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은 의무적으로 소속된 국가 조직이나 단체만 여러 개가 되죠? 한국에서는 학교나 직장 외에는 조직이나 단체 활동 모두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다릅니다.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은 취미부터 업무의 연장까지 원하는 단체나 모임활동을 하고요. 내성적이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 싫은 사람은 일 이외에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탈북자들도 마찬가지, 선택에 따라 조직이나 단체 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있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북한에서의 습관 때문일까요? 혼자보다는 조직생활이 좋다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북한에서의 조직생활이 싫었던 탈북자들은 부러라도 탈북자 모임이나 단체를 피하기도 한다고 지난 주 이 시간에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사회라는 게 혼자가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잖아요. 단체나 조직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런 조직생활을 오히려 즐기시는 탈북자 분들도 많지 않나요?
마순희: 그런 분들도 많습니다. 어떤 분들은 부러 인터넷에서 주소를 찾아서 탈북 단체들을 찾아가기도 하고요. 뜻과 목적이 같으면 함께 여러 가지 탈북단체들을 만들어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는 회사에 취직하게 되면 자연히 단체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정규 회사에 다니면서 이곳, 저곳 행사장마다 참여할 시간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출근하지 않는 나이 드신 분들 경우에는 평일에도 행사가 있으면 참가할 수 있는 겁니다. 제가 아는 분들의 경우 일정이 빡빡할 정도로 정해놨더라고요. 이북5도청 교육, 어느 탈북단체의 교육프로그램, 봉사활동, 문화탐방 등등 정말 일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리고 간혹 그런 상담도 있었습니다. 탈북자들의 정착을 위한 어떤 사업을 하고 싶은데 단체를 조직하자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어디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등등 문의하더라고요. 사실 북한에서는 노동당으로부터 직맹(직업동맹), 여맹(여성동맹), 농근맹(농업근로자동맹), 사로청(사회주의로동청년동맹), 소년단(조선소년단) 등등 모든 조직들이 중앙에서부터 지방의 초급단체에 이르기까지 사조직이 아닌 하나의 국가적인 조직체계로 되어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북한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한국에서는 단체를 설립하려면 사전준비도 있어야 하고 주무부처의 승인사항이기 때문에 해당부처나 지방자치단체의 기준에 맞추어서 서류를 준비해야한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남북하나재단에도 탈북자단체들의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으니 그 쪽으로 연결해드리기도 했답니다.
이예진: 탈북단체는 절차를 밟아서 만드는 게 어렵지 않은 거죠?
마순희: 그럼요. 지방의 어느 한 곳에서 탈북자들이 단체를 조직했는데 전화가 왔어요. 그 사람이 단체장 자격이 없는데 재단에서 왜 임명했는가 하는 항의 전화를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탈북자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통일부 산하의 공공기관이니까 탈북자 단체장은 당연히 재단이 추천하고 임명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어떤 초급단체의 간부라도 다 당에서 신임해서 추천하거나 임명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까 한국에 와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에서는 국가적으로 하나의 어떤 조직에 망라되는 북한과 달리 누구나 단체를 만들 수도 있고 책임자가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이예진: 북한처럼 어렵지 않죠. 자기 뜻과 목적에 맞게 단체를 만들기도 하고 원하면 가입했다가 원치 않으면 탈퇴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탈북자 스스로 그렇게 만든 탈북단체도 종류가 참 많잖아요?
마순희: 맞는 말씀입니다. 10년 넘게 탈북자 사회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한 저도 이름을 처음 듣는 단체들도 많더라고요. 한국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북한인권 상황을 알리고 개선을 촉구하는 탈북단체들도 있고요. 북한주민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전단지를 보내는 탈북단체들도 있고, 한국 내 탈북자들의 처우 개선 등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단체도 있습니다. 그밖에 이웃을 돌아보자는 의미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도 있고 노래나 춤 등을 배워 무대에 오르는 단체 등 70여 개 탈북자 단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 많은 단체들 중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단체들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탈북자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취미, 그리고 목적에 따라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거죠.
이예진: 예전에는 탈북자 단체 설립이 많았는데 그러다가 이제는 꼭 필요한 단체만 남게 된 것 같아요.
마순희: 맞아요. 이름만 있고 활동하지 않는 곳들이 그래서 많죠.
이예진: 네. 그런데 꼭 원해서라기보다 그저 어울려 다니는 게 좋아서 단체 활동을 여러 개 하는 분들도 좀 있는 것 같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서울에만도 그런 단체들이 여러 개가 되지만 매 단체에 소속한 회원들이 모두 그 단체에만 소속된 것은 아니지요. 그러다보니 이 단체에서 모임을 조직하면 이 단체에 가고 또 다른 단체에서 조직하면 그 쪽으로 가게 됩니다. 시간만 겹치지 않으면 가능한 것입니다. 나이 드신 분들 같은 경우에는 특별히 할 일도 없이 혼자 집에 계시는 것보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즐겁게, 활기차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혼자서 식사를 하기보다는 모임에 참가하면 간식도 챙겨주고 점심도 함께 드시고 교통비나 선물을 챙겨주는 경우도 많다보니 많이 참여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제 양천구에 살고 계시는 70대의 한 어르신의 댁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탈북하신 분이다보니 많이 외로워하시는 것 같아서 방문했는데 의외로 너무 밝게 살고 계시더라고요. 얼마 전에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며칠 입원하면서 치료를 받고 지금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했습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신선한 과일과 남새들, 밑반찬들이 차곡차곡 준비되어 있었고 냉동실에는 고기와 생선들과 함께 견과류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혼자 사셔도 저희 집보다 많더라고요. 그리고 무슨 모임, 봉사활동, 공연관람, 문화탐방 등등 달력에는 빼곡하게 일정표가 쓰여 있었습니다. 일 다니는 저보다 일정이 더 많다고 하면서 한바탕 즐거운 웃음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그런데 탈북자 단체도 많고, 목소리를 내는 분들도 워낙 많다보니 말씀해주신 분처럼 즐겁게 단체 활동을 하는 분들도 많지만, 서로 의견충돌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마순희: 어르신들이 이렇게 여러 가지 모임이나 활동에 함께 다니다 보면 서로 안 좋은 일로 엮이는 경우들도 간혹 있습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단체나 프로그램들을 하는 곳들이 많다보니 자연히 많은 분들이 함께 다니고 함께 활동을 하면서 서로서로 마음을 터놓고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게 되는데요. 친할 때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일단 서로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그 때에는 오해도 많고 원망도 많아서 앞뒤 분간을 안 하시고 다투시는 현상들도 가끔 보게 됩니다. 등 돌리면 친한 사이일수록 더 문제가 많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의 말 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그래도 나중에는 서로 화해하고 잘 지내기도 하지만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지켜야 할 선은 지켜야 하는데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자주 안 보면 드러나지 않을 문제들도 너무 자주 마주치다보면 더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문제들이 자식들에게까지 알려지고 담당 형사님에게까지 제기되는 사례도 있어서 참 말하기도 민망한 일입니다.
이예진: 혹시 모를 탈북자 개개인의 신변보호를 담당하는 보안원을 형사라고 하는데요. 탈북자 분들이 의지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데 탈북단체 사이에 벌어진 일이 범인을 잡는 형사까지 동원된 사건도 있었죠. 다음 이 시간에 자세히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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