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이 경험한 회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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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그 활동소식을 전하는 캐나다는 지금, 캐나다 토론토에서 장소연 기자가 전합니다.

지난달 13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지역에서 북한군 병사가 자동차를 타고 남하해 탈북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 인민군 병사는 추격 조에 의해 총탄을 여러 발 맞았습니다.

세계가 주시하는 판문점에서 일어난 탈북 사건은 일시에 전 세계로 퍼졌는데요. 여기에 더해진 충격적인 소식은 총탄을 맞은 인민군병사의 복부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회충 수십 마리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사실 북한에서도 회충문제는 아주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말하기 꺼려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위생을 잘 못 지켰다는 이야기도 될 수도 있어서 서로 내놓고 말하기에는 아주 부끄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고난의 행군 이전까지만 해도 동사무소에서 인민 반 별로 혹은 병원에서 산토닌 이라는 회충약을 나눠주기도 했고 일년에 한번씩 "회충구제"라는 이름으로 회충퇴치사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회충약을 먹으면 전등 불빛이 노랗게 보이는 등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은 상태가 됩니다. 그럼에도 회충 약의 효과는 별로 좋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사람들은 볏 집을 따로 달여먹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민간 요법을 동원하기 도 했습니다.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그나마 공급되던 회충약은 중단이 되고 대신 중국에서 밀수로 들어오는 회충약이 장마당에 있었습니다.

탈북민 이순희씨는 그때 회충약 장사를 하면서 깊은 산골 등지에 가져다 팔았다고 합니다.

이순희: 중국회충약 말 잘 들었어요. 한 통에 백 알씩 들어있는 것 다섯 알씩만 먹으면 회충이 막 쏟아져 나와요. 그렇게 말 잘 들으니까 촌에 있는 사람들이 잘 사더라고요. 회충구제를 나라적으로 안 하니까, 고난의 행군시기에 병원에 약 다 사가지고 가야 하는 정도에 회충약까지 어디에서 만드는 데가 있어요?

북한 주민들 속에 이렇게 회충이 많은 원인은 회충구제를 위한 약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주민들이 일반적으로 먹는 모든 채소에는 기생충이 많기 때문입니다. 비료가 부족한 북한에서는 인분을 바로 농작물에 쓰는 일들이 흔한데 채소나 농작물 바로 옆에 조그마한 구덩이를 파고 인분을 부으면 농작물이 더 잘 자란다고 해서 이런 일은 흔합니다.

이런 채소들을 대충 씻어서 바로 밭에서 먹는 경우도 많고 잘 씻는 다 하더라도 기생충은 여전히 붙어있어 그대로 사람 몸에 들어갑니다.

이순희씨는 탈북 해서 캐나다에 온 후에도 회충이 계속 있었다며 장 내시경을 하는데 회충이 발견 되어서 의사가 집계로 하나씩 하나씩 떼어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순희씨는 북한에서 회충보다 더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이와 서캐인데요. 회충은 보이지 않는 사람 배 안에 있고 당장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니 사람들이 신경을 덜 쓰는 편이지만 이와 서캐는 머리에 붙어 있는 것이고 사람들이 바로 알아볼 수 있으니 공공장소에 가거나 집단 생활을 하는 곳에서는 언제나 이 잡이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있습니다.

이순희씨는 중국에 와서 샴푸로 매일 머리를 감으니 비로서 이가 사라졌다고 하는데요.

사실 중국만해도 아직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회충이나 이 같은 기생충들이 거의 사라졌고 캐나다나 한국 등에서 이제는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가끔 구충제를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그것은 물고기회라든가 날음식을 먹었을 때 그곳에 있는 기생충이 몸으로 들어갔을 경우에 복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도 거의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현재 이렇게 사람 몸에 기생충이 많은 나라는 아프리카의 정말 가난한 개발도상국가들 정도 입니다.

이번에 판문점 북한병사의 목숨 건 탈북으로 인해 밝혀진 또 하나의 북한주민들의 열악한 현실, 미사일과 핵무기를 만들며 그 위력을 위시하는 대신에 북한 주민들의 만연되어 있는 기생충에 대해 먼저 신경 쓰는 것이 순서가 아닐지요.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