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들의 최대 고민거리를 물어보면 거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나 취업, 교육 관련 문제입니다. 특히 취업과 관련해서 심리상담을 받는 북한이탈주민 가운데 소심하거나 폐쇄적인 경향도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취업하면서 겪는 심리적 어려움을 살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북한이탈주민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하는 취업과 관련된 심리적 문제들을 들어보고 얘기를 나눠볼 텐데요. 먼저 얼마 전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이탈주민들이 고민이 얼마나 클지 예상이 됩니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북한이탈주민 만8천여 명을 대상으로 생활 실태를 조사했는데요. 일을 하고 있지 않은 북한이탈주민들의 비율은 12.1%로 전체 국민 실업률 3.7%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 취업을 한 탈북자들도 상용직은 45.4%에 불과했고요. 나머지는 일용직이나 임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북한이탈주민들이 취업하면서 겪는 어려움들은 대체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사례//뭘 할 수 있냐. 우리 탈북자들이 뭘 할 수 있어요? 북한에서도 배운 게 없고 중국에서도 배운 게 없고 한국에도 빈손으로 왔는데 아는 게 있나, 배운 기술이 있나. 배운 기술이 있어도 한국에서는 무용지물이거든요.
이예진: 방금 들으신 사례처럼 북한이탈주민들은 우선 전혀 다른 문화, 다른 체제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요. 당장 배우는 것도 어려운데 직접 경제활동을 해서 생활을 꾸려가야 하는 상황이 힘들 것 같습니다.
전진용: 북한과 남한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북한의 기술을 남한에서 적용하기는 어렵거든요. 특히 생활방식에서 차이가 있는데요. 북한은 수동적인 문화를 가진 반면에 남한에서는 능동적이고 눈치 빠르게 행동해야 하는 일이 많다보니까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많으셨는데요. 제가 아는 북한이탈주민 중에 식당에서 일하시던 분이 있었는데요. 남한의 식당에서는 돈을 내고 식사를 할 때 물이나 김치 같은 밑반찬이 바로바로 제공되잖아요. 식당에서 일하던 북한이탈주민이 보기에 남한 사람은 빨리 빨리 눈치를 봐서 손님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갖다 주는데 자신은 그런 것들이 잘 안 돼서 힘들고 적응이 안 되더라는 얘기를 했거든요. 남한 사람들은 능동적이고 대처능력이 익숙해진 반면에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에서 그런 경험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혼란스럽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거든요.
북한에서는 당연히 당의 지시를 받아 일을 하고 경쟁도 남한보다는 좀 덜한 반면에 남한에서는 남보다 잘 해야 하거나 경쟁하는 일이 많다보니 남한 사람들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이게 된 반면에 북한 사람들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예진: 네. 거기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도 클 것 같네요. 그런 상황에서 무수히 많은 직업들 가운데 자신의 적성에 맞는 것을 고르는 일도 쉽지 않을 거고요. 그러다보니 이 일, 저 일 부딪치면서 상처받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그러다 더 폐쇄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염려되거든요.
전진용: 실제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북한이탈주민들이 직업을 찾는 데 있어서 남북의 문화도 다르고 북한에서 배운 기술이나 지식들이 남한에 적용되지 않아서 실패를 하는 경우도 많고요. 실패하게 되면 폐쇄적으로 변하게 되고 일종의 피해의식도 생기게 되거든요. 누구나 하는 실수인데도 내가 잘못해서 실수한 것일까 아니면 남들이 실수한 나를 무시하지 않을까 하는 피해의식을 갖게 되는데요.
그러다보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뢰도 없어지거든요. 내가 무언가 잘못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폐쇄적으로 변하게 되고 피해의식이 심해지면서 다른 직업을 갖기 어려워지고 그렇게 악순환이 되면서 자신감도 사라지고 남한 사람들이 두려워지거나 자신도 폐쇄적으로 변하게 되면서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그렇습니다. 취업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에서 오는 심리적 고충이 크지 아닐까 싶습니다. 남한 사람들이 많은 직장에서는 특히 주눅이 들거나 눈치 보는 경우도 많다고 하거든요. 다음 사례부터 들어볼까요?
