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의 6, 70대 어르신들은 종종 공부 못 한 게 한이 된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전쟁 등 어려운 시절을 겪느라 시기를 놓친 분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못했던 공부를 남한에서 시작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공부에 나이는 따로 없다'고 말이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늦깎이 탈북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새해를 축하합니다.
마순희: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예진: 새해가 되면 연초에 몇 가지 결심들을 하게 되죠. 올해엔 꼭 이루겠다는 결심, 선생님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가요?
마순희: 사실 저도 새해가 되면 새해에는 꼭 어떤 일을 이루고야 말 것이라고 결심하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죠. 그런데 워낙 목표를 크게 세우다 보면 작심삼일이 되기도 하고 정작 한 해가 다 저물어 갈 때 한 해를 뒤돌아보면서 후회가 되는 적도 없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금년에는 소박한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예진: 어떤 건가요?
마순희: 그 동안 목표로 세우고 열심히 노력했던 대학도 졸업하게 되었으니 조금은 시간적으로 그리고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맡은바 업무에 대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여 제가 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의 업무를 더 원만히 수행할 수 있도록 자신을 더 많이 준비하겠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업무에 대한 실무편람으로부터 전문상담 지식과 문학서적에 이르기까지 하루에 10장 이상의 책을 꼭 읽어야 되겠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금년에 또 한 가지 중요한 일은 열심히 산다고 미처 관심을 돌리지 못했던 건강에 신경 쓰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한 주일에 적어도 3일 이상은 한 시간이상 걷기운동을 하려고 하고요. 평소에 많이 웃고 여가생활도 좀 즐기면서 여유롭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알찬 계획들 세우셨네요. 탈북자들 중에서도 그런 새해 결심 중 하나가 미뤘던 공부라고 대답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요. 나이가 어린 경우에는 바로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대학 공부를 준비하는데요.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그게 쉽지 않잖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저도 4년 전에 국립의료원 상담실에 근무하면서 제가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60세에 대학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단단히 결심하고 시작한 대학공부였지만 정작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것이 보람차고 행복한 것도 있었지만 일하면서 하는 공부가 정말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내가 그렇게 원했던 공부이고 또 이 나이에 뭔가를 이루겠다고 시작해 놓고 도중에 그만 둘 수는 없다는 의무감, 그리고 중요하게는 식구들과 많은 지인들의 격려와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완주하여 드디어 대학을 졸업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처럼 많은 분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포기하지 않고 북한에서 못 이루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새롭게 정착하는 남한사회에서 다른 사람에게 뒤지지 않도록 쉽지는 않지만 학업을 목표로 세우고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예진: 상담하시면서 특히 나이 들어 공부를 시작하려고 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점들은 뭐가 있다고들 하시나요?
마순희: 일반적으로 35세 미만인 경우에는 교육지원을 받아 정규대학에 갈 수 있지만 나이가 그 이상 되거나 교육보호기간이 끝나면 정규대학에 갈 수 없기에 사이버대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북한에서는 사실 사이버대학이라고 하면 잘 모를 수 있는데 북한의 야간대학이나 통신대학처럼 일하면서도 대학공부를 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하루 중에 자신이 가능한 시간에 컴퓨터의 동영상 강의로 대학의 과정을 배우는 것입니다.
일반 대학이든, 사이버대학이든 탈북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이 컴퓨터 활용, 영어, 학술적인 전문용어의 이해, 리포터작성 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이버대학은 컴퓨터로 강의를 듣게 되고 과제도 컴퓨터로 제출해야 하기에 컴퓨터교육을 우선 받은 후에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영어 과목을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데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북한에서 러시아어 즉 로어를 배웠었는데 영어가 필수과목이어서 영어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제 나이에 가는 학생들도 그렇지만 학과 선택 역시 쉽지 않은 문제일 것 같은데요. 늦깎이 학생들은 그래도 하고자 하는 공부가 좀 뚜렷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요?
마순희: 대학을 선택할 때 우선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죠. 늦깎이 학생들도 무엇을 배워야 할지, 그것이 자신의 적성과 하고자 하는 일에 필요한 공부인지를 먼저 신중하게 검토해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상담하던 분들 중에 50대 초반에 공부를 시작한 탈북자 여성분이 있었습니다. 제가 하나센터에서 선배특강을 하면서 만났던 분인데요. 북한에서는 사범대학을 졸업한 여성이었습니다. 60대이고 또 북한에서 대학도 못 다녔던 제가 대학 2학년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자기도 공부를 시작해 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거죠. 그분 같은 경우에는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했기에 한국에서 사이버 대학을 다닐 때에는 3학년에 편입해서 2년만 다니면 졸업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분이 우리 탈북자들이 대부분 선택하는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했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자기와 잘 맞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더랍니다. 더구나 사회복지학개론 같은 것을 배우다 보면 사회복지의 역사에 대한 이론공부를 해야 하는데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론이 도무지 머리에 들어가지 않더랍니다.
그래서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한 학기를 공부하고 그만두었습니다. 지금 그분은 북한에서의 적성을 살려서 탈북학생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도와주는 코디네이터로 취직하여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대학 공부는 하지 않았지만 더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예진: 일단 접해보고, '아 이게 아니구나' 이런 걸 느끼는 것도 중요하죠.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과 대학교에 가서 실제로 배워보면 또 그렇게 차이가 나기도 하죠.
마순희: 네. 또 제가 만난 30대 중반의 한 여성은 북한에서 광업전문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전문대 졸업이므로 사이버대학 3학년에 편입하여 경영학부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서 동아리 모임이나 지역 모임 등을 하는데 거의가 현직에서 일하시는 사장님들과 자영업자들이 많은 학과인지라 골프모임, 와인 시식모임 등 우리 탈북자들의 생활수준과는 정말 거리가 먼 모임들이 많더랍니다.
자신에게 반드시 필요할 것 같지도 않은 모임에 경제적인 부담도 적지 않은데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참가하지 못한다고 할 수도 없었고 결국 한 번, 두 번 빠지다 보니 서로 소통도 어렵고 공부도 머리에 안 들어오고 하여 도중에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그 뒤에 자신의 적성과 초등학생 아들을 돌보아야 하는 가정적인 조건을 만족하는 직업을 다시 선택하게 되었고 직업훈련을 거쳐서 지금은 사진기자로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는 전형적인 한국의 아줌마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사례를 놓고 보면 교육지원이 된다고 무작정 시작하고 보는 공부보다는 자신의 적성과 조건에 맞는,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을 받도록 선택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인생의 밑그림이 달라지기도 하는 그 선택이 사실 가장 어렵기도 한데요. 그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도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이유는 뭘까요? 다음 이 시간에 알아보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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