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종합상담] 중국서 온 아이, 북한서 온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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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겨울방학이라도 남한의 아이들은 무척 바쁩니다. 다양한 취미활동도 해야 하고요. 미리 미리 다음 학년 공부도 해놔야 하고요. 방학이니만큼 친구들과 혹은 가족과 특별한 여행도 떠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방학을 맞은 탈북 가정은 어떨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요즘 눈도 많이 내리고 날씨가 계속 춥다보니까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들 올 겨울 어떻게 지내실까 걱정도 되는데요. 남한에 계신 탈북자 분들은 올 겨울을 어떻게 보내실까도 궁금합니다. 특히 자녀들이 있는 가정은 대부분 자녀들이 겨울방학을 맞아서 함께 할 시간도 많을 것 같거든요.

마순희: 네. 추워도 더워도 걱정 없는 저희로서는 북한의 남아있는 가족들이 이 추위에 어떻게 지내고 계실지 항상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립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지만 한국도 지금 학생들은 모두 방학을 맞이했습니다. 사실 저도 겨울 방학이 길어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저의 집에서도 손자 손녀들이 방학이라 얼굴 볼 일이 더 많아지리라고 생각했는데 애들이 모두 방학이라도 얼굴 보기가 힘들 정도네요. 학원이다, 스키캠프다, 농구교실이다, 태권도 학원이다, 피아노학원이다 하면서 방학에 더 많은 활동을 하는 것 같네요. 하지만 저의 상담실에는 방학이 없는가 봐요. 요즘은 방학이라 그런지 자녀에 대한 상담도 많이 들어옵니다.

이예진: 탈북 자녀들과 부딪치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저희 상담 시간에서도 많이 다루기는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담들이 있었나요?

마순희: 탈북 자녀들을 둔 어머니들의 고민이 꽤 많았는데요. 우선 자녀들이 어떤 경로로 탈북했는지에 따라 겪는 갈등도 조금씩은 달랐습니다.

40대의 한 여성이 중국에서 소학교 6학년에 다니는 딸을 데려왔답니다. 그 어머니의 말이 딸이 중국에서 조선족학교를 다녔는데 공부도 잘하고 모범학생으로 표창도 받았기에 한국에 데려와도 아무 문제없을 줄 알았답니다. 어렵게 수속을 해서 데려와 학교에 전입시켰는데 키가 반에서 제일 작더래요. 그래도 공부를 잘 하면 잘 적응하겠지 했는데 공부도 힘들어해서 학원에 보냈답니다. 그런데 학원에서도 공부에 집중하지 못 하고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관심을 좀 주라고 그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딸과 얘기하다보면 두 세 마디 오고 가기 전에 목소리가 높아지고 결국 다툼으로 이어지다보니 이제는 딸과 말하기도 두렵다고 했습니다. 한 두 번의 상담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겠다 생각했죠. 그래서 어머니의 부탁을 받고 시간을 내서 딸을 만나 보았더니 처음에는 서먹서먹해서 이야기하려 하지 않다가 우리 손자, 손녀들의 이야기를 섞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더니 그제야 마음을 열고 속을 터놓더라고요.

중국에서 살 때에는 공부만 잘 하면 되었는데 한국에 오니 애들도 얼마나 외모에 관심이 많은지, 적응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공부는 적당히 따라가더라도 친구들과 지내는 시간도 많았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놀러 다닐 시간이 있으면 공부나 더 하라고 하면서 친구들이 전화 오는 것까지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장판 검사를 해서 키가 더 클 수 있는지 검사해 보고 싶고, 키가 크는데 도움이 되는 운동이나 도움이 되는 약도 먹어보고 싶은데 엄마는 시간이 나면 공부하라는 말 밖에 없고 자기의 마음 같은 것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예진: 아이가 몇 살이었죠?

마순희: 15살이었습니다.

이예진: 한창 외모에 관심이 갈 때네요. 키도 더 크고 싶고요. 그럴 때 엄마의 관심이 더 필요하죠. 또 다른 전화도 있었다고요?

