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기 싫은 탈북여성들

강원 춘천시 삼천동 자유회관 웨딩홀에서 강원서부하나센터(센터장 차주건)가 주관한 '제4회 북한이탈주민 합동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강원 춘천시 삼천동 자유회관 웨딩홀에서 강원서부하나센터(센터장 차주건)가 주관한 '제4회 북한이탈주민 합동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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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남한여성의 평균 결혼연령은 29.8세, 서울에 사는 여성의 결혼연령은 30.7세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여성들보다 꽤 늦죠?

그나마 남한여성의 평균 결혼연령을 조금이라도 끌어내린 건 탈북여성들입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서른을 넘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탈북여성들, 그녀들의 결혼관을 엿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결혼을 빨리 선택하시는 분들은 이 시간을 통해서도 종종 전해드렸지만 아무래도 혼자서 낯선 사회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으니까 기댈 수 있는 남자를 먼저 만나겠다는 생각이 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마순희: 지당한 말씀입니다. 한국에 와서 여성 혼자의 몸으로 낯선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도 않을 것 같고 새로운 환경이 호기심도 있지만 부담되고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 땅에 가장 빨리 그리고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길은 안정된 남한 남성과의 결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에서 결혼이라고 하면 두 사람의 의사뿐 아니라 두 집안의 문제기도 하지만 탈북여성들인 경우에는 혼자라는 것 때문에 그닥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은 남성일지라도 그 때문에 여성의 집안의 반대나 그런 문제들에서는 자유롭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우리 여성들도 그동안 중국이나 제3국 등에서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고 외로운 점들이 많기에 조금만 잘해주어도 마음을 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첫눈에 반해서, 간혹 이런 표현들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그러다보니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결혼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 한참을 동거하고 있는데, 어느 날 남편이 유부남이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서 전화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이예진: 결혼을 이렇게 빨리 선택한다면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는데요. 물론 결혼이라는 선택을 스스로 결정한 거니까 잘 유지하려고 노력하겠지만 탈북여성 뿐 아니라 쉽게 결정한 결혼은 이혼도 쉬운 편인 것 같아요.

마순희: 맞습니다. 한국 뿐 아니라 북한에서도 그런 정서가 있었죠. 여자는 한 번 시집가면 그 집 문턱을 베고 죽어야 한다는, 지금 생각해 보면 현실과는 많이 뒤떨어지기는 했지만 옛날 우리가 시집갈 때까지만 해도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되뇌시던 말씀이었거든요. 평생 결혼이 굴레가 되어 한 인생을 희생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상담실에서 근무할 때에는 그런 전화들을 수도 없이 받았었는데요. 지금은 그런 사례들을 주위에서 자주 만나고 있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북한과는 달리 협의 이혼인 경우에는 이혼도 쉽게 할 수 있어서 처음에 많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예진: 이혼도 어느 한쪽만 원한다면 소송도 하고 복잡해지는데 부부간에 서류상 합의만 되면 쉽게 정리가 되죠.

마순희: 네. 저의 아파트 단지에 함경도에서 왔고 저와 성이 같은 한 여성이 살고 있습니다. 그 여성은 하나원에서 알게 된 지인의 소개로 북한에서 온, 한국에 나온 지 7-8년 된 남성을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그 여성이 충청북도 청주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하룻밤을 뜬 눈으로 새운 다음 날, 그 남성이 승용차를 가지고 찾아왔답니다. 누구누구의 소개를 받아서 찾아왔다고 하면서 함께 서울에 가서 살자고 하더랍니다. 겉으로 보기에 나이대도 비슷하고 건강해 보였는데 그동안 서울 생활에 세련된 옷차림을 했고 차까지 끌고 왔으니 그만하면 혼자 살기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에 함께 차를 타고 왔답니다.

