩 마음을 열고 이렇게 너도 나도 보이지 않게 뒤에서, 이건 누가 알아주는 일도 아니고 누가 평가해주는 일도 아니에요. 그리고 앞으로 이런 기회를 통해가지고 작게나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하나하나 즐기고 슬플 때는 함께 나누고 이러면 캐나다에서 뿌리내리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아요.

북한이 아닌 이곳 캐나다에서 태 어 난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이제 먼 훗날 샤론이와 같은 탈북2세들이 자라면서 그들의 부모들이 겪었던 고통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하고 후세에 전해주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 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