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탈북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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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더 많은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 한국을 떠났던 탈북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선진국으로 떠났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온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탈북자들이 한국을 떠나 유럽 등으로 떠나는 이유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그렇다면 실제로 탈북자들이 많이 정착한 영국 등 유럽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하나요?

마순희: 그렇긴 해요. 그 나라에서 받아주기만 하면 복지가 잘 되어 있어 괜찮은가 봐요. 사례들마다 서로 다른데요. 제가 알고 있는 우리가 하나원에서 같은 기에 나온 분들 중에도 영국에 간 사람들이 있는데요. 젊은 부부가 아기를 데리고 갔었습니다. 그런데 그 나라에서는 자녀가 성장할 때까지 생계비가 나오기 때문에 걱정 없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에 가서 두 번째 자녀를 낳았는데 자기들 네 식구 중에서 그 애가 받는 금액이 가장 높다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시민권자라서 그렇군요.

마순희: 또 다른 한 명은 한국에서 국제심판 자격증을 받아 가지고 나갔었는데 영국에 가서도 그 계통으로 잘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동네에서도 몇 집 간 사람들이 있는데 어쩌다 연락이라도 되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초기에 영국에 간 사람들은 대부분 잘 정착하고 있는 것 같은데 갈수록 심사기준이 까다로워지고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희 한 고향에서 온 지인분도 어느 날 갑자기 자녀들을 모두 데리고 영국으로 떠나버렸습니다. 공항에서 문자가 왔는데 이상해서 다시 전화해 봤더니 전화기가 꺼져있더라고요. 한 동네 사는 사람들에게 알아보니 영국에 갔다는 겁니다. 그런데 후에 소문을 들으니 영국에 갔다가 한국에 도로 왔었는데 아무한테도 왔다는 말도 안하고 있다가 몇 달 지내더니 어느 날 모두 캐나다로 갔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어디서 잘 살고 있는지 가끔씩 생각이 납니다. 고향에서 제 남편과 한 직장동료라고 저의 집에 몇 년을 동거해서 살던 사람들이라 참 식구 같은 분들이었는데 어디에 가서든지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예진: 복지제도가 안정되어 있는 영국이나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난민에 대한 복지혜택도 크기 때문에 그런 선진국을 찾는 탈북자들이 있다는 얘긴데요. 하지만 복지가 좋다고 해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 하고 못 하는 건 개인차가 있나 봐요.

마순희: 네. 저의 아파트 위층에 사는 가정에서도 캐나다로 갔는데요. 부부가 함께 가면 불안하니까 먼저 엄마가 세 자녀와 함께 출국했습니다. 세 자녀 중에 고등학생 누나는 공부를 잘 해서 학교생활이 별 문제가 없었는데 초등학생인 두 아들이 문제였습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기도 힘들어하고 부모가 맞벌이하면서 관심을 못하다 보니 짬나는 내로 PC방에 드나들면서 부모 속을 태웠습니다.

애들 엄마는 미용자격증을 딴 후 미용실에서 일하다가 자녀들을 데리고 캐나다로 갔는데 애들이 우선 잘 적응해서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그 나라에 가서 애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학교에 다니는 것이 가장 좋았고 미용사 자격증이 있었기에 미용실에서 일할 수 있어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가족이 잘 적응하면 따라간다고 했던 남편을 제가 얼마 전에 만났는데 가족이 내년쯤엔 한국에 다시 돌아올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이예진: 남편이 따라가려고 했는데 가지 않고 아내와 아이들이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얘기군요.

남편: 네. 애들의 교육 때문에 외국에 나갔는데 그만하면 애들도 잘 적응하는 것 같고 그래도 살아가는 데는 아무래도 한국이 낫다고 생각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집은 다행이 주택을 반납하지 않아서 돌아와도 집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이예진: 적응을 못하고 다시 한국에 돌아오는 경우가 생기는 걸 보면 떠나기 전에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마순희: 네. 그렇게 돌아온 경우가 있었는데요. 24세 되는 청년이 취업을 해야겠는데 일자리를 찾게 해달라고 상담전화가 왔습니다. 알고 보니 아는 여성의 조카였습니다. 유럽에 가서 잘 적응했다고 하던 가족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온 식구가 돌아 왔습니다. 부모와 두 자녀가 함께 사는 가족이었는데 그 나라에 간 탈북자들이 안 좋은 일로 충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 정착했었다는 것이 탄로가 나고 모두 강제로 추방당했다는 것입니다. 요즘엔 외국에 나가도 심사가 엄격해져서 되돌아오는 사례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예진: 많은 분들이 북한에서 망명하는 것으로 불법 입국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죠. 또 그렇게 다시 한국에 돌아오는 일도 쉽지만은 않죠?

