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탈북자들 그리고 한인사회 소식을 전해드리는 캐나다는 지금, 토론토에서 장미쉘 기잡니다.
탈북민들과 함께 한 재미있는 캠핑 이야기, 지난 시간에는 캐나다 사람들이 많이 즐기고 있는 캠핑에 대해서와 오랜만에 캠핑을 떠난 정순희씨를 비롯한 탈북민들이 굽이굽이 산골짜기를 돌고 돌아 드디어 캠핑 장소에 도착하기까지 이야기를 전해드렸죠.
이번 시간에도 계속됩니다.
탈북민들이 도착한 캠핑장소에는 오타와에서 온 캐나다 사람들과 유학생들이 먼저 와있었습니다. 토론토에서도 항상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여러 명의 한인북한인권활동가들이 참가했습니다. 그 중 몇몇은 탈북자들에게 아주 익숙한 얼굴들이지만 항상 북한인권시위나 세미나에 참가할 때 모습과는 달리 편안한 반바지에 등산복을 입고 캠핑준비를 하 라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은 영락 없이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 아주머니 모습입니다.
이들이 이틀 동안 지낼 곳은 호수 가가 훤히 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작은 집 두 개, 그리고 천막입니다.캐나다 특유의 굵은 통나무로 지어진 집에는 아기자기한 방들과 주방. 샤워실, 넓은 소파가 놓여진 거실 등 모든 것들이 잘 구비되어 있습니다. 그 앞에 넓게 펼쳐진 호수는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입니다.
하지만 금강산 구경도 "식후구경"이 라고 먼 길 오느라고 수고한 이들에게 먹는 즐거움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녁 식사로 마련한 구수한 된장 찌개에 갈비볶음, 탈 북민 정은희씨가 담근 북한식 김치, 집에서 직접 키운 부추며 깻잎 등이 널따란 통나무 식탁에 놓여지고, 넘어가기 아쉬운 듯 마지막 노을 빛을 발하는 저녁 해를 등지고 시원한 호수가 바람을 맞으면서 도란 도란 이야기 나누며 먹는 캠핑음식은 일품입니다.
이윽고 풀벌레 소리가 고즈넉한 밤의 공기를 깨는 밤에 휘영청 둥근 달이 하늘 높이 떠올랐습니다. 이설희씨가 타는 손풍금 소리에 고향에 대한 추억이 간절해지는 밤입니다.
(소리)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 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탈 북 인들에게나 이곳 한인교포들에게도 멀리 두고 온 고향에 대한 생각에 잠이 쉬이 오지 않습니다. 그냥 지나 보내기에는 너무 아쉬운 밤, 모두 밖에 모닥 불을 피우고 모여 앉았습니다.
탁탁 타오르는 모닥 불을 바라보는 정순희씨가 맨 먼저 떠오른 기억은 북한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옥수수를 구워먹던 일이었습니다. 너무 굶주린 에 모닥불에 구워먹었던 옥수수 한 개 그 맛을 평생 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정순희: 야, 그때 글쎄 금방 결혼했는데 배급을 안 준단 말입니다. 그래 어떻게 합니까? 돌 되지도 않는 얘를 둬두고 … 일하러 나갔어요. 내 나이 그때 25살인데 제일 먼저 선진적으로 나가겠다 그랬어요. 왜? 먹을게 없는데 어떻게 해요.. 그래서 108에 나갔어요. 기본 농장 원이 아니고 추가로 지원하는 농장원 보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거기 나갔는데 도시락 싸가지고 가는데 풀에다가 옥수수 가루 넣어서 멀 뚝한 풀처럼 되는 것을 싸가지고 가요… 근데 어떤 때는 그게 훌 뒤집어져서 다 쏟아지고… 그렇게 여름 내내 굶다가 가을이 왔는데… 딱 요 때, 이때 풋 강냉이가 나온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여름 내내 굶다가 풋 강냉이 나오는 철이 되어서 분조장에게 우리 좀 옥수수를 먹게 승인해달라 해서 승인 받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모닥불 을 피워 놓고 딱 이거랑 똑 같아요…통째로 집어넣었는데 아직 익지도 않은 것을 서로 서로 뜯어먹었는데… 새까맣게 입에 가득 묻었는데도 정신이 없었어요. 그냥 사람꼴이 아니었어요….
지금은 웃음으로 넘기면서 이야기를 하지만 그 당시에는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까, 모닥 불에 둘러 앉은 사람들의 눈이 모두 촉촉해졌습니다.
두둥실 둥근 달은 북한이나 이곳 캐나다나,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밝혀주고 있겠지만 이날 밤 탈 북 민들이 바라보는 둥근 달은 더는 이전의 절망의 둥근 달이 아니었습니다. 지나 온 가슴 아픈 날들을 웃음으로 추억하고 치유해주는 둥근 달, 내일의 아름다운 희망을 약속해주는 둥근 달… 그 둥근 달이 캠핑 첫날, 행복과 기쁨이 가득 넘쳐 있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탈북민들의 캠핑이야기, 다음시간에도 계속됩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미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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