사례//직장 분들이 받아들이는 마음이 아직까지 탈북자들에 대해 좋은 마음이 없어요. 나라에서 혜택도 많이 주지만, 어떤 분들은 탈북자들 그만 넘어오지, 기왕 사람 쓰는 거 남한 사람을 쓰지 왜 탈북자들을 쓰겠냐고 대놓고 얘기하는 분들도 계세요.
이예진: 한국에서는 정부가 북한이탈주민의 사회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북한이탈주민을 고용하는 기업에 3년 간 급여의 절반을 지원해주고 있는데요. 문제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 남한 사람들의 태도와 관련한 갈등도 깊은 것 같습니다.
전진용: 네. 일단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많이 어려워지고 있고요. 한국도 그렇습니다. 그렇다보니 젊은이들이 남한에서도 청년실업, 일자리 창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거든요. 젊은이들 입장에서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내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생기는데요. 또 북한이탈주민이라고 하면 편견을 갖는 남한 사람들도 있는데요. 익숙하지 않고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생각 때문에 똑같은 상황이라면 대하기 편한 사람과 일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굳이 낯선 사람과 일해야겠냐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죠. 그렇다 보니까 북한이탈주민들이 취업하기 아직은 어렵고요. 이런 상황은 서로의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것이죠. 넓게 보면 북한이탈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인데도 사람들이 좀 각박해지면서 나눠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네. 맞습니다. 그게 바로 문화의 차이죠. 그런 것들이 북한이탈주민들에게는 힘든 상황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단면이 바로 북한이탈주민이나 남한 사람들의 언어적인 차이일 텐데요. 말의 쓰임새가 달라서 그런 건데요. 오해하다가 웃음으로 승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갈등으로 빚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다음 사례를 들어보시죠.
사례//말하는 게 북한과 여기가 달라요. 저는 다 마쳤다고 하면 이것과 이것을 딱 떨어지게 맞추었다고 생각해서 마쳤다고 했더니 국장님이 화를 내시는 거예요. 아, 그렇구나. 언어가 많이 차이 나는구나 싶었죠. 같은 한국말을 쓴다고 해도 소통은 되지만 오해가 되는 부분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이예진: 선생님도 남북한 언어가 좀 달라서 생긴 일들이 있으셨나요?
전진용: 네. 저도 처음엔 북한이탈주민들이 같은 말을 쓰고 있으니까 대화의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사소한 것인데 제가 잘 설명하지 않아서 생긴 오해가 있었는데요. 예를 들면 북한에서는 피부에 바르는 것을 고약이라고 한다고 하는데요. 남한에서는 연고라고 하죠. 남한에서 고약이라고 예전에 한약으로 되어 있어서 종기나 상처에 붙이는 냄새나는 약을 말하잖아요. 어떤 분이 고약을 달라고 해서 저는 고약이 없다고 했는데, 친구 분들은 다 고약을 받았는데 제가 일부러 안 준 것처럼 그 분이 오해를 하신 거죠. 남한에서 부르는 고약은 북한에서 조선고약이라고 부르는 거 같더라고요. 저희가 잘 몰랐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기는 거죠. 사소하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자주 있었고요. 이럴 때 자세한 설명을 하고 질문을 더 했으면 해결됐을 텐데 그냥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니까 오해가 생기게 되는 것 같고요. 저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예진: 이렇게 남북한의 언어 쓰임새가 달라서 생기는 오해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전진용: 사실 이런 상황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잖아요. 조금만 더 대화가 오고가고 대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러다보면 이해의 폭이 넓어지니까요. 그러면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니까요. 당장 하루 이틀 사이에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접근한다면 해결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예진: 네. 이건 북한이탈주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 같이 이해하고 다 같이 풀어가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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