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선 초등학교 시절,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해마다 적어서 발표를 하곤 했습니다. 대통령, 과학자, 의사, 판사. 다양한 꿈을 자유롭게 키웠던 시절이었는데요. 나이가 들면 꿈과 현실은 분리가 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취업을 통해 꿈을 실현시키는 과정, 그 속에서 겪는 심리적 고충을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사회에서 겪는 심리적 어려움 가운데 취업과 관련된 것들에 대해 얘기 나눠볼 텐데요. 북한이탈주민들은 거센 사투리나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말하는 성격 탓에 사회생활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먼저 사례를 들어보시죠.
사례//처음 본 사람은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성격이 숨기지 않고 있는 말을 그냥 하고 상대방이 뭐라고 하면 확 쏘고 집어 던지는 거죠.
이예진: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고 돌려 말하는 것들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였다고 하는데요. 선생님, 사회생활을 할 때 자신의 성격도 분명히 한 몫을 하겠죠?
전진용: 네. 당연히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본인이 적극적인지, 소극적인지 성향에 따라 직장생활에 적응하거나 극복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습니다.
이예진: 사회생활이라는 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죠. 특히 직장 상사나 동료한테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되면 불편한 관계가 되기 십상인데요. 그런데 북한이탈주민들은 직장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편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북한이탈주민들의 성향 때문에 직장생활이 더 힘들어지기도 하나요?
전진용: 네. 남한사람들은 직장에서 자기감정이나 표현을 감추거나 융화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북한이탈주민들은 약간 충동적이고 급한 성격이 있는 탓에 직접적으로 내뱉는 경우가 많이 있는 편이었고요. 남한사람들은 직장생활, 직장문화에 오래 적응하면서 익숙해졌기 때문에 자신들의 감정을 일과 사생활로 분리하거든요. 직장상사가 꾸지람을 했을 때 일로는 안 좋을 수 있지만 실제 사생활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일부는 직장생활의 감정이 사생활에서 묻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직장에서의 충돌이 있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요. 북한이탈주민들은 그런 것들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에서의 감정과 사생활에서의 감정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직장상사가 꾸지람을 하거나 직장동료와 의견충돌이 있을 때 의견 사이의 충돌인데도 불구하고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감정의 분리를 잘 하지 못해서 힘든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네. 직장 내에서는 감정적인 부분을 잘 다스릴 필요가 있겠네요. 감정적으로 상해서 그럴까요? 탈북민취업지원센터에서 북한이탈주민 취업을 돕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오성민 과장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성향 가운데 하나가 자존심 다치는 일을 싫어한다고 하는데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사례//어떤 분은 이틀 있다 그냥 나왔어요. 회사에서 견적서를 만들어 오라고 하더래요. 회계는 배웠는데 견적서는 어떻게 만드나 싶어 앉아 있다가 그냥 나온 거죠.
어떤 사람은 모르니까 말하기는 창피하고 안다고 해놓고 저한테 사진을 찍어 보내요. 이게 뭐냐고요. 젊은 아인데 (회사에) 들어가기도 잘 들어가고 나오기도 잘 나와요.
이예진: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이런 경우가 있다고 하네요.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기 어려워하고, 주변에 묻기 어려워하는 일들은 왜 생길까요?
전진용: 일단 남한에서 생활하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사람들이 처음에 오해하는 일들을 겪으면서 자존심을 상하게 되고 '내가 어떤 얘기를 하면 나를 이상하게 볼 것이다, 더 나아가 나를 무시할 것이다, 싫어할 것이다'라는 피해의식이 생기는 경우가 있고요.
또 남한생활 자체가 모르는 게 많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주눅 들어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예전에 어떤 외래어로 된 간판 앞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만나기로 한 적이 있는데요. 저도 남한에 살면서도 잘 모르는 단어나 상표가 있거든요. 저도 그런 경우 물어보는데 북한이탈주민은 알겠다고 해놓고 주변의 북한이탈주민이나 친한 남한사람들한테 다시 한 번 물어보는 거죠. 참 안타깝기도 하고 이런 건 누구나 모를 수 있는데 말이죠.
그러니까 어떤 게 남한에서 보편적으로 모르는 것인지, 어떤 게 나만 모르는 것인지 구분이 안 가서 더 힘들고 주눅 들게 되는 경우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주변의 눈치라고 해야 할까요? 북한이탈주민들이 어떻게 해야 그런 눈치를 안 보면서 좀 마음 편하게 주변의 남한사람들에게 물어볼 수 있을까요?
전진용: 사실 그렇게 물어본다고 해서 이상하게 보는 남한사람들은 많지 않거든요. 오히려 초반에 나를 열어놓고 내보이는 태도를 취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이렇게 잘 모르니까 처지를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자신에 대해 설명을 많이 한다든지 해야 할 것 같고요. 남한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이런 특성이 있으니까 오히려 친절하게 알려줘야 하고 그래야 의사소통의 어려운 점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 것들을 잘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남한에서 요즘 많이 쓰는 말이 바로 소통인데 북한이탈주민과 남한사람 사이에도 소통이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직업의 선택과 관련된 상담 내용입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대부분 사무직을 원하지만 업무와 관련한 지식이 부족해 일용직이나 임시직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약단밤 판매로 성공해 수백만 달러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신경순 대표는 미래를 생각해야 직업에 대한 의지도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신경순: 어떤 사람은 식당일도 해보고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여러 가지 일을 했더라고요. 그렇게 하면서 자신의 앞날에 대한 전망이 없는 거예요. 오늘 벌어 오늘 살고 꿈도 없고 희망도 없죠.
이예진: 들으신 사례에서는 벌어먹고 사는 수단으로 임시직을 하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였는데요.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이 꿈도 희망도 없다고 합니다. 인생에서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의지도 취업하는 데 있어 중요하지 않을까요?
전진용: 제가 북한이탈주민을 상담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이분들이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상사한테 큰 꾸지람도 들었고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도 했었거든요. 대부분 그런 여러 가지 상황을 겪으면서 계속 일을 하게 되고 경력을 쌓게 되는데요. 북한이탈주민들은 이런 상황이 피해의식과 자신감 부족과 연결되어서 그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포기해서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요.
좀 길게 보면 좋을 텐데 당장의 이득에만 관심을 가져서 안타까운 경우가 많거든요. 예를 들면 복지 등이 더 좋은 직장인데 그런 직장에 들어가면 당장 생계지원금이 끊기니까 여건이 더 좋지 않은 직장을 다니면서 지원금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도 보게 되는데요. 길게 본다면 지금 좀 고생하고 미래에 편한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편한 길을 찾다 미래에 고생을 많이 하거나 안 좋은 길로 가는 경우가 있어서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이예진: 네. 실제로 한국 정부가 남한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들에게 기초생계비 등 2, 3천만 원, 2만 달러 안팎의 정착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북한연구학회 등에서 서울시내에 살고 있는 413명의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런데요. 조사대상 전체 탈북자의 약 57%가 기초생계비를 받고 있었고, 수급액은 월 평균 50만 원, 440달러 정도였습니다. 소득이 없는 가정에 지급되는 기초생계비를 받는 사람들은 아예 취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지원금이 북한이탈주민들의 의존성을 심화시켜 사회 정착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큰 그림에 어떤 색을 어디에 칠해야 할지 정하는 건 자신의 몫이죠. 청취자 여러분은 지금 여러분 인생에 어떤 색을 칠하고 계십니까?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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