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바라는 소원, 새해에는 끝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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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그 활동소식 전하는 캐나다는 지금, 캐나다 토론토에서 장소연 기자가 전합니다.

(현장음)

쓰리, 투, 원

2017년 1월 1일 0시, 캐나다 토론토 시청 앞 광장앞에 세워진 대형 전광판시계가 0을 가리키자 환호성이 터져 오릅니다.

수 만 명의 시민들이 모인 시청 앞 광장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새해를 축하하는 시민들도 인산인해를 이뤘는데요. 올해는 캐나다 건국 150주년이 되는 해라 전국 19개 도시에서 특별히 음악축제, 휘겨 스케이트 경기 등 여러 가지 크고 작은 행사들이 이어졌습니다.

토론토 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은 11시 59분 정각이 되면 카운트 다운 즉 셈세기가 시작되는데요. 전광판의 숫자가 줄어듦과 동시에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함께 숫자를 외칩니다. 드디어 전광판에 숫자 0이 떠오름과 동시에 축포가 터져 오르고 사람들은 서로 포옹하며 새해의 환희를 만끽합니다.

탈북민 이영옥씨는 캐나다에서 산지 5년이 넘었지만 이렇게 새해를 시작하는 첫 시각에 시청에서 사람들과 함께 환희에 찬 새해를 맞이하기는 처음이라며 단 몇 년 전만해도 북한에 있던 자신과 아이들이 이렇게 캐나다에서 전혀 다른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한마디로 경이로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은 거의 전세계 모든 민족을 모아놓은 것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인데요, 그렇게 혼잡한 것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민족과 인종의 사람들이 함께 새해를 축하하고 질서 있게 광장을 빠져나가는 모습 또한 새롭습니다.

이렇게 새해를 맞이하고 새해 첫날에는 아이들과 함께 떡국을 끊여먹는데요.

북한에서는 새해에 떡국을 끊여먹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이곳 남한사람들 방식으로 탈북민들도 새해 만나면 "떡국 먹었느냐 "하고 물어보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곳에서는 새해에도 역시 크리스마스날과 마찬가지로 상점들도 문을 열지 않는 곳이 많고 거의 가족끼리 단란하게 보내는 데요. 사실 그래서 탈북민들은 이렇게 새해나 명절에 특별히 외롭습니다. 두고 온 부모님, 형제 생각에 애써 눈물을 삼키면서 맛있는 음식도 이때만큼은 절로 목에 넘어가지 않는 데요.

명절에 헤어진 가족들에게 전화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오직 탈북민들 뿐, 북한에서 새해를 축하하며 서로 인사를 나누고 친구들끼리 얼음판을 뒹굴던 때를 추억하며 그리운 마음을 달랩니다.

탈북민: 학생 때는 한 20일부터 방학했으니까, 썰매 타러 많이 다니고, 여기처럼, 경기장 그런 시설은 없으니까, 강줄기 타고 스케이트도 타고 얼음구멍에 빠져서 옷이 다 젖을 때도 있고, 강뚝에다가 불놀이하고, 그러다가 옷도 태워먹고, 연하장은 물감을 사가지고 흰 종이를 얻어다가, 흰종이도 규격지로 나온 것도 아니고 16절지로 잘라서 거기에다가 사슴이나 산삼, 축이라는 글자를 붓 글로 써서 각종 색감으로 뿜어서 연하장을 만들어서 친구들한테 보내고….

북한에서 80년대나 90년대 초에는 그래도 친척들이나 친구들에게 연하장을 보냈던 추억이 탈북민들에게는 많은 데요.

탈북민: 한겨울에도 한 20장씩 많게는 50장씩 보냈지요. 군대에 간 첫해에는 우리 중대장이 만두를 잘 빚어요. 그래서 대원들한테 만두를 먹인다고 빚었는데 장난기가 심해가지고 만두 속에다 고추가루도 넣고 소금도 넣고 어떤 때는 술까지도 넣어가지고 재미나게 설쇠었던 기억이 있어요.

탈북민 김영철씨가 해마다 비는 소원은 연로한 부모님을 탈북 시키는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혼자 설을 쇠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인데요. 하지만 이들의 소박한 바람은 새해에도 또다시 이뤄지지 않는 소원으로 될까 불안합니다.

해마다 반복할 수밖에 없는 탈북민들의 소원, 어서 통일이 되어 부모형제들과 만나는 그 소원이 이제 2017년 이 새해에는 마지막으로 빌어보는 소원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