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종합상담] 탈북 남녀의 정착 속도가 다르다?

사진은 강원 춘천시 삼천동 자유회관 웨딩홀에서 강원서부하나센터 주관으로 열린 '북한이탈주민 합동결혼식'.
사진은 강원 춘천시 삼천동 자유회관 웨딩홀에서 강원서부하나센터 주관으로 열린 '북한이탈주민 합동결혼식'.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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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 가운데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도 높고요. 여성의 사회활동도 남성보다 두드러집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 남녀의 정착 속도가 달라 생기는 문제들을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새해를 축하합니다.

마순희: 네. 새해를 축하합니다.

이예진: 새해를 맞아 탈북자들의 마음가짐도 좀 남다를 것 같은데요. 남한에 잘 정착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잘 살고 싶은 마음, 누구보다 더 클 겁니다. 그런데요. 행복한 가정을 이뤄야 할 아내와 남편, 혹은 엄마와 아빠 사이가 남한에 와서 더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고요?

마순희: 물론 많은 가정들이 한국에 와서도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탈북하여 한국에서 생활하다보면 혼자서 살고 있는 분들에 비해 외로움이나 가족에 대한 걱정 등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는 있지만 어려운 점도 있답니다. 사소한 견해의 차이가 점차 커지고 서로가 믿음이 깨어지고 서로 상대방 탓만 하다 불화가 커지고 그러다보면 극단적인 결심을 하는 경우도 간혹 있답니다.

이예진: 그러면 북한에서 그럭저럭 잘 지냈던 부부나 연인이 남한에 와서 헤어지거나 불화를 겪는 이유는 뭘까요?

마순희: 북한의 가정은 일반적으로 한국보다 더 가부장적이고, 남녀평등을 구호로 외치기는 하지만 한국보다 남존여비사상이 더 심하지요. 그리고 법적으로는 특별한 이혼사유가 없으면 이혼하기가 쉽지 않고 이혼 신청하더라도 서로 이해하고 살아라 하는 식으로 화해와 재결합을 유도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다보니 이혼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탈북자들 경우에는 남편과 아내가 함께 탈북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여성들이 먼저 탈북하거나 아니면 여성들이 중국에 왔다 갔다 하면서 자본주의를 경험한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여성들의 정착은 비교적 쉬운 반면에 남성들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정착하기도 어렵고 여성들이 빨리 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거부감도 많은 것 같습니다. 남성들이 제대로 정착하여 가장으로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정을 책임지고 나갈 정도의 역할은 잘 안 되는데 북한식 사고 방법으로 남편으로서의 권위만 내세우려한다면 여성들은 당연히 그러한 남편에게 실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 있을 때 함께 토론해도 제대로 조언도 해 주고 힘이 돼 주지도 못 하다 보니 자연히 남편에게 순종하고 따르는 마음이 밖으로 돌려지게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예진: 북한에서의 삶과 남한에서의 삶의 방식이 다르다보니 탈북 남녀의 정착 속도가 다르다는 말씀인데요. 그런 게 문제가 돼서 상담한 사례도 있었나요?

