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가정의 자녀들은 방학을 맞아 불만이 더 생겼습니다. 엄마, 아빠는 일하느라 바쁘고 시간이 남는 아이들은 뭔가 하고 싶고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엄마의 계획, 어떻게 짜면 좋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자녀가 하고 싶은 일, 엄마들이 잘 몰라서 충돌이 생기기도 하죠. 선생님께서도 딸 셋을 두신 엄마시잖아요. 한국에 와서 의사소통이 잘 안 돼서 부딪친 적이 있으신가요?
마순희: 저는 딸들이 모두 성인이 된 후에 한국에 왔잖아요. 딸들이 워낙 천성들이 착했고 철없는 애들도 아니어서 적응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가장 문제가 된 것이 적응하는데 세대 간 차이인 것 같았어요. 50살이 넘은 저의 고정관념이 새로운 한국문화에 빨리 빨리 적응해 나가는 20대의 딸들을 따라 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 때문에 부딪치는 일들도 많았고 서로가 마음고생들도 많았답니다. 치마길이가 너무 올라간 것 아니냐, 저녁에는 일찍 들어와라, 무대의상이 마음에 안 든다, 심지어 다이어트를 한다고 먹는 것을 조절하면 그래도 사람이 살아가자면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첫째라면서 맛있는 음식을 해 놓고 먹지 않는다고 야단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지금 제가 생각해도 딸들이 숨이 막히지 않을 수가 없었겠죠.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때에는 정말 힘들기도 했지요. 평생 말대답 한 번 안 하던 딸이 제 의사를 거역하고 감히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면 안 되겠느냐고 할 때에는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하면서 배신감과 허탈감에 밤잠을 이루지 못 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간과 실지 체험이 약인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힘들면서도 어려운 일이 제기되면 언제 그랬느냐 싶게 서로가 한 마음이 되어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가 서로를 많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예진: 혼란을 겪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생기잖아요. 엄마들이 그런 부분도 인정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한국에서도 탈북 청소년들의 정서나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가요?
마순희: 우선 한국의 정규학교에 편입하기 힘들 정도로 학업이 미진하거나 학업 공백 기간이 긴 경우에는 대안학교들에서 그 동안의 학제들에 대한 속성교육을 하여 정규학교에 들어 갈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들이 일하면서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가지기 힘들 때에나 혹은 혼자서 한국에 입국한 미성년 청소년들의 경우에도 숙식이 보장된 많은 대안학교들에서 구김살 없이 생활하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그 외에 정규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경우에도 복지관이나 지역의 봉사단체들에서 방과 후 공부방을 운영하여 미진한 학습들에 대해 보충수업을 해 주고 탈북단체 NK지식인 연대에서는 북한 교사출신들의 모임을 조직하여 가정 방문으로 학습지도를 해 주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북한이탈주민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영어 학습을 돕기 위해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는 원어민 교사들과의 1:1 화상영어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해 주기도 합니다.
이예진: 컴퓨터를 통해 직접 얼굴을 보면서 영어로 대화하는 프로그램 말이죠?
마순희: 그렇습니다. 또 영어 공부를 위해서는 성통만사를 비롯한 많은 단체들과 주한 외국 대사관들에서도 영어프로그램을 실시하여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학령 전 아동들을 위한 학습지 지원도 무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보를 알게 되면 자녀교육에서 어려운 점들은 많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모든 프로그램들의 성과 여부는 받아들이는 대상자인 탈북 청소년들의 마음가짐과 노력에 많이 달려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공부 외에도 방과 후 농구, 축구, 배구, 수영 등 체육교실들과 독서모임, 음악, 태권도 등 다양한 과외프로그램들을 활용하여 남북한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고 친해져 나가는 모임들도 많습니다.
이예진: 네. 아이들이 원하는 문화 활동, 엄마들이 원하는 보충수업 등 다양한 청소년 활동이 있네요. 이게 다 무료인가요?
마순희: 그럼요. 탈북 청소년을 위한 활동들은 먼저도 말씀드렸지만 거의 무료로 이뤄집니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종합상담실로 전화를 하시면 필요한 정보들을 다 알려드리는데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저희 종합상담실 뿐만 아니라 각 지역마다 탈북자들의 정착을 돕고 있는 하나센터나 지역의 복지관들과 지역에 파견된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들에 문의하셔도 필요한 정보들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예진: 전문 상담사로서 탈북 가정의 엄마와 자녀가 겪는 혼란을 줄일 수 있는 제도가 더 있어야 한다면 어떤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마순희: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학원이나 방과 후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도 효과적이었습니다. 양천구의 저의 동네에서는 지역구 의원님의 적극적인 지원활동으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그리고 고등학생들까지 학원에 보내면서 학부모들의 후원 모임을 조직해 학원과 연계하여 성적이나 참여도 등을 직접 관리하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성적도 눈에 띄게 좋아져서 아이들이나 학부형들의 대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맞춤형 지원이 점차 확대되면 탈북청소년들의 공부는 물론 학교적응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직 부모들도 이 땅에 적응하느라고 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여유가 별로 없고 미처 여가생활이나 문화 활동에 관심을 가질 겨를이 별로 없습니다. 서울시에서 작년 여름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제주도 2박3일 여행을 조직해 주셨습니다. 평소에 시간을 낼 수 없었던 저의 큰 딸과 손자가 함께 참가했었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답니다. 많이 배운 것도 좋았지만 오랜만에 아들과 대화도 많이 할 수 있었고 더 친해질 수 있었다면서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이번에도 서울시에서는 탈북 가족을 대상으로 강원도 평창으로 1박 2일 겨울여행을 조직했습니다. 평창이라고 하면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뜻 깊은 고장이기도 하지요. 평창의 눈발을 날리며 신나게 스키도 타고 눈썰매도 타게 된다고 합니다. 저는 탈북자들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서 가끔은 가족과 함께 여유를 보낼 수 있는 가족친화적인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예진: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아이들도 하다보면 방학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 것 같네요.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