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서 매일 나오는 뉴스들 중에는 요즘 집값, 요즘 전세 사정이 어떤지에 관한 소식이 빠지지 않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는 얘기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유난히 ‘내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한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집 없는 설움’이라는 말이 있죠. 특히 한국에선 자신의 명의로 된 집이 아닌 남의 집을 빌려 쓰는 사람들이 다달이 집세를 내거나 혹은 몇 년에 한 번씩 계약을 다시 하면서 이사를 자주 가거나 집세를 올려줘야 할 때 이런 말들을 합니다. 우선은 작은 땅덩이에 특히 서울에 사람들이 몰려 살다보니 서울 집값이 만만치 않기 때문인데요. 그나마 탈북자들에게는 한국 정부에서 주택을 대여해주니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마순희: 정말 그렇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하나원을 나오면서 주택을 배정해 주기에 주택사정이 어떠한지 전혀 모르고 살았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는 기간에 실무적으로는 모든 수속들이 진행되는데요. 처음 조사를 받으면서 진술한 자료들에 근거하여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 호적등본 등 서류들과 함께 거주지와 임대주택도 선정이 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에 대하여 전혀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대한민국을 소개하는 책자를 보면서 거주지를 결정하는 거지요. 북한에서는 평양에서 살고 싶어도 아무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잘 알지는 못해도 서울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또 그렇게 신청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배정된 주택에 비해 신청자가 많은 서울 같은 지역은 제비뽑기로 대상자를 선정하기도 한답니다.
거의 대부분 하나원을 수료하고 거주지에 도착하면 깨끗하게 준비된 국민임대주택에 들어가게 된답니다. 하나원을 나오면서 식구 수에 따라서 주거지원금이 지원되는데요. 예를 들면 1인 주택인 경우에는 1300만 원정도, 그러니까 만3천 달러 정도, 2인 가구는 1700만 원정도, 만7천 달러 정도의 주거지원금이 나오는데요. 지역에 따라 임대주택 보증금이 다르다보니까 보증금을 지급한 나머지 금액은 5년 후에 본인에게 지급해 준답니다.
이예진: 보증금이라고 하면 청취자 여러분은 모르실 것 같은데 북한식으로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요?
마순희: 그러게요. 북한에서는 보증금을 내고 하는 일이 없다보니까 담보금이라고 해야 할까요? 주택에 살 수 있는 담보금을 미리 낸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이예진: 네. 주택을 계약할 때 일부를 보증금이라고 해서 집주인에게 내게 되는데요. 계약이 끝나면 돌려받게 되는 것이지만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증거금인 동시에 어느 한편이 임의로 계약을 깰 때 위약금으로 볼 수 있는 게 바로 이 보증금이죠. 이럴 때 필요한 돈을 하나원을 나온 탈북자들에게 국가가 지급한다는 말인데요. 탈북자들이 주로 계약하는 임대주택은 대부분 아파트인 거죠?
마순희: 네. 그렇습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아파트를 국가에서 그냥 대여해주는 게 아니라 주택을 알아봐주고 그 주택을 대여할 수 있는 지원금을 준다는 거죠?
마순희: 그렇죠. 말씀드린 것처럼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주거지원금으로 보증금을 지급하고 들어가는 거죠. 지역에 따라서 영구임대주택이나 국민임대주택, 공공임대주택 등 사정에 따라 공급되는 주택의 가격과 형태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생활 하는 데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식구 수에 맞게 배정하기에 큰 불편 없이 살고 있는데요. 혼자 살고 있는 1인 세대라 해도 방 한 칸에 거실, 부엌, 화장실 등과 함께 수납공간이 있는 베란다도 있고요. 1인 세대가 살고 있는 집을 비교하면 제가 북한에서 다섯 식구가 사는 집보다 훨씬 크니까 큰 불편 없이 살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저와 딸 셋이 함께 4인 가족이라 임대주택치고는 꽤 넓은 평수랍니다. 20평인데요.
이예진: 66 제곱미터 정도 되네요.
마순희: 네. 게다가 겨울에는 추운 줄 모르고 살 수 있도록 언제든지 보일러가 있고 더운물, 찬물이 나와 편하게 설거지를 할 수 있는 개수대, 욕조, 북한에서는 목욕통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것까지 있는 화장실까지, 정말 얼마나 편하게 살고 있답니다.
이예진: 그래요. 사실 임대주택이라고 하면 한국에서 그렇게 넓은 평수는 아닙니다만 북한에서 살다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그렇게 작게 느껴지지는 않았겠네요. 국가가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 대여해주는 공공 임대주택 제도가 있는데, 한국에 정착을 원하는 탈북자들에게는 모두 이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해준다는 거죠.
마순희: 네. 저희들은 처음에는 임대주택이라는 개념을 잘 몰랐거든요. 사실 북한에서는 도시에 있는 주택은 도시경영사업소가, 저희처럼 중소도시에서 살 때에는 도시경영사업소와 기관기업소 주택들이 다 따로 있었거든요. 그래서 도시건설아파트, 광산주택, 임업기계사택, 제재공장사택, 군당사택, 안전부사택, 철도사택 등등으로 불리게 되는 거죠.
지금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북한에서도 개인이 주택을 사고팔고 한다지만 제가 살 때까지는 그런 것은 전혀 상상도 못 했죠. 다만 주택관리 부서에서 일보는 사람들이나 영향력 있는 간부들에게 줄을 대서 좋은 위치, 혹은 좋은 집을 배정받는 경우는 있었지요. 한마디로 북한에서 주택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거든요.
그러나 한국에서는 주택의 의미가 다르더군요. 자기명의의 주택을 가지고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정한 보증금을 내고 주택을 임대받아서 살 수도 있고 다른 사람 명의의 집에 전세로, 혹은 월세로 살기도 하더라고요. 쉬운 말로 말하면 전세라 하면 한 번에 보증금을 많이 내고 매월 관리비만 부담하는 것이고, 월세란 보증금은 적지만 대신 매월 임대료를 내면서 살아가는 거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맞아요. 특히나 집을 사는 개념이 아닌 월세 등으로 빌려 쓰는 게 일상인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선 ‘내 집’에 대한 개념이 상당히 크죠. 그래서 몇 십 년 열심히 벌어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요즘엔 조금씩 그런 의식에도 변화가 있어서 다달이 월세를 내고 집을 빌리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긴 합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집에 대한 개념이 좀 다른 한국에서 탈북자들이 궁금해 하는 주택문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남북하나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