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들은 이름이 두 개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개명을 하거나 아니면 때에 따라 가명을 쓰기도 하는데요. 개명을 하고 싶어 절차를 묻는 탈북자들도 많다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개명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요즘 개명과 관련해서 상담전화가 많이 온다고요?
마순희: 네. 특히 최근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이 서울에 거주하는 탈북자 만 여명의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로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잖아요. 이 사건이 있어서인지 진작 개명을 할 걸 후회하며 문의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밖에도 자신의 이름이 너무 북한식이라고 생각되어 개명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북한에는 충성이, 일심이, 은녀, 아니면 철자 돌림이 많아 강철, 은철, 철수, 혁철이 등도 유난히 많은 것 같습니다. 이름이 강한 것 같아 개명하고 싶어도 하고요. 또 한국에는 공개적인 점집이나 작명소도 많잖아요? 호기심으로 그런 곳에 한 두 번 가 보면 정말 이름이 이렇게 중요할 수도 있는지 놀라게 돼요. 이름이 그 사람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우리 탈북자들도 자연히 그런 쪽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많은 탈북자들이 사실 아까 말씀하신 사건 때문에 불안해 할 것 같은데요. 그분들이 개명을 하면 그나마 안심이 되는 이유는 뭘까요?
마순희: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에 살고 있지만 북한에는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정도로 소식을 전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북한을 떠나기는 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기타 사정 등으로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면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국에 갔다고 하면 그것은 정치범으로 낙인 되니까 그것은 숨기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탈북자 명단이 북한에 넘어 갔다고 하니 불안해 할 수밖에 없지요.
이예진: 사실 많은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 진입하기 전에 교육을 받는 정착기관 하나원에서 자신의 이름과 거주지 등을 표기하는 주민등록증에 북한에서 사용하던 본명을 쓰게 되죠. 그랬다가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걱정에서나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름을 바꾸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건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개명을 원하는 상담전화가 있었나요?
마순희: 한 1년 전 50대의 한 여성이 문의 전화가 왔습니다. 이름을 바꾸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문의했습니다. 왜 이름을 바꾸려하는지 물어 보았더니 자기와 한 마을에서 살다가 후에 온 사람을 만났었는데 자신이 탈북한 이후에 자신에 대해서 북한에서 행적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본인은 중국에 돈 받으러 갔었다가 돈을 받지 못 해서 돌아올 수가 없어서 지금도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기가 한국에 온 줄 알면 식구들이 위험해 질 것 같아서 이름을 고치려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여성분에게 자세한 절차에 대해 안내해 주었습니다. 특별한 범죄은폐나 불순한 목적이 아닌 이상 가정법원에 신청서를 넣으면 개명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절차와 필요한 서류들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몇 달 후 다시 전화가 왔더군요. 분명히 개명신청을 했고 이름을 개명했는데 보험회사에서는 옛날 이름으로 서류들이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분명히 그 때 함께 설명을 드렸는데 개명할 생각에 잘 새겨듣지 않은 것 같아서 다시 알려 드렸지요. 개명이 되어 주민등록상 새 이름으로 되어 있다하더라도 보험회사나 은행, 운전면허, 병원 등 본인이 거래하던 거래처들의 정보가 자동으로 수정되는 것이 아니고 본인이 일일이 초본을 떼어 가지고 가서 정보를 수정해야 한다고 알려 주었죠. 북한에서는 모든 것이 일률적인 체계이기에 하나를 고치면 따라서 모든 서류들이 바뀌기에 그 생각만 한 것입니다. 그리고 특별히 북한에서 국가와 관련되는 일을 하다가 탈북한 경우에는 본인의 행적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하고 개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이런 분들은 이름을 꼭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름을 바꾸고 싶은 또 다른 이유도 있을까요?
마순희: 제 주변에서도 이름을 바꾸신 분들이 있는데요. 은녀, 춘옥 등 이름을 쓰고 있는데 이름이 너무 촌스럽다고 지금은 다 개명을 했답니다.
이예진: 한국에선 잘 쓰지 않는 이름이긴 하네요.
마순희: 네. 북한에서는 부모가 지어주신 이름이라 또 한 번 공민증이나 출생증에 기재되면 특별한 국가적인 사유가 없는 이상은 개명이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보니 자기 이름이 평소 별로 마음에 안 들고 마음만 먹으면 마음에 드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어쩌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도 포함이 될 것 같은데요. 저와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 중에도 춘옥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생님이 있었는데 정원으로 이름을 개명한 후 자신의 분위기까지 달라져 보인다고 한답니다.
이예진: 이름 하나로 사람까지 달라 보이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네요. 사실 남한에서도 집안 어르신들이 지어주신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 개명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름이란 게 아무래도 평생 자신을 따라다니니까 중요하죠.
마순희: 네. 국립의료원에서 일할 때 한 50대의 여성이 상담을 했는데요. 아들이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거기서 친구들과 다툼이 많고 생활에서 제기되는 게 많아서 아들 때문에 걱정을 하지 않을 날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이 오토바이를 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친구가 여자 친구를 만나려 가는데 좀 태워다 달라고 하여 자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본인이 다친 것도 힘든데 합의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대요. 그래서 국립의료원 옆에 사주를 보거나 이름을 짓는 작명소가 몇 군데 있었는데 너무 속상하니까 그곳에 들어가 보았나 봐요.
그런데 신기하리만치 지나간 사연들을 꼭꼭 집어내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름에 물이 부족하여 화가 성한다고 하더라는 겁니다. 물 수 변이 들어 간 몇 개의 이름들을 정해주고 그 중에서 고르라고 했는데 부모와 친구들이 그 이름으로 불러 주면 법적인 개명이 아니더라도 효험이 있을 거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후 놀랍게도 다쳤던 몸도 회복이 빨랐고 합의금 문제도 원만히 해결되자 그 여성은 아예 아들의 이름을 개명 신청했다고 했습니다. 저도 100% 믿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엇엔가 기대고 싶은 어머니의 정성과 마음이 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예진: 듣다보니 이름이 이렇게 중요해지네요. 작명소에서 사주팔자에 맞게 이름을 짓는 경우가 흔하긴 하니까요. 그래서 다양한 이유로 이름을 바꾸고 싶어 하는 탈북자들이 있습니다. 작명소에서 이름을 바꿔서 자신의 생활에 만족을 한다면 그것도 긍정적으로 해석해야겠죠. 탈북자들은 그래서 어떻게 이름을 바꿔야 하는지 묻는 상담전화가 많다고 하는데요. 다음 이 시간에 남한에선 탈북자들의 개명 절차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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