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도 취미에 돈 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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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 내 탈북자들의 사회활동이 늘면서 적극적으로 취미활동이나 봉사에 나서는 탈북자들이 늘고 있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과거 교양이나 오락 등의 모임을 기관이나 지역, 민간단체들이 주도했다면 이제는 모임이 아니어도, 꼭 동료와 함께 하지 않아도, 그리고 돈이 들어도 하고 싶은 취미나 교양, 오락 활동을 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는 탈북자들의 다양한 취미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최근에는 탈북자 분들이 새롭게 어떤 취미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나요?

마순희: 제가 몇 년 전에 새조위라고 민간단체에서 팀장으로 근무할 때는요. 이 단체에서 여러 가지 취미활동을 많이 조직해주었습니다. 탈북자의 70-80퍼센트가 여성이다 보니 활동이 거의 여성들을 위한 활동들이기는 했는데요. 매월 첫 번째 일요일 아우름 산악회 동참, 북녘 고향으로 보내는 편지쓰기, 카누 체험도 있었는데요.

이예진: 한두 명이 노를 저어가는 배를 말하죠.

마순희: 그렇죠. 그밖에도 역사문화탐방, 북한음식 체험전, 북한전통공예를 통한 여성 창업지원하는 사업 등등 많은 일들을 했었습니다. 그중에서 배달사랑예술단을 조직해서 활동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예진: 그건 뭔가요?

마순희: 주말마다 연습장에 모여 노래와 춤을 연습했었고, 갈고 닦은 실력으로 요양병원이나 복지관, 하나원 등 많은 기관들에서 공연을 했었는데 어르신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즐거워하셨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야구장으로 가는 가족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그런데 북한에서는 야구가 없어서 모르거나 관심 없는 분들이 많던데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하지만 탈북민들의 70%이상이 여성들인데 그 중에 젊은 여성들도 많다보니 한국에 와서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새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도 키우면서 살다보면 자연히 남편을 따라 야구장이나 골프장에도 가게 되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야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는데 대한민국에 오니 남성들 거의 모두가 야구에 대해 축구 이상으로 열광하더라고요.

이예진: 한국남자들이 야구 참 좋아해요.

마순희: 네. 그러니 자연히 가족이 함께 야구장으로 가게 되는데 알고 보니 축구 못지않게 멋진 운동종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몇 번 식구들이랑 함께 가보았는데 야구규정을 잘 모르다보니 축구보다는 재미가 덜한 것 같았는데요. 그래도 손자, 손녀들은 야구보다도 치킨이나 피자를 먹으며 더 즐거워하였습니다.

이예진: 사실 야구는 먹는 것, 응원하는 재미가 더 크더라고요.

마순희: 맞습니다.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여가활동을 본다면 남성들인 경우에는 북한이탈주민들끼리 조직한 조기축구 동호회나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축구나 탁구, 그리고 당구 등 운동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산행도 많이 하고 있기는 한데 아쉽게도 탈북자들이 주관하는 산악회는 아직 없고, 회사마다 혹은 단체들에서 하고 있는 산악회에 동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여성들이 자녀들이 다니는 태권도 학원에 등록하여 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저의 맏딸도 태권도에 다녔었는데 국기원에 가서 심사를 받기도 했답니다. 회사일로 힘들다가도 태권도에서 운동을 계속하다보면 피곤도 더 쉽게 풀리고 재충전되는 느낌이라고 하더군요.

참,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물론 전문예술단을 무어서 직업으로 활동하는 분들도 많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취미삼아, 그리고 봉사활동으로 예술 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버예술단이나 고향 합창단 단원으로 즐겁게 살고 계시는 분들 중에는 60-7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많은데요. 집에서 무료하게 TV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활기차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다니는 여인지사의 여울림합창단은 거제도 합창대회에 참가해서 동상을 받기도 했답니다. 금년에는 광복절을 기념하여 8월 13일에 합창단 공연을 하기로 성남시청의 초청을 받기도 했답니다.

이예진: 탈북자 분들이 흥도 많고 끼도 많으신 것 같아요. 이런 문화 활동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취미로 하다가 일로 승화시키기도 하고, 인생에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요. 선생님 보시기에 탈북자 분들이 배워두면 좋을 취미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마순희: 저도 취미생활을 잘 못 하고 있기도 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고 살아왔었는데 그래도 지금은 하고 싶은 취미생활이 있습니다. 지금 물망초재단이나 친정집이라는 단체들에서 실시하고 있는 글쓰기를 배워서 취미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저뿐 아니라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은 거의 글쓰기를 배우고 싶어 하더라고요. 자신이 겪은 흔치 않은 이야기들을 쓰고 싶어 하는데 정작 창작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우지 못하다보니 그게 잘 안 되거든요. 그래서 글쓰기를 배워주는 프로그램에는 열성적이고 그러다보니 신청한 사람들이 다 참가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이예진: 인원이 넘쳐서 그렇다는 거죠?

마순희: 네. 저 아는 언니들 중에는 작가가 되겠다고 대가를 지불하면서 글쓰기를 배우신 분들도 있어요.

이예진: 무료로 하는 프로그램 아니어도 돈을 내고 배우는 분들도 있다는 거군요.

마순희: 네. 물론 시인으로 등단하기는 했지만요. 그리고 저는 요즈음 사진 찍는 재미에 빠져서 사진기를 구매하고 딸한테서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랍니다. 사진을 찍는 것도 그냥 샤타(셔터)만 누르면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이론이 많아요. '부분으로 전체를 표현하는 뺄셈의 미학' 이라든가 '이야기가 있는 사진' 등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진촬영이 앞으로 저의 취미가 되고 여가생활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러려면 자연히 여행도 다녀야하고 나이에 맞게 너무 극심한 육체적 피로를 느끼지 않아도 될 듯한 생각이 들어서 선택했는지도 모릅니다.

취미생활도 여러 가지, 즉 시간이나 체력 등 여러 조건들을 봐야 하니까 글쓰기 공부나 서예, 그리고 수지침 같은 것을 배우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북 5도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가요, 무용, 미술 등 프로그램들도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실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은 텃밭이나 화초 가꾸기 등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많은데 거주지에서 크게 멀지 않은 곳에서 간단한 농사일 같은 것도 할 수 있으면 심리적으로도, 건강을 생각하는 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또 우리 여성들 같은 경우에는 손재간들이 장난이 아니랍니다.

그 전에 제가 새조위에서 근무할 때에는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중에 여러 가지 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있었거든요 손바느질, 뜨개제품들, 수예품들, 공예품들 등 여러 가지 물건들도 만들어서 국회에서 전시회도 했었는데요. 그 때 참가했던 분들이 제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 쏟아 부으면서 즐거워하던 기억들이 잊히지 않거든요. 함께 텃밭이나 화초를 가꾸면서, 뜨개질을 하든가 공예품을 만들면서 오순도순 이야기도 나누고 옛날의 추억들도 떠올려보면서 함께 지내다보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점점 더 다양해지는 탈북자들의 취미와 여가활동, 다음 시간에 더 자세히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