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심리상담] 북한이탈주민들의 명절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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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설 명절을 앞둔 한국 사람들은 벌써부터 부모, 형제를 만나러 갈 채비를 서두르며 들떠 있습니다. 이와 달리 북에 가족을 두고 온 북한이탈주민들은 설 명절이 다가올수록 외로움과 그리움이 깊어지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명절을 맞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심정을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오늘은 설 명절을 앞둔 북한이탈주민들의 심정을 돌아볼 텐데요. 한국에서는 명절만 되면 고속도로가 꽉 막힐 정도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가는 자동차 행렬이 밤새 이어지는 일이 다반사죠. 하지만 텔레비전으로 귀향 행렬을 보면서 마음 아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고향을 떠난 북한이탈주민들인데요. 북한이탈주민들은 다가오는 설이 반갑지 않다고 합니다. 북한이탈주민의 심정은 어떨까요?

사례1: 명절이 싫더라고요. 다른 북한이탈주민들도 그럴 거예요. 혼자 있어야 하니까요. 다른 남한 사람들은 민족의 대이동이라고 해서 고향을 찾고 오가는데 저희는 텔레비전만 봐야 하잖아요. 집에서. 텔레비전만 보는 것도 좋은데 가족 생각이 자꾸 나서 문제죠. 옛날 추억이 자꾸 생각나고요. 그래서 술을 마시죠. 계속 울음이 나더라고요. 가족 생각, 북에 있는 친구들 생각하면요. 어릴 때 소꿉놀이하던 친구들은 어떻게 아기 낳고 잘 사나 상상하면서요.

이예진: 네. 들으신 것처럼 혼자 온 북한이탈주민들은 아무래도 명절에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슬픔이 가장 크겠죠?

전진용: 네. 아무래도 평소 때는 가족과 떨어져 있지만 가족과 떨어져 있다는 상태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죠. 바쁘게 일한다든지, 적응하느라 잊고 사는데 텔레비전에 설 특집 방송이나 장마당에서 장보는 장면, 차표 예약하는 장면, 막히는 고속도로 등을 보게 되면 다들 고향을 찾아가는 분위기가 느껴지게 되거든요. 그러다보면 자신은 가족이 없다는 게 인식이 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되고 그래서 더 큰 외로움을 느끼게 되죠. 그리고 평소 우울감이 있던 사람들은 바쁘게 살면서 미처 생각 못 하다가 설 명절에 며칠 쉬면 여유가 생기면서 떠오르게 되고 주변에서 그런 분위기를 자꾸 만들면서 우울감이 더 커지는 거죠.

이예진: 한국 전쟁과 함께 이산가족이 된 분들과 북한이 고향인 실향민 역시 비슷한 감정이겠죠?

전진용: 네. 이 분들과 북한이탈주민들의 공통점이 고향에 갈 수 없다는 것이거든요. 그것으로 인한 상실감이 커지게 되는 거죠. 아까 말씀하신 이산가족이나 실향민 1세대들은 연세가 많아졌지만 지금도 설이나 추석에 같이 모여서 외로움을 달래기도 하고요. 일부는 휴전선 근처에 몰려 살면서 서로 의지하기도 하고 임진각에 가서 합동 차례를 지내기도 하고 설 당일에 고향 땅을 바라보면서 명절을 보내는 경우가 많이 있죠.

이예진: 타향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누구나 다 있을 것 같아요. 해외에 나가도 향수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전진용: 자신이 있었던 환경에서 낯선 곳으로 가면 고향이 그리워지는 건 당연하잖아요. 특히 해외 유학생이나 지방에서 서울로 일하러 온 사람들에게는 상황이 사실 여러 가지가 다르잖아요. 외국에 나가면 한국과 음식이나 문화, 사회 환경이 다른 것처럼 말이죠. 서울에 살던 사람이 지방에 내려가면 음식이나 환경이 달라서 고향이 그리운 경우도 있으니까요. 특히 명절이 되면 고향이 그리워지고 그래서 힘든 건 보편적인 일인데요. 또 명절이 아니라 몸이 아픈 데 누군가 챙겨줄 사람도 없다는 게 더 서러워지기도 하거든요. 저도 학교 다닐 때 지방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데 추석 명절에 집에 가지 않았어요. 텔레비전에서는 고향에 가는 사람들이 많은 기차역이나 버스 터미널 장면들을 비춰주고요. 당일이 되니까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거든요. 그럼 뭔가 사러 갈 수도 없고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해먹기도 어렵죠. 친구들도 고향에 간 친구들이 많아서 공허하기도 하고 힘들고 가족들이 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저야 언제든 고향에 갈 수가 있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은 갈 수 없어서 그 아픔이 더 클 것 같고요. 이렇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누구나 느끼게 되는 감정인 것 같습니다.

이예진: 네. 그런데 향수병이나 가족과 떨어져 느끼는 외로움이 어떤 신체적인 증세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나요?

전진용: 네. 몸과 마음은 분리할 수 없거든요. 향수병이나 가족과 떨어져 외로움을 느끼다 보면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거든요. 두통증세로 머리가 아프거나 잠을 잘 못 자거나 소화불량 등의 소화 장애가 나타날 수 있는데요. 혼자 지내다 보면 아픈 경우가 있는데 심리적인 원인으로 인해서 더 심해지기도 하고요. 주변에 사람이 없으니까 몸이 아파서 끼니 챙기기도 힘들고 약도 나가서 사 먹기도 힘들다보면 증세가 더 심해지죠. 병이 심해지다 보면 몸이 아프고 그러면 또 우울하고 외롭게 되는 거죠. 이런 것들이 악순환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예진: 집 떠나 몸 아프면 서럽다고 하잖아요. 올해 북한이탈주민들이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전진용: 네. 모두 건강하셔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이예진: 남한으로 떠난 사람이 있는 북한의 가족 역시 설 명절에 느끼는 그리움은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다시 만나 풍성한 설 명절을 함께 할 생각으로 좀 더 용기를 가지면 어떨까요?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