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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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탈북자들 그리고 한인사회 소식을 전해드리는 캐나다는 지금, 토론토에서 장미쉘 기잡니다.

(현장음)

지난 5일, 캐나다 토론토시의 케틀바이(Kettleby)계곡에 자리한 고풍의 아름다운 저택,

백조가 한가로이 노니는 파아란 호수, 눈이 시리도록 넓은 잔디밭이 둘러싸고 있어 더욱 풍치가 수려한 이곳에서 신랑신부 한 쌍이 결혼식을 올리고 있습니다.

(현장음) 여러분께서는 오늘 신랑 과 신부의 결혼식에 참석하시고 이 두 분을 축복하심으로써....

이날 결혼식의 하객들은 모두 30여명, 일반 캐나다사람들의 결혼식에 비하면 아주 소박한 결혼식이었지만 하객들에게 이 결혼식은 아주 특별했습니다.

신부 정순애씨는 지난 2004년 북한을 떠나 이곳 캐나다에 정착한지 6년째 되는 탈 북 여성,고등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둔 그 녀에게는 오늘의 이 결혼식이 있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전, 활짝 핀 한 송이 꽃 같던 24살 나이의 정순애씨는 고향인 함경북도 온성에서 부모님의 소개로 한 늠늠한 청년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됩니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똑 부러질 만큼 일을 잘하는 정순애씨와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는 그의 남편을 보면서 동네사람들은 한결같이 정말로 보기 드문 금슬이 좋은 내외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정순애씨의 친정아버지 역시 전국 열성자 대회에 7번이나 참가하고 중앙 텔레비젼 방송야회에서 일 잘한 경험을 토론해 전국에 알려질 할 정도로 오직 당과 수령밖에 모르는 충성스런 일군이었습니다.

첫 아들을 낳고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아끼며 위해주며 행복하게 살았던 정순애씨 가정에 불행이 닥친 것은 결혼해서 몇 년이 지나지 않아서입니다.

북중 국경이 있는 가까운 곳에 살았던 정순애씨의 집에 어느 날 그녀의 남편친구가 찾아옵니다. 국경을 넘나들며 장사를 하던 그 친구는 정순애씨의 남편에게 국군포로 한 명을 중국으로 가게 도와달라고 부탁합니다.

천성이 너무도 착해 항상 남을 도와주는데 익숙했던 정순애씨의 남편은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국군포로가 다시 북한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친구의 말을 믿고 그 일을 도와주게 됩니다.

하지만 그 국군포로는 중국으로 넘어가서 그대로 한국대사관을 통해 남한에 가게 되고 결국 정순애씨 남편은 이를 도와주었다는 죄목으로 보위 부에 끌려가게 됩니다.

정순애씨가 마지막으로 남편의 얼굴을 본 것은 그가 잡혀간 지 석 달만, 정순애씨는 처음에 남편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몸에 얼마나 매를 맞았는지 살이 여기저기 다 드러나는 해진 옷을 걸쳐놓은 듯 입고 있는 남편의 처참한 모습에 정순애씨는 억이 막혀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이미 남편은 다 죽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소식조차 알 길이 없었습니다. 국군포로를 넘겨주는 일을 도왔다는 것은 정치 범중에서도 정치범이므로 살아있기를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 주변사람들이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그녀에게 살아있는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지옥이었습니다.

죄인의 가족이라는 딱지가 항상 붙어 다녔고 그렇게도 그들 가정에 대해 칭찬이 자자했던 마을에서 이제는 머리를 들고 다닐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진심으로 온 가정이 당과 혁명에 충실했지만, 결국 남은 것은 반역자의 가족이라는 딱지였습니다.

그렇게 살기를 몇 년, 마침내 정순애씨는 탈 북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장 굶주림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절박했지만, 사람다운 삶을 살고 싶은 것, 죄 아닌 죄를 벗어버리고 싶은 것, 이것이 어린 아들을 안고 서슴없이 두만강에 뛰어들게 한 힘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당장의 굶주림은 면할 수 있었지만 그가 원했던 세상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몇 년간의 고생 끝에 그는 한 교회의 도움으로 끝내 이곳 캐나다에 올 수 있었습니다.

탈 북해 지금까지 15년 세월, 하늘같은 남편을 잃고 그 오랜 세월을 혼자 버티어 온 그에게 이제 새 기둥이 생겼습니다. 신랑 이영길씨는 몇 년 전 정순애씨와 직장에서 알게 된 사이입니다.

이날 이들의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은 많지 않았지만 모두 정순애씨의 가슴 아픈 지난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지인들이어서 진심으로 이들의 결혼을 축하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신랑신부가 서로 서약을 하고 반지를 나누는 순서,

주례를 맡은 목사: 신부는 하나님과의 모든 증인 들 앞에서 신랑을 남편으로 맞아 아내 된 책임를 다하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하거나 병약하고 어떤 경우에도 남편을 늘 사랑하고 굳게 지키기로 서약합니까?

신부: 네..

그럼 반지를 교환하겠습니다.....

이날 이 결혼식에 참여한 하객들이 모두 감동하는 것은 정순애씨의 어려웠던 과거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려웠던 지난날에 매이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늘 감사의 마음으로 살면서 끝내는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으로 정순애씨 자신을 꿈을 이룬 순간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순애씨의 이어지는 아름다운 결혼식과 삶의 이야기 다음시간에 계속해서 전해드립니다.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미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