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종합상담] 욕심이 많은 엄마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의 엄마들이 극성이라고도 합니다. 자녀들에 대한 관심이 지나쳐 간섭을 하는 일부 엄마들을 가리키는데요. 그래서 자녀들의 스트레스가 커지기도 하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 엄마들의 욕심이 자녀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예쁘고, 공부도 잘 하고, 다재다능한 딸을 엄마의 고민으로 시작합니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마순희 상담사에게 걸려온 전화의 내용 먼저 들어보시죠.

마순희: 딸은 20세, 엄마는 40대 후반인 것 같았어요. 이 딸이 평소에도 중국어 자격증도 따고 공부를 잘 했는데요. 이번에 시험을 봤는데 다른 탈북 청소년들은 다 붙는 외국어대학교에 떨어지고 다른 대학교에도 다 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실망해서 자기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엄마는 제가 얘기해보니 상태가 좀 심각하더라고요. 운이 없어도 이렇게 운이 없을 수 있냐, 걔보다 못하는 애들도 다 붙었는데 시험이 이상한 게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제가 보기에는 아이보다 엄마를 어떻게 좀 해서 아이의 마음을 가라앉혀줘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예진: 이 상담 사연을 전해들은 마순희 선생님은 혹시나 아이가 나쁜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정도였다고 합니다. 남한에서의 어쩌면 첫 번째 실패를 겪었을지 모를 어린 딸에게 먼저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할까요?

전진용: 아론 백이라는 인지행동치료의 창시자는 우울증을 잘못된 인지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는데요. 이 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자기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접시를 들고 가다 깨뜨렸다고 한다면 한 번 실수일 수 있는데 이것을 '나는 조심성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늘 실수만 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하나의 사건을 일반화해서 부정적인 정서를 강화시키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고 우울증을 더 심하게 할 수 있습니다. 또 사람이 실수할 때 슬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요. 실패했을 때 너무 무덤덤하다면 계속적인 실패를 할 수 있고 길게 보았을 때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상태거든요. 작은 실패라면 나중에 살아갈 때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듯이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예진: 그 어머니는 딸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시험제도가 잘못된 게 아니냐고 따질 정도였다고 합니다.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하는 걸까요?

전진용: 탈북자들의 피해의식이 있는 경우인데요. 탈북하면서 항상 속을까 걱정하고, 탈북 과정이 나보다는 남에 의해서 정해지고 탈북 과정에서 투명하지 못하고 불합리한 것을 많이 겪으면서 제도를 탓하게 되는 겁니다. 어머니 자체도 낯선 환경으로 인한 막연한 불안감이 생겼을 수도 있고요. 이로 인해 항상 경계하게 되고 제도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자신한테 안 맞으면 나쁜 제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예진: 사실 전화로 단편적인 이야기만 들었기 때문에 북한에서나 탈북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무척 불안해하고 있었고, 그런 어머니와 함께 있는 딸의 정서도 걱정되는 상황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탈북자 가정에 이런 일들이 종종 있나요?

전진용: 가족들끼리 정서 공유가 될 수 있는데요. 감정도 일종의 전염이 된다고 볼 수 있거든요. 어머니가 불안하다면 그런 면이 딸에게 전달될 수 있고, 불안 상태가 지속된다면 알게 모르게 딸에게 짜증을 낼 수도 있습니다. 딸에게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거나 간섭하면서 또 다른 갈등의 소지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예진: 네. 사실 '외국인 특별전형'이라고 해서 한국 내 학생들과 경쟁하지 않고 따로 입학전형시험을 치러 본래 시험보다 좀 쉽게 통과할 수 있는 특별 전형이 있잖아요. 탈북자들도 그간의 교육 수준과 환경을 고려해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고요. 그래서 탈북 학생들이 남한 내에서도 명문대학교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어머니는 그래서 자신의 딸이 남들 다 들어가는 학교에 못 들어간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건데요.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에 남의 탓을 하기도 하고 현실을 믿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전진용: 심리상태 중에 부정하려는 증상인데요. 남을 탓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우울감을 줄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안 됩니다. 예를 들어 큰 병을 진단받았는데 의사가 잘못 진단한 거라면서 다른 병원에 가서 계속 진단만 받는다면 치료시기를 놓칠 수도 있거든요. 그럴 때는 근본적인 치료가 중요하듯이 설사 제도가 잘못되었더라도 거기에 맞게 적응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탈북자들이 한국에 왔을 때는 많은 꿈들이 있지만 일부 꿈은 실현되기도 하고 일부 꿈은 좌절되기도 합니다. 사람은 모든 것을 잘할 수 없고 때에 따라 실수할 수 있고요. 남과 비교하거나 남을 탓하지 말고 자신만이 묵묵하게 일을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예진: 사실 남한에서도 엄마들이 자녀에게 갖는 기대감이 커져서 엄마의 욕심대로 아이가 살기를 바라다가 아이의 성격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도 있잖아요.

전진용: 네. 아이는 어머니의 소유물이 아닌데, 남한에서 못 이룬 꿈을 아이를 통해 이루려고 하는 경향이 있죠. 물론 과거 한국의 어머니들이 나는 고생해서라도 나의 아이들은 잘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오늘날 한국이 발전하는데 원동력이 되었지만, 지나치게 아이에 집착하는 것은 아이를 힘들게 하고 아이의 성공에도 방해가 되고 아이와 엄마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예진: 자칫 잘못하면 상심해 있는 딸의 상태도 악화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운데요. 어쨌든 지금 대학교에 낙방하고 혼자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는다고 하니 가족들도 염려스러울 것 같아요.

전진용: 딸이 어머니에게 진짜 원하는 건 힘들다는 표현을 하고 실질적 위로를 받고 싶을 수도 있고 그 마음을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거든요. 어머니는 자신의 힘든 상황 때문에 그러한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딸의 심정을 헤아리고 진정한 위로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예진: 그래요. 각자 자기만의 아픔이 있어서 심지어 딸의 아픔까지 보듬을 여유가 없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이 어머니와 딸 모두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아닐까 합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