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종합상담] 탈북자가 궁금해 하는 사소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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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 정착하기로 한 이상, 무엇이든 알아야 삽니다.

하지만 탈북자들에게 지금까지와 다른 삶의 방식, 다른 문화의 사람들, 특히 주도적으로 나서야 가능한 경제활동에는 모르는 게 너무 많은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탈북자들이 궁금해 하는 사소한 것들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에서 알려드립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지난 시간까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심리 상담을 해드렸는데요. 오늘부터는 조금 더 범위를 넓혀서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살면서 생기는 일,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탈북자 전문 상담사로 일하고 계신 마순희 선생님과 탈북자 상담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전반적인 것들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순희 선생님은 국립의료원에서 3년 동안 탈북자 전문 상담사로 일하셨고, 지금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 2년째 상담사로 일하고 계신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신 건가요?

마순희: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 종합상담센터가 있는데 1년 365일, 24시간 계속 탈북자나 남한 사람들 누구나 궁금한 걸 전화 등으로 물어보면 언제든지 답해드리는 곳입니다. 통일부와 그 밖의 정부 정책이나 지원제도에 대한 문의가 많고요. 취업, 교육, 의료지원 등에 대한 문의가 많습니다. 생활 전반적인 것에 대한 문의라고 볼 수 있죠. 하나를 가르쳐드리려면 열 가지를 알아야 하는데요. 대부분 저희가 원활하게 대답해드리지만 저희가 대답을 못 하거나 전문 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연결까지 시켜드립니다.

이예진: 요즘엔 주로 어떤 상담이 많습니까?

마순희: 요즘에는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했을 때 의료비는 어떻게 지원되는지, 지원재단 사업 중 산모도우미제도, 영유아 교육, 취업 등에 대한 질문이 많은데요. 지원재단의 취업지원센터에는 탈북자뿐 아니라 탈북자를 고용하려는 분들의 문의전화도 많습니다.

이예진: 남한 분들의 문의전화도 많다는 얘기네요.

마순희: 네. 그분들은 지원재단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탈북자를 지원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전화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가끔 독특한 상담도 있는데요. 탈북 여성에 관심이 많은 남한 남성들 중에 어떻게 하면 소개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예진: 남남북녀를 알고 계신 분들이 탈북 여성을 만나고 싶어 하는군요. 그런데 전화를 하신 분들에게 전화만으로 충분한 답변이나 해결방안을 드리지 못할 땐 어떻게 하나요?

마순희: 그럴 땐 그 분이 살고 계신 지역으로 연결시켜드리거든요. 전국적으로 저희가 100명의 전문 상담사가 지역마다 있어요. 하나센터라고 탈북자들의 초기정착을 돕는 지역기관이 있어서 이런 곳들을 소개시켜드리는 편입니다.

이예진: 굉장히 많은 전화를 받으실 텐데 한 달에 몇 통 정도 전화를 받으시나요?

마순희: 개별적으로 한 달에 한 120건 정도, 상담사가 10명 정도니까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되죠.

이예진: 그 많은 분들 가운데 생각나는 상담이 있나요?

마순희: 많은 분들이 생각나지만 어떤 분은 정착 초기에 지하철이 몇 시에 운행하는지부터 한 가지, 한 가지 생활하는 것 전부를 묻는 분이 계셨어요. 너무 의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에 전화하셨을 땐 인터넷에서 어떻게 정보를 찾는지, 지역별로 어떤 안내전화가 있는지 안내해드렸죠. 그분들 스스로 의존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밤에 전화가 오는 경우도 있어요. 응급상황 같은 것이 아니라 막연히 속상할 때 하소연할 곳이 없어 전화하는 분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2, 30분 씩 전화를 하면 전화 주신분의 비용이 많이 나오니까 다음에 전화하시면 안 될까요?’ 했는데 그분의 하신 말씀이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내가 이런 기분으로 밖에 나가면 다른 사람들한테 화풀이를 할 것 같다. 차라리 공감할 수 있는 선생님들한테 하소연이라도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전화했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땐 그냥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죠.

이예진: 선생님께서도 사실 처음엔 남한 생활이 많이 낯설었을 텐데 그럴 때 어떻게 하셨나요?

마순희: 저는 2003년에 북한을 나왔거든요. 그 땐 하나센터나 전문 상담사도 없었어요. 이 사회와 연결되는 건 담당형사 전화번호 하나 밖에 없었죠. 그래서 저는 혼자 해봤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할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잘못 타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요.

이예진: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기 때문에 상담을 더 잘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특별히 상담사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신 계기가 있었나요?

마순희: 처음에 한국에 와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할 땐 시간이 좀 있어서 민간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했는데요. 그 때 새조위라는 그 단체 대표님이 취직을 시켜줬어요. 제가 배치 받은 일자리가 국립의료원 북한이탈주민 상담센터였는데요. 그 때 탈북자 분들에겐 치료받는 일 말고도 제기되는 문제가 많았어요. 어떨 땐 아쉽더라고요. 누군가 알려줬으면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을 텐데 싶었죠.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제 적성에도 맞는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습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의 인생선배로서, 전문 상담사로서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마순희: 저는 상담하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탈북자들이 몰라서 전화로 물을 때 처음엔 가르쳐드리면 그대로 따라하거든요. 하지만 하나하나 계속 가르쳐드릴 수만은 없잖아요. 그분들이 언젠가는 이 땅에서 제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다 가르쳐드리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어디에서 어떤 정보를 스스로 얻을 수 있는지, 살아가면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상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희 동료 상담사들한테도 하는 말인데요. 우리 탈북자들은 우리가 도와줘야할 취약계층이 아니라 우리가 손잡고 같이 이 땅에 살아가야할 동반자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누구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탈북자들한테서 배우고 그리고 가르치면서 함께 나가는 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네. 그런 생각이 우리 탈북자 여러분을 든든하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 이 시간부터는 본격적으로 탈북자들이 살면서 궁금해 하는 분야별 궁금증들,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