마순희: 네. 돌아올 수는 있죠. 물론 각자의 조건이 어떠한지에 따라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불법행위가 없이 그냥 출국했던 경우라면 경제적인 여력만 되면 돌아오는데 별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체류기간이 지났거나 그 나라에 가서 거짓말로 진술을 하고 불법으로 국적을 취득했다가 그 나라 국적으로 한국에 입국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를 것입니다. 입국장에서 바로 조사실로 옮겨서 하루 정도 조사를 받고 경우에 따라서는 벌금을 물고 나오는 경우도 봤고요. 또 어떤 분들은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비행기 삯이 없어서 못 온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만일 불법 행위를 하고 출국했다면 돌아오는 경우 법적 처벌을 각오해야 할 것이고 만일 한국에서 불법대출을 받아 가지고 나갔거나 하는 사람들 경우에는 그 대출금을 갚을 조건이 안 되면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빚도 빚이지만 제가 생각해 볼 때 평생 안고 갈 마음의 빚이 더 크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그럼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도 탈북자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을 다시 받을 수는 있는 건가요?

마순희: 그렇지는 않습니다. 거주지보호기간이 끝났다면 북한이탈주민으로서 받을 수 있는 특별한 혜택은 더 기대할 수 없겠지요.

이예진: 한국에 어렵게 다시 온 만큼 그 전과는 생활태도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마순희: 외국에 나가 보면 한국이 얼마나 좋은지를 더 깨닫게 되더라고 했는데요. 노르웨이에 가서 몇 년을 살고 온 한 탈북자는 습하고 항상 흐리터분한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대한민국의 맑은 날씨가 그렇게 소중한 것을 몰랐었다고 했습니다.

제가 상담했던 청년도 일자리를 찾으면서 아무 일이라도 열심히 할 수 있다면서 취업지원센터에 등록을 했고 얼마 전에 우리 동네의 식당에 일자리가 있어서 그 어머니를 소개해드리려고 했더니 벌써 청소업체에서 일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어떻게 해서든지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겠다는 의지가 남다른 것 같아보였습니다. 그러나 이외로 한 번 외국에 나갔다가 되돌아 온 경우 또 다른 나라로 나가는 사례들도 많답니다.

이예진: 조금 더 나은 곳을 바라는 분들이 또 계시다는 거죠. 탈북자들이 조금 더 현실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많은 탈북자들이 이 땅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또다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서 타국으로 나가는 현상을 그대로 방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탈북자들이 이 땅에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이 땅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는 각오를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지원정책이나 지원 사업들이 더 큰 성과를 기대하려면 우리들 탈북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는가 하는데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들이 있어도 실지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우리 탈북자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나원 교육기간이나 수료 후 하나센터에서의 교육 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부분 즉 정착의지를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막연하게 듣고 속으로만 상상하던 한국사회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주고요. 다 좋다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점이 좋은지 어떤 점이 힘든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것인지를 사례를 통해서 제대로 알려 주어야 합니다.

또한 처음부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켜야 할 법률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불법을 저지르면 어떤 대가를 지불한다는 것을 사례중심으로 반복적으로 교육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물론 지금도 교육을 하고 있지만 좀 더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각오만 확고하면 정착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은 능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고 또 다른 길을 모색하는 일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노후대책이 미비한 북한이탈주민들에게 거주지 보호기간이 지나면 부양의무자기준을 꼭 같이 적용하는 문제와 노년층의 근로소득과 생계비문제, 노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 문제, 그리고 여성 취업과 육아 문제, 청소년들의 학교적응문제 등 모든 지원 사업들이 탈북자들의 특성에 맞게 잘 연구하여 맞춤형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예진: 한국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거나 또 다른 나라로 떠나는 탈북자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생각을 갖고 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가져온 결과이기도 합니다. 탈북자들을 위한 복지제도는 아직 미흡합니다. 하지만 그걸 변화 발전시킬 수 있는 건 탈북자들, 바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