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종합상담] 탈북자 정규직이 나을까, 일용직이 나을까?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새로운 도전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나을까요?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면서 일용직으로 사는 게 나을까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의 취업에 대한 오해를 풀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지난 시간에 선생님께서 남한 정착 지원금을 취업장려금이나 취업 훈련비 등으로 나눠서 준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달라졌다는 거죠?

마순희: 옛날에는 3700만 원 정도를 줬어요. 3년간 분할해서 줬죠.

이예진: 3만4천 달러 정도네요.

마순희: 네. 그런데 지금은 정부에서 정착금을 일률적으로 주는 게 아니고 취업훈련을 받았거나 자격증을 취득했거나 취업을 한 분들에게 주는데요. 탈북자들은 하나원에서 적성검사를 다 받는데, 한 번 받고는 잊어버려서 잘 이용하지 못해요. 그래서 사회에 나오면 다시 적성검사를 받는 편인데요. 취업을 위한 취업성공 패키지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개인에 맞는 적성검사나 일자리, 현장견학, 회사 생활시 준수 사항 등을 일일이 알려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예진: 원래 남한에 왔을 때 정착금을 한꺼번에 줬다가 지금은 이렇게 취업장려금 등으로 세부적인 항목마다 나눠주는 이유가 있을까요?

마순희: 제가 나올 때는 3년에 나눠서 3700만 원을 줬는데 당연히 받는 돈으로 생각하다 보니 생활에 안주해서 취업을 해서 정착하기보다 받은 돈으로만 생활하려는 경향이 있고요. 또 목돈이 있다 보니까 잘못 투자해서 날리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정착금을 좀 더 활용해서 정착에 도움이 되도록 유도한 게 바로 장려금 제도입니다. 정부가 탈북자들에게 나눠주는 돈을 다 합하면 4천만 원 정도가 됩니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죠. 하지만 이 돈은 남한에 정착해서 열심히 살려고 하는 분들한테 해당되는 얘기고요. 취업을 안 했거나 자격증이 없거나 그러면 받지 못하는 거죠. 취업을 유도하기 위해서 이런 제도가 마련된 겁니다.

이예진: 탈북자 취업을 위해 이런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남한에서 조사된 탈북자 취업률을 보면 너무 낮아서 문제다, 탈북자 취업에 더 힘써야 한다, 이런 뉴스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실제로 탈북자 취업률이 낮은가요?

마순희: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지난 2월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경제활동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탈북자 중 취업자 비율인 고용률은 전년 대비 2.1%가 떨어진 41%로 나타났습니다. 실업률도 전년대비 3.8% 증가한 13.8%로 조사됐고요. 그런데 이런 자료들을 보면 탈북자 취업률이 낮아 보이잖아요.

이예진: 40% 정도만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니까요. 실제로도 그런가요?

마순희: 맞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통계가 전부 맞는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은데요. 생계비나 여러 가지 복지혜택 등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정상적인 회사가 아니라 일용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은 자료에 나오지 않잖아요. 제 주변을 봐도 일하지 않는 탈북자들은 없어요. 다들 열심히 일은 하고 있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이예진: 선생님께서 상담한 사례 중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았나요?

마순희: 50대 초반의 남성 탈북자가 있었는데요. 북한에서 자식을 두 명 데리고 떠나 중국에서 숨어 살던 시기에 아기가 또 태어나면서 지금은 가족이 5명이 됐어요. 생계비가 월 130-140만 원 정도, 1200달러 정도를 정부로부터 보조받고 있는데 남편이 한 달 일해야 월급이 겨우 150-180만 원 정도만 받는 거죠. 4대보험이 되는 회사에 취업을 하면 받던 혜택이 없어지니까 죄책감은 있지만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정부 지원금을 더 받았던 거예요.

그래서 상담을 했는데 저는 하나라도 기술을 더 배워서 안정된 일자리를 찾으면 국가에서 주는 취업 장려금을 또 주니까 생계비 한 푼 더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죠. 우리가 하루, 이틀 일하고 어딜 가는 게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제대로 된 직장을 잡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죠. 그랬더니 그 이후에 이 분은 전기학원을 다녀서 관리사무소에 취직해 전기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데요. 성실해서 반장까지 맡았다고 합니다. 급여도 많고 생활도 안정되고 더 잘 살고 있습니다.

이예진: 그래요. 일용직으로 정부 지원금을 받기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오래 일하는 게 낫죠. 월급도 오르고요. 그런데요. 좋은 직장의 요건 중에 아마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탈북자들은 아무래도 잘 몰라서, 혹은 오해해서 남한 사람들과 부딪치는 일들이 많잖아요. 그런 일들로 상담한 경우도 있나요?

마순희: 가끔 있는데요. 40대의 한 여성분은 4대 보험이 되는 회사에서 2년을 일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얼마 지나면서 탈북자 기업에 주는 정부의 고용지원금도 기한이 다되어가서 그런지 사장님이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새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탈북자들을 받으려고 자신을 일하기 힘든 먼 곳으로 작업배치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안하다고 전화가 왔거든요. 그래서 제가 우선 오해일 수도 있고, 어떤 회사든 스트레스가 있는데다 지금 그만두면 새로 다시 일을 배워야 한다고 했어요. 그분도 계속 그 회사에 다니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아무리 사장이라도 마음대로 내 보낼 수 없게 하는 보호 장치가 바로 고용보험이라고 알려 주었어요. 그랬더니 얼마 전에 전화가 왔는데 사장님과 관계도 좋아졌고 새로운 탈북자들도 입사했지만 자신이 선배로서 책임자가 되어서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힘들다고 해서 그만두라고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끔찍한 일이죠.

이예진: 자유롭게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아도 되는 곳이 바로 남한입니다만 정착과 적응, 제대로 하려면 좀 참으면서 꾸준히 일을 배워나가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