마순희: 한국에 처음 나왔을 때 남성들보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보니 취직도 여성들이 먼저 하게 되고 좀 더 빨리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국립의료원에서 일할 때 저의 마을에 사는 40대 중반의 남성이 상담실에 찾아 온 적이 있었습니다. 식욕도 없고 소화가 안 되고 힘이 하나도 없어서 큰 병이 든 것은 아닌지 하여 병원을 찾았는데 검사해 보니 알코올 중독성 간염으로 소화불량이 온 상태였습니다. 북한에서는 아픈 줄 모르고 살았고 술도 많이 마시는 축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물어 보았더니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면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처음에 아내가 식당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돈을 많이 버는 대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해야 했습니다. 취직을 못 했던 남편은 집에 있는 시간이 많고 자연히 집안일은 남편의 몫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아홉 살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는데 특히 괴로운 것은 시장에서 장을 봐 오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집안 청소하고 밥하는 것은 집안에서 하는 일이라 남의 눈에 띄지 않지만 시장바구니 들고 오는 일은 남들의 눈치가 보여서 정말 하기 싫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그래도 가장이라고 소리치며 살았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가 생각하면 억울하기도 하고 자기 처지가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고 하여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합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이 농촌에서 일하다 온 그에게 맞는 일자리도 없었고요. 몇 번 퇴짜를 맞고 보니 자신감도 없어지고 다시 엄두도 나지 않고 그러다 보니 술을 마시는 일이 잦아 졌고 일하고 들어 온 집사람에게 늦게 들어온다고 생트집을 잡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 분은 애 엄마가 다른 남자가 생긴 게 틀림없다고 단정하면서 홧김에 술만 마시고 하다 보니 이 지경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예진: 사례를 봐도 그렇고요. 주변에서 봐도 탈북 여성들은 그런 면에서 적응을 잘 하는 편인데요. 남성들은 절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마순희: 그래서 그 남성분에게도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리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당당해 지려면 취직부터 해서 가장으로서 체면도 서고 아들 앞에 떳떳한 아빠로 되어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북한에서 배운 기술이 없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한국사회에 맞는 것이 못 되므로 취업을 위한 중장비학원에 등록하도록 하였습니다. 학원에 다니는 동안에는 훈련비도 나오고 자격증을 취득하면 자격증 취득 장려금도 받을 수 있고 취직도 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고 학원에 연결도 해 주었습니다. 북한식 즉 가부장적인 생각을 버리고 아내도 자식도 존중해 주고 서로 이해하고 도우면서 살아가는 것이 가정을 지키는 길이라고 이야기해 주었죠. 그리고 그 아내도 만나보았는데 실제로 이혼하려고 그런 것은 아니고 애를 봐서라도 살아야 하는데 남편이 자극을 받으라고 그런 말을 했다고 하면서 앞으로는 많이 내조하겠다고 하더군요.

이예진: 아무래도 이런 일들이 탈북 가정이 해체되는, 그러니까 부부가 이혼하게 되는 원인들이 아닐까 싶은데요. 또 어떤 일들로 탈북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가 있었나요?

마순희: 다행히 그 남성분 가정은 일이 잘 해결되어 남편이 취직도 하고 지금은 잘 살고 있지만 그 비슷한 일로 이혼하는 사례도 가끔 있곤 합니다. 그리고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남편이나 아내 중에서 한 쪽만 한국에 와서 새로운 상대를 만나서 결혼을 했는데 죽은 줄 알았던 배우자가 다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지방의 한 남성은 도강하던 아내가 총에 맞아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북한에서 다른 여성과 재혼하여 한국에 와서 잘 살고 있다가 중국에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한국에 찾아 온 본 부인과 다시 만나는 소설 같은 일도 있었답니다.

이예진: 간혹 이런 일들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편이나 아내 어느 한쪽만 탈북한 경우 북한에 남은 배우자와의 이혼을 원할 때 북한에서는 절차도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남한에서는 쉬운 편이잖아요.

마순희: 예, 남한에서는 이혼할 때 협의이혼이면 함께 가정법원에 가면 쉽게 이혼이 되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일이고요. 북한에서 혼인관계가 있던 사람들인 경우에는 이혼을 하려면 서울가정법원에서만 접수가 가능합니다. 법원에 이혼서류와 함께 배우자가 보호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통일부장관의 "재북 배우자의 보호결정여부에 관한 확인서"를 받아서 혼인관계증명서, 이혼 사유서, 주민등록등본 등을 첨부하여 제출하면 됩니다. 이혼 사유서는 본인의 이혼 사유에 대해서 자필로 써서 첨부해야 합니다. 이혼청구 후 공시송달의 기간인 2개월의 시간이 지나면 효력을 발생합니다.

이예진: 그래서 이혼을 했는데, 원래의 아내를 다시 만났다...반가우면서도 참 당혹스러운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일이 없으리란 보장도 없고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없을까요?

마순희: 어쨌든 결혼이나 이혼이나 다 마찬가지로 심사숙고해야 되겠죠. 지금의 분단 상황에서는 본인이 직접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떤 사실이 진실일지는 제대로 된 판단이 어려운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혼자서 살 수도 없는 일이기에 다만 심사숙고하시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이예진: 함께 살아도, 떨어져 살아도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탈북 가정에 서로에 대한 믿음이나 배려가 참 중요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마순희: 가족이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사이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남한테는 할 수 없는 지나친 말이나 행동 등으로 하여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가족이기 때문에 더 힘들고 아프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소중한 내 가정 내 가족을 지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고 항상 마음속에 새기고 명심하는 말이 있습니다.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새해에도 보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 모두 함께 함께 힘내시기 바랍니다.

이예진: 탈북 남녀의 정착 속도는 다르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가짐만 같다면 같이 극복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