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심리상담] 남남북녀 연애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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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이십년 이상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한 순간에 만나 사랑할 때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죠? 싸우면서 이해하고, 이해하면서 맞춰가고, 그러면서 조금씩 사랑도 성장할 텐데요. 북한이탈주민과 남한 사람이 사랑할 때 겪는 성장통은 더 크고 깊은가 봅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오늘은 서로 다른 문화에서 자란 남북 출신이 연애할 때 생기는 갈등에 대해 얘기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오늘은 북한이탈주민들이 겪는 심리적 갈등 중에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일 수도 있겠는데요. 대부분 북한이탈주민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남한사람일 때 그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심각하다고 하는데요. 먼저 남한 남자와 연애하면서 갈등을 이미 겪었던 탈북 대학생 이수련 양의 사례를 듣고 자세한 상담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수련: 저의 정체성을 숨기는 게 싫었어요. 중간에 말하는 경우도 있고 처음부터 말하고 만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저도 그렇고 보수적이어서 연애하면 결혼으로 연결시켜요. 이 사람을 만날 땐 나중에 남편감으로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 만나는 거거든요. 그런데 요즘 남한 애들은 결혼과 연애는 별개라고 하는데 저나 북한에서 온 친구들은 보수적인 면이 있어요.
어려서부터 그렇게 배워 그런지 처음에 사람을 만날 땐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북한에서 왔다고 말을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어느 날 얘기를 했는데 태도가 변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반반이죠. 처음에 자연스럽게 대하던 것과 달라지더라고요. 놀라고 거부감이 들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 친구의 부모님 세대도 반공교육을 받으면서 북한에 대한 거부감이 있잖아요.

이예진: 북한이탈주민과 남한 사람이 사귈 때 가장 먼저 생기는 갈등은 바로 이런 것들인 것 같습니다. 특히 어려서 한국에 온 수련 양처럼 북한 사투리도 거의 없고 생활 방식도 다른 게 느껴지지 않아서 직접 말을 하지 않으면 북한 출신이라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먼저 말을 하고 사귈 것이냐, 사귀다가 서로 마음이 잘 통하고 이 사람과 결혼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북한 출신이라는 걸 말할 것이냐를 두고 혼란스럽다고 하는데요. 선생님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전진용: 글쎄요. 저도 고민을 많이 하겠지만 먼저 말할 것 같습니다. 상황을 잘 모르고 그 감정을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말을 먼저 할 것 같습니다.

이예진: 그런데 일반적으로 북한이탈주민들은 말하기 쉽지 않다고들 하더라고요.

전진용: 제가 만나는 북한이탈주민들 얘기를 들어봐도 이탈주민이라는 걸 숨기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 것들 때문에 갈등이나 추후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숨긴다고 해서 언제까지 숨길 순 없거든요. 말할 시점이 오게 되어 있는데 거짓말을 하다보면 계속 또 다른 거짓말을 낳게 되고 수습하기 어려운 사태까지 생기거든요. 나중에 말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진 않습니다. 오히려 안 좋게 느낄만한 사람이라면 나중에 말한다고 마음을 바꾸진 않겠죠. 그럴 땐 먼저 말하고, 힘든 부분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적응하는 데 더 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예진: 제 생각에도 먼저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큰 용기가 필요할 것 같고요. 특히 수련 양은 자신이 북한 출신이라는 걸 밝혔을 때 마음이 돌아서는 남한 사람들도 절반가량은 된다고 말했는데요. 남한 사람들은 어떤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일까요?

전진용: 막연한 선입견인 것 같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어떨 것이다.' 이런 거죠. 실제로 북한이탈주민들을 만나본 사람들은 덜 할 텐데요. 그러지 않은 사람들은 머릿속에 그리던 북한 사람을 북한이탈주민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막연한 선입견으로 왜곡된 판단을 하는 거죠. 북한이탈주민도 남한 사람에 대해 그렇게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요. 예전에 건강 강의를 했을 때 내과 선생님한테 들었는데요.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남북한에서 가장 많은 질병이 무엇일지 질문을 했는데요. 이 선생님은 남한에서 요즘 즉석으로 요리해 먹거나 열량이 높고 영양가는 좀 낮은 식품들을 많이 먹고 운동을 덜 해서 생활습관으로 인한 병이 많아서 그런 걸 말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에 성병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선입견을 가지고 볼 수 있다는 거고요. 북한이탈주민들도 남한에 오기 전까지는 남한의 상황에 대해 잘 모르게 되고 남한 사람들도 북한이탈주민들을 접하지 않으면 자기 머릿속에 있는 편견을 가지고 대하다 보니까 갈등이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남한이나 북한이나 서로에 대한 선입견이 비슷하게 크다는 얘기네요.

전진용: 네. 대하지 않은 상태에서 머릿속에 그려진 선입견이 커지는 거죠.

이예진: 그래서 만나고 겪으면서 빨리빨리 알아나가야 되겠네요. 그런데요. 남북의 현실을 떠나서 사랑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사실 동전의 양면처럼 사랑과 꼭 붙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랑의 필수적인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연애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가요?

전진용: 네. 연애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경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있고요. 물론 남한에 계신 분들도 연애나 부부간의 갈등 때문에 상담하러 오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흔히 성격차이가 가장 많은데요. 한 쪽에서는 기대를 많이 하고 한 쪽에서는 그 기대를 채워주지 못해서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요. 예를 들면, 부인이 남편한테 생일을 잘 챙겨주지 못한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보면 남편 입장에서는 부인의 입장을 듣고 나중에 챙겨줬다는 거죠. 하지만 부인은 미리 알아서 챙기지 못하고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는 게 불만이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그래도 생일을 챙겼는데 챙긴 사실 자체를 무시하는 아내에게 불만이 생기면서 그런 갈등이 커지면서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대화의 기술이 부족하면 이런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요. 예를 들면 '당신은 나한테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면 좋은데 '당신은 나한테 사랑이 부족해.' 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사랑이 왜 부족하다는 건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몰라서 정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이예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도 있었잖아요. 남자와 여자의 본성이 다르다는 내용이었는데 다른 본성은 아무래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네요. 대화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북한이탈주민과 남한 사람 사이에 필요한 대화의 기술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음 시간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