와보니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 썰렁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신혼집 꾸리는 것처럼 쓸고 닦고 꾸려나갔답니다. 그런데 남편이 회사에 다닌다더니 회사가 아니라 일용직이었고 마침 그 때가 장마철이다 보니 일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많았답니다. 살면서 차츰 알게 되었는데 저축한 돈도 별로 없고 그날, 그날 살아가는 형편이어서 실망하기는 했답니다. 그러나 기왕 자신이 선택한 문제고 둘이 함께 맞벌이하면 얼마든지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더욱이 건강한 남편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러나 남편이 여성에게는 처음 나와서 당연히 받아야할 하나센터 교육도 못나가게 하고 누구와 만나는 것 자체를 싫어하고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젊고 예쁜 이 여성이 사회에 나가게 되면 자기보다 더 조건이 좋고 우월한 남성들을 만나게 되는 게 싫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남편의 반대에도 그 여성은 탈북자 지역적응기관인 하나센터 교육도 받고 직업훈련도 받으려 다니게 되었고 취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매일이다시피 가정불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여성이 나갔다 들어오면 휴대폰부터 검사하는 남편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예진: 질투가 심하셨나 보네요.

마순희: 네. 아직 혼인등기를 하지 않은 상태였던 그 여성은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혼자 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어느 날 자신이 받았던 주택이 있는 청주로 다시 가서 살고 있습니다. 그 여성도 처음 소개받은 남성이라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보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뜻대로 안 되었고 한국에서는 여성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는데 굳이 남편의 구속을 받으면서까지 살 필요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불안했으니까 여지없이 그런 선택을 하셨던 것 같은데, 이런 말이 있잖아요.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된다는 노래도 있는데, 그만큼 평생을 약속하고 살다가도 여러 가지 이유로 돌아서기 쉬운 게 부부 사이라는 건데요. 탈북여성들이 결혼이나 이혼을 좀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좀 있나요?

마순희: 특별히 탈북여성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에 와서 몇 년 살다보니 한국사회에 문화적으로도 많이 적응해 나갔다고 봐야겠죠. 사실 북한 여성들이 대부분 가부장적인 북한의 가정문화의 영향을 받다보니 이혼을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혼자 온 경우가 많다보니 이혼하면서 여러 가지 시끄러운 가족문제들에서는 홀가분한 점은 있지요. 상담을 하다보면 어떤 여성의 경우에는 북한에서, 중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도 두세 번 다른 남성과 가정을 이루었던 여성도 있었습니다만 대부분은 이혼을 쉽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고심도 하고 상담도 받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도 결혼까지는 아니더라도 사귀고 동거하고 하는 사례들은 수 없이 바뀌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았는데요. 얼마 전 저의 딸이 사위랑 함께 있는데 하나원에서부터 알던 친구가 전화가 왔더랍니다. 이런 저런 말끝에 지금 누구랑 살고 있는지 물어 보기에 남편이랑 딸이랑 살고 있다고 했더니 ‘그 때 그 남자랑 지금도 살고 있는가’고 묻더랍니다. 남편이 옆에서 통화내용을 들을 수도 있는데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을 잇지 못했다네요.

이예진: 다른 탈북여성들은 혼인신고는 하지 않고 동거를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런 질문이 나왔군요.

마순희: 네. 하도 남편을 자주들 바꾸니 혹시 너도 다른 사람과 살고 있는가 해서 전화로 물어보았다고 하더래요. 그래서 딸이 남편보기 민망해서 혼났다고 하더군요. 일반적으로 이성간에 사귀고 동거하고 결혼하고 하려면 서로에 대해 잘 알고 해야 하는데 섣불리 사귀고 동거하다보면 주위사람들이 다 알게 되는데 살다가 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되어 다시 헤어지다보면 주위에서 보는 시선들이 곱지만은 않죠. 그럴 정도로 많이 지내보고 서로를 알아간 다음에 관계를 맺어가는 그런 풍조가 우리 탈북자들 속에서도 자리잡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예진: 맞습니다. 사실 주변의 시선보다 더 중요한 건 동거하려는, 혹은 결혼하려는 사람에 대한 나 자신의 신뢰와 사랑이죠. 상대방의 경제력이나 홀로 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가정을 꾸리는 건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