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활동소식을 전하는 캐나다는 지금, 토론토에서 장소연기자가 전합니다.
(현장 음)
지난 29일, 캐나다의 토론토시 다운 타운 북부에 자리한 놀스욕 멜라스트먼 광장에서 캐나다뿐 아니라 북미에서도 가장 큰 한인축제가 열렸습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한가위를 맞아 열린 이번 축제에는 한인뿐 아니라 캐나다에 살고 있는 여러 나라의 이민자들도 함께 하는 등 역대 최대의 인파가 몰린 성대한 축제였습니다.
이번 한가위 축제에는 국악, 사물놀이, 태권도, 팔씨름 등 다양한 우리민족 전통음악을 보여주는 공연과 경기 등이 있었고 북미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K팝 경연장에는 한국젊은이들뿐 아니라 한국문화에 관심 있는 많은 캐나다 젊은이들이 모여 성황을 이뤘습니다.
복합문화사회인 캐나다는 각 나라 각 민족의 전통을 살리고 장려하는 정책을 적극 펴고 있는데요.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인행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봄에 열리는 단오축제이고 다른 하나는 가을에 열리는 추석 한가위 축제입니다.
이번 추석 축제에는 제이슨 케니 캐나다 복합문화장관이 참가해 태권도복을 입고 시범을 보이는 등 한국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날 축제는 또한 여러 탈북민들도 참가했는데요. 아이들을 데리고 구경 나온 탈북민들도 있었고 전단 지를 돌리며 일하는 회사를 홍보한다든가, 음식부스에서 순대 등을 만드느라 여념 없는 여성 탈북민들도 있었습니다.
탈북민 오순희씨도 아들과 함께 오래간만에 나들이를 나와 한가위 축제를 즐겼는데요. 청진이 고향인 그는 지난 2008년에 북한을 떠나 한국에 있다 이제 캐나다에 온지 2년도 채 안됩니다. 23살 나이에 한국에서 일찍 결혼을 하고 바로 이곳에 오면서 아들을 키우느라 캐나다생활을 즐길 여유가 별로 없었다는 데요.
캐나다에서 한가위축제에 처음 온 오순희씨, 많이 즐거운 모습이긴 하지만 북한에 있는 아버지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고 합니다.
오순희: 북한에 있을 때는 좋았거든요. 못 먹고 힘들어도 가족하고 있으니까, 추석에는 산에 가지요, 성묘하고 ….
북한의 추석은 사실 한국이나 이곳 한인들이 즐기는 한가위 축제하고는 좀 다른 데요.
한가위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고 그냥 추석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추석이 되면 햇곡식을 마련해 성묘 가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데요. 조상이나 부모님의 무덤에 찾아가 술 한잔 붇고 친지들과 얘기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면서 추석을 보냅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 성묘를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데요. 교통이 열악하고 또 성묘에 가져갈 음식조차 없어 그냥 집에서 자신들이 먹던 음식을 좀 덜어서 조상께 물과 함께 절하고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또한 “우리 민족최대의 명절” 수식어 뒤에는 항상 “4월 15일”, 즉 김일성 생일이 붙는 반면 남한의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수식어 뒤에는 바로 “한가위”가 붙습니다.
그래서 많은 탈북민들에게 민족 최대의 명절이면 바로 김일성의 생일을 떠올리게 하는 말인데요.
사실 따지고 보면 민족최대의 명절이면 우리민족 전통의 명절이 돼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김일성과 김정일이 이미 사망한 북한에서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이 어떻게 다시 정해질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북한정권이 인민들을 위한 정권이 되지 않은 이상은 추석 명절이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뻔 한 일이라고 탈북민들은 전합니다.
이날 축제에는 생명의 전화 등 이민자들을 돕는 사회단체들도 나와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한인들에게 나눠주었는데요. 집 임대, 아이돌보미 등이 필요한 오순희씨는 전문가와 상담하면서 여러 정보를 얻기도 했습니다.
캐나다에서 우리민족의 자긍심을 부쩍 느끼게 해주며 성대히 진행된 한가위 축제, 하지만 북한의 부모형제들에게 통화조차 할 수 없는 탈북 민들에게는 마음이 한구석이 많이 아픈 추석축제였습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