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지금] 탈북민들의 영어 적응기

화상대화프로그램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는 탈북민들
화상대화프로그램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는 탈북민들 (RFA PHOTO/ 장미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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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탈북자들 그리고 한인사회 소식을 전해드리는 캐나다는 지금, 토론토에서 장미쉘 기잡니다.

(현장음)

캐나다 토론토시 북동쪽에 자리한 욕밀(Yorkmill) 근처의 한 아파트, 이 아파트 2층에 살고 있는 탈북민 김옥순씨와 이정순씨가 영어발음을 익히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현장음: 턴, 롸이트….

자세히 보니 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이 색다릅니다. 김씨와 이씨 각자 낮은 책상에 노트북을 마주하고 있고 노트북화면에서는 열심히 설명하는 캐나다사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화상대화프로그램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영어선생님은 토론토에서 멀리 떨어진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에 살고 있는 알랭 디온씨, 알랭 디온씨는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북한인권문제가 심각함을 알게 되어 그때부터 북한인권에 도움이 되는 일은 무엇이든지 발벗고 나서는 캐나다 세무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입니다.

알랭 디온씨는 캐나다 토론토시에 탈북민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것이 있는 지 고민하다가 마침내 원격으로 할 수 있는 영어공부방법을 생각해내었고 자신의 시간을 내어 무료로 탈북민들에게 영어를 배워주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캐나다땅에 첫발을 디딘 순간부터 탈북자들에게 영어는 쉴새 없이 부딧쳐야 하는 현실입니다. 난민신청부터 시작해 복지기관에서 보조금을 지급받고 자신들의 살 집을 빌리는 등 생활에 필수 적인 일들이 거의 모두 영어로 이루어집니다.

정착 초기 거의 모든 탈북난민들은 전적으로 이곳 현지 한인교회나 한인기관들에서 통역이나 기타 도움을 받습니다. 하지만 사소한 일들 같은 경우는 자기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히 생깁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나이가 많은 탈북민들도 우선 영어를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산다고 해도 한평생 써온 모국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를 잘 배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캐나다정부에서는 탈북민들과 같은 난민신청자들을 위한 무료영어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영어교육을 받는 동안 최소한의 기초생활비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캐나다에서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토론토시는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도 역시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으로서 영어를 전혀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 통역번역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대중교통이 비교적 잘 발달되어 있고 도시 중심에 있는 코리아 타운에는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편의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어 같은 한민족인 탈북민들이 영어에 익숙치 않아도 얼마든지 살수 있는 조건이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나 20대의 젊은 탈북민들은 비교적 빨리 영어와 영어문화에적응하는 반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탈북민에게 영어공부는 뒷전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안정된 삶을 찾아갈수록 영어는 탈북민들에게 필수로 다가옵니다.

올해로 캐나다에 정착한지 4년 되는 박순복씨, 영어 때문에 겪은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합니다.

박순복 : 예를 들어서 집에 싱크대 거기 물이 막혔다 그러면은 여기 관리사무소에 내려가서 얘기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스펠링도 잘 모르지 영어가 잘 안되지 뭐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막 속상해가지고…말해도 그 사람도 알아 못 듣고 나도 말문이 막히고, 아이구 그래가지고 쇼설(복지센터)에 가가지고 얘기 했는데 결국에는 사무실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인데 .. 그렇잖아요. 그것도 말이 잘되고 그러면 전화 하나로 해결되는 일인데, 그게 안되니까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신세를 져야 하잖아요. 어쨌거나 여기 살려면은 영어를 잘해야 하고 영어를 열심히 해야지요…

지난 달부터 알렝 디온씨와 온라인 영어공부를 시작한 탈북민 김옥순씨도 지금 8살 난 자신의 아들은 우리 말 하는 것보다 영어로 말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며 자녀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영어를 배워야 겠다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김씨는 우선 집안 구석구석 자신이 보이는 곳에 영어단어를 써 붙여 놓았습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단어를 외웁니다. 여느 때 같으면 말솜씨 좋은 김씨가 즐거운 이야기로 동료들을 기쁘게 해줬을 시간이지만 영어공부를 하기로 결심한 다음부터는 아예 달라졌습니다.

영어기초도 없는 김씨가 매주 화요일 마다 2시간씩 알랭 디온씨가 무료로 가르쳐주는 영어공부도 따라가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탈북 할 때 두만강을 넘던 정신이면 못할 것이 없다고 자신을 다잡는 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날 밤늦도록 이어지는 영어공부가 그냥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배움의 시간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현장음)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북한을 탈출해 자유를 찾은 탈북민들이 새 세상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보면서 오늘보다 더 빛날 그들의 희망찬 앞날을 기대해봅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미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