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을 위해 복무함

2014년 4월 부산 서부경찰서(서장 김형철)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구지역협의회와 북한이탈주민 사회 조기정착을 위한 취업·장학·법률 서비스 제공 업무협약을 체결한 양기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 하고있다.
2014년 4월 부산 서부경찰서(서장 김형철)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구지역협의회와 북한이탈주민 사회 조기정착을 위한 취업·장학·법률 서비스 제공 업무협약을 체결한 양기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 하고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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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의 신변보호부터 사회정착을 돕는 한국의 형사, 북한의 보안원과 근본적으로 사회적 역할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탈북자들이 인식하는 보안원과 형사는 크게 달랐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에게 형사는 현재 어떤 존재이며 앞으로는 어떤 존재가 될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탈북자분들은 아무래도 처음에는 형사들이 북한의 보안원과 비교되다보니 어색하거나 불편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인식이 바뀌었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탈북자분들이 전반적으로 형사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마순희: 물론 사람들마다 생각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자신을 담당하여 신변보호, 일상생활 파악 등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쯤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북한에서 고위급으로 있었다든가 한국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 신변에 위협을 느낄 정도라고 인정이 되는 분들은 담당형사님들이 24시간 밀착경호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경우들이 있거든요. 담당형사도 한 사람이 아니고 두 세 사람이 다니는 경우도 있답니다.

신변보호는 확실히 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부담스러운 경우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들도 나이 드신 분들이 함께 휴가차 강화도에 놀려갔었는데 낯선 분이 계속 함께 다니는 것입니다. 저 분은 누구인지 물어보았더니 우리들 중에 한 탈북자단체의 대표가 있었는데 그 분의 담당형사님이신데 아무 곳에 가도 함께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들끼리 있으면 참 즐거웠을 텐데 낯선 사람이랑 함께 해야 한다는 게 조금 불편하긴 하더라고요.

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답니다. 60대 한 남성이 아침에 운동하느라고 일찍 문을 열고 나갔는데 집 앞에 시커먼 남자가 서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해요. 알고 봤더니 옆집에 살고 있는 탈북자분이 북한에 대북전단을 날리는 등 활동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일이 있었나 봐요. 그래서 신변보호를 요청해서 경찰서에서 나온 것이었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깜짝 놀란 그 분은 아파트 앞에서 큰 소리를 쳤답니다. 그렇게 신변의 위험을 느낄 정도의 일을 하려거든 사람 없는 곳으로 가서 하든가 이건 곁 사람이 불안해서 살수가 없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간혹 약간의 오해나 불미스러운 일이 있긴 하지만 담당형사님들은 항상 저희들의 든든한 후원자 같은 존재랍니다. 저희도 한국에 정착한지 13년이나 되지만 지금도 담당형사님들이 계시고 지금은 가끔 서로 연락도 주고받으면서 하고 있는 일은 잘 되는지 간혹 이해하기 힘든 사회적인 현상이나 문제들에 대해서 허심하게 의견을 함께 나누기도 한답니다. 저에게 담당 형사님이란 좋은 친구나 동반자 정도로 생각되고,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닌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떠올리게 되는 관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아무래도 한국 정착 초반에는 혹시 모를 사고나 사건에 대비한 보호가 세다 보니까 밀착경호를 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렇게 선생님처럼 10년 이상씩 오래 되다보면 안부를 주고받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또 가끔 언론에서 보면 친구를 넘어서서 탈북자 취업을 전격적으로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마순희: 그렇죠. 영등포의 한 형사님은 몇 백 명의 탈북자들을 취업시켰대요. 탈북자가 직접 가서 취업하겠다고 하면 좀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담당형사님이 같이 가서 '이 사람이 좀 부족하긴 하지만 잘 도와서 취직 좀 시켜달라'고 하면 저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 뒤에 든든한 사람이 있다고 하면 함부로 대하지도 못하거든요.

이예진: 보증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죠. 회사에 와서 금방 그만 두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 담당 형사가 와서 보증을 해주면 도움이 되겠네요.

마순희: 네. 그런데 가끔은 잘 해주다보니 탈북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할 때도 있어서 형사님들도 힘든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그분들은 내색하지 않고 잘 들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대한민국의 담당 형사님들은 북한의 안전원, 보안원들과 차원이 다르구나 느꼈어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 고난의 행군 때는 먹고 살기 힘드니까 중국물건을 사서 오징어와 바꿔오고 했거든요. 그걸 들고 나가면 안전원들이 보따리를 다 뒤지고 회수해가고 그러는데 술, 담배를 고이면 그걸 또 내준단 말이에요. 그런 걸 받으려고 그러는 것 같아서 '인민을 위해 복무함' 이런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그럴 땐 정말 자기 자신만을 위한 사람으로 인식되더라고요.

이예진: 탈북자 분들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보안원과 형사가 더 대비됐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 통일이 되면 형사의 역할이 커질까요, 아니면 없어도 될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마순희: 글쎄요. 통일이 되면 탈북자도, 북한사람, 남한사람 그런 차이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누가 누구를 보호한다거나 감시한다는 것이 참 애매할 것 같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한다든가, 보호한다든가 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평등이나 통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특별히 신변보호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물론 필요할 것이지만 일반사람들에게는 그런 담당형사제도가 불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신변보호담당관 즉 담당형사라는 역할보다 치안을 책임진 공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더 강화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치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화해야 할 것 같고, 그 때에는 북한에 대해서도 잘 알고, 남한의 법치제도에서 살아왔고 배워왔던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솔선수범이 되어 법질서도 지키고 사회 안정을 위한 일에 더 힘써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가 높은 시민의식을 가지고 법질서를 잘 지키고 생활해 나간다면 통일 후 찾아 올 수 있는 일시적인 혼란이나 무질서 같은 것은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예진: 탈북자와 담당형사와의 관계, 그리고 북한에서의 주민들과 보안원과의 관계, 사실 기본적인 업무는 같습니다. 바로 '인민을 위해 복무함'이죠. 하지만 탈북자들이 생각하는 보안원과 형사에 대한 인식은 전혀 달랐는데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