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그 중에 개신교, 그러니까 교회에 다니는 탈북자들이 참 많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교회에 많이 다니는 이유를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발간한 2016 북한종교자유백서를 보면 현재 종교를 묻는 질문에 응답한 탈북자 1만1030명 가운데 개신교 44.2%, 불교 10.7%, 천주교 10.2%로 나타났습니다. 종교가 없다고 답변한 탈북자는 28.8%고요. 남한 내에서도 개신교 신자 수가 더 많은 것으로 해마다 조사되고 있긴 한데 탈북자들이 특히 더 개신교, 그러니까 교회에 많이 다니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이유가 있을까요?
마순희: 탈북자들이 거의 절반이 다 되는 사람들이 교회에 나간다고 통계에 나왔는데 저희가 사는 동네에 보면 거의 60-70%가 교회에 나가는 것 같아요.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고요. 우리가 하나원에서 나온 후 아직 짐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을 때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린 것이 바로 교회 집사들이었습니다. 그럴 정도로 교회는 전도하는데 가장 적극적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자리도 잡기 전에 찾아오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우리를 그렇게 관심해주고 찾아주는 사람이 고맙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교회들에서는 새 신자를 늘리기 위해서 전도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천주교나 불교 등 다른 종교에서는 그렇게까지 집에 찾아다니며 전도하지는 않더라고요. 어떤 교회들에서는 초등학교 주변이라든가 아니면 상가 앞에서 혹은 길거리에서 커피 자판 같은 것을 벌려놓고 또 추운 날에는 뜨끈한 어묵이나 떡볶이를 무료로 시식하게도 한답니다.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마다 자기들 교회에 나오라고 전단지에 사탕이나 일회용 휴지 같은 것을 넣어서 나누어주기도 하거든요.
이예진: 맞아요. 저도 많이 받아봤습니다. 굉장히 선교활동에 적극적인 종교에서는 집으로 찾아오거나 길에서도 선교하는 분들을 종종 접하게 되는데요. 몰랐던 분들은 그런 분들을 통해 종교를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되면서 종교 활동을 시작할 수도 있지만 관심이 없거나 원치 않는 분들도 계실 거란 말이죠. 그럴 때 탈북자 분들은 어떻게 대처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마순희: 네. 종교 활동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괜찮은데 전혀 믿고 싶지 않은데 계속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주거나 하면 기분이 상하죠. 그래도 정면에서 뿌리치지는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받아가지고 가다가 쓰레기통에 넣어버리기도 한답니다. 지금은 그런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안쓰럽기도 하고 참 열심히 전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그전에는 거절하지 못하고 그냥 받아가지고 가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버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냥 거절하죠. ‘저 다니는 교회가 있어요’라고 하면서요.
이예진: 그렇군요. 반대로 종교 활동을 해보고는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모르는 분들도 계실까요?
마순희: 얼마 전에 한국에 나온 지 8년차 되는 한 남성분이 주일인데 전화가 왔습니다. 예배 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문자를 보냈다가 예배가 다 끝나고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무슨 일로 전화했는지 물어보았더니 마침 쉬는 날이라 문안 인사한다고 전화했었다고 하면서 선생님도 교회에 나가시는가고 놀랍다는 것입니다. 교회에 나가면 무슨 도움이 되는지, 자기는 그 시간에 일이라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은 농촌에 가서 살다가 서울에 올라와서 일한지 얼마 안 되는 분이었는데 농촌에서 살 때는 잘 몰랐는데 서울에 오니 모두들 교회에 나가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주일에는 쉬는 날이라 지금처럼 무료하게 보내지 말고 가까이에 있는 교회에 나가면 많은 사람들도 알게 되고 혼자서 점심을 드시는 것보다 교회에서 따뜻한 식사도 할 수 있고 좋은 점이 많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종교가 있기에 선택은 본인이 하겠지만 한 가지 종교라도 가지고 생활하다보면 소속감도 생기고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도 도움도 받을 수 있고 좋은 점이 더 많을 것 같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그 분이 동네의 교회에 나가는데 괜찮더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무엇보다 혼자서 우두커니 쉬는 것보다 나가서 사람들도 알게 되고 설교를 들으니 신기하다는 것입니다.
이예진: 지금까지 얘기를 들어보니까 탈북자 분들은 우선 종교 안에서의 신앙생활보다는 종교라는 또 하나의 단체, 그러니까 또 하나의 사회를 통한 소속감과 안정감도 중요하고, 종교로 알게 된 주변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도 꽤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탈북자 분들 중에는 어떤 확신을 가지고 종교 활동에 헌신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아요.
마순희: 맞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바로도 많은 탈북자 출신 목사들이 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있고 지금도 신학대학들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목회를 하고 있는 탈북자가 두세 명이 있고 전도사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군 합니다. 물론 저희들보다 후에 탈북하신 분들 중에는 북한에서부터 지하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해왔다는 탈북자들도 있고 중국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혹은 그런 사람들과 연계되었다가 북한당국의 박해를 피해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에 저 또래의 여성분이 있는데 세 아들 중에 두 아들이 교회 목사로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인도 선교 사역을 한다고 외국 봉사도 다녀오더군요.
이예진: 개신교에서 사역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교회를 위해, 혹은 신을 위해 하는 교회 내 모든 종교 활동을 말하죠.
마순희: 네. 그렇죠. 얼마 전에 제가 만난 양강도 출신의 한 여성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 여성의 할아버지가 의사였는데 친구가 남한 사람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친구 분이 중국에 들어가서 할아버지와 연결하여 북한에 기독교를 전파했었는데 그것이 탄로가 났다는 것입니다. 그 때 그 여성이 20대 초반이었는데 유일하게 할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중국에서 보내준 돈과 쌀 등을 북한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고 성경책도 함께 보급했었습니다. 탄로 났을 때에는 이미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라 심부름을 하던 그 여성분만이 체포되었답니다. 굉장한 사건의 주모자를 잡았다고 출세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던 보위부 부장의 일군의 야심 때문에 어머니가 아무리 돈을 찔러주어도 구해낼 길이 없었답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그 여성은 갇혀있던 건물에서 창문을 뜯고 도망을 쳤고 중국을 거쳐서 대한민국에 입국했지요. 한국에 와서 그 여성은 기독교정신으로 설립된 연세대학에서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세브란스병원에서 10여년을 간호사로 일하면서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접했던 신앙이 그 여성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던 것입니다.
이예진: 이럴 때 신의 도움이 있었던 거다, 종교인들은 그렇게 말씀들 하시죠. 이렇게 많은 탈북자 분들이 지원과 혜택, 소속감 등을 위해 종교 활동을 하지만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특히 낯선 사회에 발을 내딛기 힘들어하는 탈북자들에게 만남과 교류의 장을 만들어주는 종교 활동, 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다음 시간에 얘기 나눠 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