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날을 즐기는 탈북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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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탈북자들 그리고 한인사회 소식을 전해드리는 캐나다는 지금, 토론토에서 장미쉘 기잡니다.

(현장음)

지난 20일, 토론토시 온타리오 호수의 애쉬브릿쥐베이공원.

밤 10시 정각에 맞춰 빨간색의 축포가 터져 오르며 밤하늘을 휘황찬란하게 수놓자 사람들이 환성을 올립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이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축포를 바라보며 캐나다의 국가 공휴일인 빅토리아 데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해마다 5월 셋째 주 월요일에 캐나다는 19세기 영국의 부흥을 이끈 빅토리아 여왕을 기념하는 빅토리아 날로 쇠고 있는데요. 형식적으로는 영 연방에 속해있는 캐나다에는 곳곳에 영국에서 온 정치적, 문화의 뿌리가 깊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빅토리아 데이는 또한 캐나다에서 공식적으로 긴 겨울의 끝을, 그리고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날을 시작으로 해서 사람들은 여름휴가 준비를 하기도 하고 본격적으로 꽃을 심고 정원손질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빅토리아 데이를 정해 전국민이 기념하는 것은 단순히 그 전통에 기인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빅토리아 여왕은 빅토리아 시대라는 이름을 이끌어낼 만큼 영국뿐 아니라 전 유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입니다.

빅토리아 여왕은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충실히 지켜 오늘날 영국이 입헌군주국임에도 그의 실질적인 권한은 왕이 아닌 총리가 갖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온갖 권력을 누릴 지위를 가졌지만 그 권력을 나누어 국가를 부흥시키는데 이바지 했으며 국내외 현안들을 잘 해결해 영국을 최 전성시대로 이끌어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에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로 불리웠으며 근대적인 의회제도와 의원내각제를 전세계로 전파시킨 정치선진국이었습니다. 또한 현대경제의 기초가 되는 산업혁명이 일어난 때도 바로 빅토리아 시대였으며 이때 영국은 세계인구와 영토의 4분의 일을 차지한 세계유일의 초 강대국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영국의 영향력은 점차적으로 쇠퇴하고 있지만 영국에서 시작된 정치, 경제, 문화 등 근대화의 뿌리는 여전히 전세계를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날, 애쉬브릿줘베이 공원에는 캐나다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 북 민들도 나와 휴식의 한때를 즐겼는데요.

평양이 고향인 김옥순씨는 김일성이나 김정일 생일 때 북한에서 보던 축포와 여기서 보는 축포는 느낌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김옥순: 그때는 축포를 쏴도 그냥 지치고 힘들고 배고파 죽겠는데 언제 거기에 신경이 안 쓰이고 그냥 강압적으로, 그냥 축포 쏴도 감정이 없었어요. 멋있다. 이런게 없었어요. 여기는 우리가 문화를 배워가면서 이렇게 즐기고. 확실히 북한사람들의 감정하고는 틀린 거죠.

강원도 최전방에서 군사복무를 했다는 탈 북민 김동호씨, 캐나다에 와서 김일성, 김정일만을 위한 축포가 아닌 사람들이 마음껏 즐기게 해주는 이런 축포를 보고 휴일을 보내니 북한의 형제들 생각이 너무 간절하다고 말합니다.

(현장 음)

탈북민들: 이게 얼마나 좋아요. 북한 땅에도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게 하면 얼마나 좋아요. 축포 쏘는 것도 조직적으로 거기에 딱 참가하게 끔하고 일반인들은 그 근처에 가지도 못하게 하잖아요.

아무리 좋은 것을 보고 아무리 좋은 것을 즐겨도 마음은 늘 북한 땅에 가있는 탈 북민들, 그 바라는 것은 북한의 변화와 자유입니다.

국가의 진정한 권력과 그 국가의 번영은 바로 국민의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 빅토리아 여왕, 그 시대에 대해서 오늘의 북한 지도자들이 한번쯤은 꼭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미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