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 전문 상담사인 마순희 선생의 손전화는 종종 불이 납니다. 개별적인 상담전화가 오면 한참 얘기를 듣고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바쁜데요. 가끔은 무언가에 화가 나서 전화하는 탈북자들도 있습니다.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여러 번 전화하는 경우도 있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최근 마순희 선생의 손전화에 불이 나게 한 사연을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탈북자들을 위한 한국 정부의 지원이나 혜택이 분야별로 세분화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혜택들을 잘 몰라서 못 받는 탈북자들이 아직도 많더라고요. 특히 용어 같은 것도 낯설어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죠?
마순희: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에 처음 오면 낯선 외래어 때문에 많이 혼란스럽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외래어가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전문용어에 대해서 잘 몰라서 물어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며칠 전 경기도 지역에서 취업훈련학원을 경영하는 한 탈북여성이 전화가 왔습니다. 조건부수급자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왜 그런 질문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 보았더니 수급자로 있는 여성이 본인의 학원에서 취업훈련을 받으려고 하는데 그러면 수급자가 아니라 조건부수급자가 된다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한국에 온지 얼마나 되었는지 물어보았더니 본인도 온 지 4년 차인데 한국인 남편과 함께 학원을 운영한다고 했습니다. 학원 경영한다는 사람이 조건부수급이 무슨 말인지 모른다면 뭐라 할 것 같아서 다른 사람에게 못 물어보고 저에게 물어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분에게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드렸습니다.
이예진: 그런데 우리가 수급자, 수급자 이런 말을 자주 하는데 이게 줄임말이죠?
마순희: 네. 기초생활수급권자의 줄임말이죠.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없어 생계비를 지원받고 있는 분들을 기초생활수급권자라고 하는데요. 생계비를 지원받는 것도 가구 상황에 따라 일반 수급자, 보장시설 수급자, 조건부 수급자 등 3가지로 분류됩니다. 일반수급자는 집안에 일을 할 능력 있는 사람이 없을 경우 일반가정에서 생활하면서 생계급여가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고, 보장시설수급자란 요양원이나 쉼터 등 사회보장시설에서 급여를 받는 수급자를 말합니다. 보장시설이라는 것은 사회복지시설로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면서 보호를 하는 시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건부수급자란 수급자 중에서 자활활동에 참여할 능력이 있다고 보고 자활활동에 참가하는 조건으로 생계급여가 나가는 거라고 볼 수 있는 거라고 자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도움이 있다고는 하지만 4년차에 취업훈련학원을 경영하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격려해 주면서 모르는 것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항상 전화로라도 문의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문의했던 그 교육생인 경우에 국가에서 생계급여를 받는데 학원에서 또 수당을 받으면서 공부를 하면 수당이 나옵니다. 그러면 중복지원이 되기에 조건부수급자가 되는 거죠.
그분이 학원을 졸업하면 현재 혼자서 8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기에 양육자로서 당연히 수급자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도 설명해드렸습니다. 애기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양육하는 경우에는 근로능력이 없는 것으로 되어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수급자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예진: 이중적으로 지원을 받지 않도록 한 게 바로 조건부 수급자라는 거네요. 지원이나 혜택과 관련한 용어가 낯설다보니 듣고 계신 분들도 어렵다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탈북자분들도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다른 탈북자들은 이런 혜택을 받는데 나는 왜 안 되느냐 이런 분들도 계실 거 같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어떤 혜택을 받을 조건이 되면 누구에게나 똑같이 받을 수 있게 되어있는 체계지만 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신청제입니다. 조건이 되더라도 본인이 신청하지 않으면 혜택을 받지 못 하는 겁니다. 지난여름에 어떤 여성분이 전화가 왔는데 자기가 알고 있는 여성은 강서구에 살고 있는데 자기와 같은 한 부모 가정이고 애기도 같은 세 살이랍니다.
그 여성은 매달 5만원씩, 그러니까 50달러씩 나온다는데 자기는 왜 안 나오는지 문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부모 가정이라고 신청을 했는지 여부를 알아봤더니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지방자치단체마다 줄 수 있는 혜택들은 그 지자체의 재량에 의한 것이기에 조건이 같다고 다 똑같이 받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해 주면서 주민센터에 찾아가서 상담 받도록 안내한 적이 있습니다.
이예진: 아무래도 생계와 직결된 혜택이다 보니 민감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이런 사례가 종종 있나요?
마순희: 가끔은 그런 사례들로 상담전화가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령 어느 단체에서 어떤 지원이 있었다고 하면 모든 탈북자들에게 다 줄 수는 없는 것인데 왜 나한테는 알려주지 않았느냐, 누구는 언제 어디서도 받았고 또 어디서도 받았는데 왜 나는 이번에도 빠지는가 하고 항의하는 전화도 옵니다. 그럴 때면 그 단체에 문의해 보도록 안내해주면서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드리기도 합니다. 모든 게 똑같이 차례져야 한다는 개념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원인일 것 같습니다.
이예진: 탈북자 지원혜택 상담 가운데 문제가 생긴 사례들을 보면 탈북자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들이 있을 때가 있잖아요. 한국 정부에서 탈북자들의 정착을 위해 지급하는 주택이나 의료, 교육, 취업 등의 다양한 지원혜택은 탈북자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서인데, 가끔 보면 자립과 상관없이 지원혜택만 받으려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마순희: 그렇죠. 이 시간을 통해 그런 사례들을 종종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문은 두드려야 열리는 건데 두드리지도 않고 열리기를 바라는 것은 안 되는 거죠. 아무리 조건이 되더라도 본인이 신청하지 않으면 절대로 누가 알아서 신청해 주지는 않거든요. 수급자란 노동능력이 없는 경우에 생계급여를 보조해 주는 것인데 자활능력이 있다고 보는 조건부 수급자인 경우에는 스스로 일을 해서 자신이 한 만큼 벌었을 경우에나 혹은 다른 취업훈련 등을 통해서 수당을 받게 되면 이중지급을 받는 것으로 되거든요.
이예진: 물론 낯선 사회에서 돈을 벌고 자립하고 생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세상과 맞부딪치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한국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걸 선택하는 분들이 아직 좀 계시는 것 같은데요. 그런 분들에게 어떤 말이 힘이 될까요?
마순희: 물론 근로능력이 안 되는 분들인 경우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근로능력이 되면서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두려움이나 안일함만을 생각하고 이러저러하게 꼼수를 써가면서 수급자에 안주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도 않고 또 그 상태를 오래 유지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자기 능력껏 헌신하고 정당한 보수를 받고 국민으로서 응당한 의무인 세금도 내면서 당당한 국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예진: 무슨 일이든 어렵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지만 한 발부터 내딛고 나면 절반 정도는 쉬워진다고들 하죠. 탈북자들에게는 상담전화 한 통화로부터 변화가 시작기도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탈북자의 성공적인 정착은 지원을 받는 길이 아닌 스스로 자원이 되는 길을 선택하는 게 지름길일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