마순희: 네. 40대의 한 여성은 북한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던 15세 아들을 데려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담임선생님 전화가 왔더랍니다. 아이의 학교생활이 심각하다고 하더래요. 북한과 남한의 학제도 다르고 더구나 과목이 전혀 생소한 것이 많아서 따라가기를 힘들어 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북한에서 직접 오다보니 말투가 다르고 모를 것이 있어도 말투를 보고 애들이 놀릴 것 같아서 물어 볼 수도 없었답니다. 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 하는 것은 물론 자존심을 건드린다고 친구들에게 손찌검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애는 점점 말수가 적어지고 북한에서 어려웠지만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을 더 그리워하고 있었지만 힘들게 자신을 데려 온 엄마한테는 내색도 못 했다는 것입니다. 자유롭게 의사를 말하는 다른 애들과 달리 심지어 엄마에게조차 제 마음을 터놓지 못 하고 혼자서 속을 썩이는 것이 얼마나 안쓰러운지 말하는 엄마도 듣는 저도 함께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예진: 그런 부분까지는 저도 생각 못 했는데 중국 등 제 3세계를 거쳐 한국에 정착한 탈북 청소년들과 북한에서 바로 한국으로 오게 된 청소년들이 갖는 마음가짐이 이렇게 다르네요. 다른 만큼 아이들이 바라는 것도 다를 것 같아요.

마순희: 그렇죠. 어떤 경로로 탈북했는지에 따라 아이들이 겪는 혼란이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자본주의가 도입된 중국에서 온 아이들과 전혀 다른 체제에서 살던 북한에서 바로 온 아이들이 느끼는 현실은 크게 다른 거죠. 중국이나 북한에서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어가는 외모나 키 같은 문제가 한국에서 정착하는 애들에게도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엄마들도 처음 알게 된 거죠.

이예진: 아이들의 눈높이를 잘 읽지 못해서 부딪치는 엄마들이 굉장히 많은가 봐요?

마순희: 그렇죠. 엄마들은 뒤떨어진 공부가 제일 큰 걱정이지만 애들의 관심은 이외로 다른 곳에 가 있더라고요. 애들의 마음을 몰라서 그렇지 일단 애들의 마음을 알게 되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풀린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마을에 살고 있는 아까 그 여성분도 딸의 마음을 알게 되자 딸과 함께 병원에 가서 성장판 검사도 했고요. 하지만 크게 희망적이지는 않았대요.

이예진: 키가 더 클 확률은 낮다는 거죠. 키가 얼마나 됐기에 크고 싶었을까요?

마순희: 저희 손녀가 중학교 1학년인데 그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인데도 저희 손녀보다 한 뼘 이상 작았어요. 북한에 사는 아이들이 대체로 다 그렇게 키가 작아요. 그렇지만 운동을 하면 2, 3센티미터는 더 클 수 있다고 했고 함께 걱정해 주고 이해해 주는 엄마를 보면서 딸도 많이 고마워하고 학교생활도 더 잘하고 있답니다. 또 가끔 가다가 딸이 친구들이랑 함께 놀이동산으로 가거나 영화관에 가도 그전처럼 막무가내로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해요.

이예진: 그렇군요. 또 15살 된 아들을 둔 어머니는 요즘 어떻다고 하나요?

마순희: 얼마 전 송년 모임에서 잠깐 만났었는데 많이 밝아진 모습이었습니다. 그 지역의 전문상담사 선생님과 연계하여 어려워하는 과목들에 대해서는 개별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복지관의 방과 후 프로그램에 다니면서 보충학습과 여가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점차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것 같고 특히 아들도 많이 활발해져서 자신감도 생긴 것 같고 엄마와 대화도 잘 되고 있다고 합니다. 확실히 아이들이 적응하는 것도 시간과 노력이 다 함께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예진: 그러네요. 듣고만 있어도 마음이 훈훈해지는데요. 아이한테도, 엄마한테도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이 각각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도와주는 선배나 기관도 많이 있는데요. 다음 이 시간에는 이럴 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