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 한국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간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졌는데요.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업을 준비하는데 몇 년씩 걸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탈북자들도 취업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그 이유는 남한 청년들과는 좀 다르다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의 취업이 어려운 이유를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취업 관련 상담 전화는 꾸준히 많이 온다는 말씀 종종 하셨는데요. 해가 바뀌고 새해 각오를 다지면서 조금은 조급한 마음도 생기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요. 최근에는 어떤 상담전화들이 옵니까?
마순희: 작년에 제가 받은 전화 상담을 분야별로 분석해 보았더니 가장 많은 전화가 지원제도에 대한 전화였고 다음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가 취업에 관한 전화 상담이었습니다. 새해 들어와서도 사정은 역시 비슷한데요. 며칠 전 제가 심야 근무 때에 걸려온 전화입니다. 12시가 다 되어 전화가 왔는데 경기도 양주 시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의 상담전화였습니다.
그 사장님은 지난해에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채용박람회에 두 차례 참가하였다고 합니다. 박람회 때마다 서울에 살고 있다는 탈북자 여러 명을 면접을 봤고 탈북자들이 회사 취직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다렸는데 약속한 날짜에 오지 않았고 연락해 보았더니 한 사람은 가려고 했었는데 건강이 안 좋아서 후에 찾아가겠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고 다른 한 사람은 아예 전화도 안 받더랍니다.
탈북자들을 채용하려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를 말하면서 취업이 안 되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TV조선이라는 방송을 보다가 북한이탈주민 종합상담센터 전화번호가 나오기에 궁금해서 전화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어떤 회사인지 물어 보았더니 플라스틱 밸브를 생산하는 회사인데 숙식이 보장되고 일도 큰 기술이 필요 없는 생산직이라고 합니다. 생산된 제품을 날라다가 쌓는 단순 노동이고 초봉이 140-150만 원 정도, 1500달러 되는 거죠. 그러니 그만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사실 이런 전화를 한두 번 받는 것은 아니지만 매번 받을 때마다 저의 마음도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분에게 회사가 지방에 있기에 만일 그 탈북자가 독신이라면 서울에 있는 주택은 비워 놓고 숙소에서 산다는 것도 불편할 것이고 가족이 있는 분들은 아직 주말부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편하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이해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탈북자들이 취업을 하는데 있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리고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취업지원센터에는 구직을 희망하는 탈북자들이 많이 등록되어 있기에 취업이 연결될 수도 있다고 설명 드리고 구인등록을 할 수 있도록 연락처를 알려 드렸습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한 회사에 채용되어 출근하기로 하고 별다른 연락 없이 가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이런 일들이 종종 생기나요?
마순희: 그런 사례들이 종종 있기는 합니다만 다 알고 보면 그럴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탈북자들의 취업을 연결하는 업무를 보는 담당자들이 적지 않게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저도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못 한다는 사람들 여러 명 소개해 주었었는데 괜히 안 하느니만 못한 난처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작년에 30대 초반의 제가 잘 알고 있는 청년이 주택을 반납하고 외국에 몇 년 갔다가 돌아왔었는데 아직 있을 곳도 마땅치 않고 취직도 못 해서 어려움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대학동기가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 새희망 일자리센터라는 회사를 하고 있기에 그 분에게 부탁하여 일자리를 알선 받게 되었습니다.
지방에 있는 김치공장이었는데 초봉이 160만 원 이상,그러니까 1600달러 이상이고 숙식이 보장된다고 하니 그 친구에게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생각해도 괜찮은 것 같고 본인이 사장을 만나고 와서는 가겠다고 해서 보냈는데 1주일도 안 되어 그 분에게서 전화가 온 것입니다. 내가 소개한 사람이라 구체적으로 알아보지도 않고 믿고 취직을 알선했는데 3일 일하고 그만두는 바람에 자기 체면도 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서둘러 그 청년에게 전화를 하여 어떻게 된 사연인지 물어보았더니 비슷한 조건에서 일당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10만원 받고 일하는데 거기에 비하면 급여가 적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거기서 일하지 않고 일당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의 말을 빌면 일당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일감이 있을 때만 나가는 사람들이기에 한 달 급여를 받고 4대 보험에 가입해서 일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제가 설명해 주었는데도 그냥 고집을 부리고 일용직으로 일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번에 경기도 양주에 있다는 회사 사장님의 전화를 받은 후 작년 12월에 취직하고 싶다고 일자리를 부탁했던 양천구의 50대 남성에게 전화해 보았습니다. 그분의 이야기가 관심해 주어서 고맙긴 한데 자기는 지방에 가기 싫고 서울에서 일자리를 찾아보겠다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아무래도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면 주택 문제도 있고 선뜻 지방에 가기 어려울 거 같긴 한데요. 지방 근무를 꺼리는 다른 이유들도 있을까요?
마순희: 아무래도 거주지 문제가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경기도 안성에 있는 한겨레고등학교에서 북한출신 수학교원을 채용한다고 공지가 났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교원출신의 남성이 일자리를 찾고 있어서 전화로 물어보았더니 지방이라 갈 생각이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교사로 근무하는 것이라 다른 회사에 출근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환영할 줄 알았는데 역시 급여가 적더라도 서울에서 일하겠다는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서울에 살면서 지방에 가서 일한다고 하면 그것도 보수가 서울보다 더 높다면 좀 생각해 보겠지만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면 거의가 지방에 일자리를 찾아서 가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예진: 갑자기 지방근무를 해야 한다면 저도 많이 생각해보게 될 문제일 것 같은데요. 그런 이유가 아닌데도 출근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는 탈북자들도 있다면서요?
마순희: 그런 사례들도 있습니다. 정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쓰고 취직을 한 경우는 아니고요. 한 편의점의 사장님의 전화였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을 일용직으로 고용하였고 업무를 다 배워주고 정식 출근한지 3일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부터 출근을 하지 않아서 전화해보았더니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교대로 근무를 해야 하는데 출근하지 않아서 어제부터 퇴근도 못 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담 받고 싶다고 합니다.
그분에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라고 하여 모든 탈북자들의 정보를 다 알고 관리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우선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잘 알고 있는 지인을 통해서 그분을 소개 받았다고 하기에 그 분을 통하여 사유를 알아보도록 하였더니 갑자기 몸이 아파서 일하려 못 나간다고 하더랍니다. 몸이 아파서 출근을 못 하면 사유라도 알려야 다른 대책을 할 거 아니냐고 이야기하시는 사장님께 제가 할 말이 없더라고요.
이예진: 그러다보면 탈북자를 고용하는 회사들의 불만도 좀 생길 것 같아요.
마순희: 사실 상담을 하다 보면 거의 대부분 탈북자를 고용한 회사의 사장님들은 탈북자들이 책임성이 강하고 성실하다고 만족해하십니다. 그래서 한 명을 고용해서 일을 시켜보고는 또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하라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저의 종합상담센터에도 탈북자를 고용하고 싶다는 사장님들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면에 탈북자를 쓰기 겁난다는 사장님도 계셨습니다.
이예진: 탈북자를 고용하기 겁난다고 말한 이유는 뭘까요? 다음 이 시간에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