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의 수는 2만4천명에 가깝습니다.
1990년대 후반에는 탈북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12%정도였지만 2000년 이후부터는 가족단위나 자녀와 함께 온 여성의 입국이 체계적으로 늘어 지금은 탈북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80%에 이르는데요.
남한 사회에서도 여성 혼자, 혹은 자녀만을 데리고 탈북한 여성들을 돕기 위한 복지정책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한국에 사는 탈북 여성들이 궁금해 하는 사소한 질문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에서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종합상담센터의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탈북여성의 이야기라고 하면 마순희 선생님께서도 하실 말씀이 많을 것 같아요.
마순희: 네. 저도 여성이니까요. 북한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은 사람이 바로 여성들이었거든요. 그래서 탈북하는 경우도 많고요. 중국이나 남한에 와서도 가정을 책임져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에 두고 온 가족을 책임지려고 해요. 자기 자신도 정착하기 힘든데 가족들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 여성을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북한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회에 가서 적응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 탈북 여성이라 겪는 문제들이 또 따로 있잖아요.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뭘까요?
마순희: 가장 대표적인 문제라면 심리적인 거죠. 북한이나 중국에 두고 온 가족을 데려와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 이 땅에서 돈을 벌어야 가족을 도울 수 있다는 마음이 커요. 그래서 취직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고요. 자신을 돌보기보다 가족 생각을 먼저 하느라 심리적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예진: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마음고생을 참 많이 한다고들 하는데, 그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남한에 와서 다시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일부터 하려다보니 마음의 치유가 늦어지는 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 치료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이 시간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과 좀 더 자세히 나눠보기로 하고요. 심리적인 문제 말고도 어떤 어려움들이 있을까요?
마순희: 탈북 여성들도 다른 탈북자들과 똑같이 북한에서 배운 지식이나 기술은 쓸 수가 없잖아요. 취업훈련이나 공부를 모두 새롭게 해야 해요. 그래서 우선 고민인 게 취업이고, 여성은 가정도 돌봐야 하다 보니 시간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이중고를 겪게 되죠.
이예진: 처음 남한에 왔을 때는 그야말로 사는데 필요한 모든 것들에 다 부딪치게 될 것 같네요. 특히 여성들이 상담전화로 많이 물어보는 게 뭐였나요?
마순희: 취업이나 취업훈련에 대한 질문도 많았고요. 가정이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상담에 대한 질문도 많은 편입니다.
이예진: 선생님께서 상담한 전화 중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나요?
마순희: 네. 제가 상담한 여성들 중에 새벽 세 시 넘어 전화를 한 여성이 있는데요. 진짜로 전화를 받느냐고 하면서 혹시나 해서 전화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본인이 밤에 일을 하는데 일을 하다가도 두고 온 자식 생각에 눈물이 난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자식이 어디에 있냐고 했더니 중국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 아이를 데려올 수 있는지 문의를 했는데요. 사실 그게 상황마다 다 달라요. 그 아이가 중국에서 출생신고를 했는지 안 했는지에 따라 법적 절차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무료 법률상담을 연결해줬고 몇 달 후에는 그 딸을 데려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었어요. 아이가 한족 사이에서 커서 9살인데도 한글을 하나도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학교에 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엄마가 일을 하지 않고 애만 붙잡고 있을 수도 없었던 거죠. 그래서 힘들다고 저희한테 또 전화를 했어요. 그래서 저희가 지역의 상담사와 연결해서 그 지역의 복지관 등을 알아봤더니 대안학교가 있더라고요. 아이가 어리긴 하지만 숙식이 보장되고 전문 선생님이 교육을 해주는 곳이라 엄마도 아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수 있었죠. 평일에는 엄마가 일을 하고 주말마다 아이를 보러 간다고 해요. 중국에서 열악하게 살았던 아이는 주변에서 잘해주니까 밝아지고, 한글도 다 배울 수 있었대요. 그 엄마도 근심 없이 잘 살고 있고요. 그래서 가끔 감사하다고 전화가 지금도 와요.
이예진: 네. 여성들이 그래요. 제일 먼저 자녀를 생각하게 되죠. 엄마의 마음이 잘 담겨있는 사례네요. 자녀와 함께 온 탈북 여성들이 이렇게 아무 도움 없이 남한에서 아이를 키우기는 쉽지 않죠. 특히나 남한에 와서 친정엄마 없이 아기를 키우는 탈북 여성들의 심적 부담도 크지 않을까 싶어요.
마순희: 많은 여성들이 한국에 와서 새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낳는데요. 한국에서 여성이 임신했을 때는 ‘고운맘 카드’를 줘서 국가에서 경제적 도움을 줘요. 이건 임신하면 출산하기 전까지 50만 원 한도 내에서 검사비, 치료비 전액을 다 지원받습니다. 금액을 다 못 썼을 때는 출산할 때 사용하면 되고요. 한국에선 거의 모든 여성들이 매달 정기적으로 태아의 상태도 마음 놓고 출산까지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그렇죠. 한국에선 임산부면 누구나 50만 원, 그러니까 460달러가량을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주고 있고, 지역별로 자치단체에서 출산용품이나 육아지원을 따로 해주고 있어서 우리 탈북 여성들도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마순희: 또 아이를 출산할 때 산후조리를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부담이 되잖아요. 그럴 때 탈북 여성이 이용할 수 있는 ‘산모도우미 제도’가 있어요. 산모도우미가 무료로 산후조리를 다 해주고 출산지원금도 지원을 해주고 있어서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예진: 탈북 여성들을 위한 남한의 지원정책이 꽤 있는데 몰라서 잘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더라고요. 탈북여성들을 위한 남한사회의 제도적 지원, 또 어떤 것들이 있나요?
마순희: 네. 탈북 여성들은 대부분 자기 문제보다 자녀 교육이 더 고민되잖아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는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서 3세에서 6세 아동에 대한 학습지 교육도 지원하고요. 영어에 취약한 탈북 자녀들을 위해서 1대 1로 원어민 강사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화상 영어교육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남한에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도 꽤 높습니다. 인식도 많이 바뀌었는데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여성 후보도, 해외에서 이주한 여성 출신 국회의원도 있습니다. 그래서 탈북 여성에 대한 남한 사회의 관심도 큰데요. 남한 내 탈북 여성들을 위한 출산, 육아, 취업, 생활안정을 위한 지원정책은 그래서 점점 더 향상될 겁니다. 언젠가는 탈북 여성의 정. 재계 진출도 늘어나지 않을까요?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