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종합상담] 탈북자의 장례비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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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인생의 대소사 중에 큰 일이 장례를 치르는 일이죠. 혼자 탈북했거나 가족이 적은 탈북자들에게는 장례식도 부담일 수 있는데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도움으로 탈북자들은 비용이나 장례 절차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의 장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설 명절은 가족들과 함께 잘 보내셨나요?

마순희: 네. 사실 북한에서는 음력설을 크게 쇠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 추석 때와 똑 같이 큰 민족의 명절로 생각하더군요. 교통체증을 감내하면서도 고향에 다녀오는 분들로 고속도로가 몸살이잖아요. 사실 저희들도 한국에 와서 처음에는 그 상황이 잘 이해가 안 되었거든요. 그리고 그러한 불편을 감내하면서도 고향에 가시는 모든 분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저희는 딸들과 함께 오다보니 명절이면 딸 사위에 손자손녀들까지 모여 제법 명절 분위기를 내기는 합니다. 명절의 들뜬 분위기가 가시기 전에 어제는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이예진: 좋은 때에 마음 아픈 일이 생겼네요. 탈북자 분이셨나요?

마순희: 네. 한동네에 사시는 분이신데 평소에 많이 가깝게 지내던 탈북자 분이시거든요. 80대 중반의 할아버지셨는데요. 3년 전에 위암수술을 받으시고 완쾌되셔서 일상생활을 무난히 하시던 분이셨는데 뇌졸중으로 갑자기 돌아 가셨어요.

이예진: 누구라도 갑자기 가족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하늘이 무너질 일인데, 특히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가족을 두고 홀로 오거나 단출하게 오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큰일을 당했을 때 더 힘드실 것 같네요.

마순희: 예. 그래도 한국에서는 장례식문화가 잘 되어 있어서 그나마 가족이나 지인이 별로 없어도 무사히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이예진: 선생님께서도 한국에서 종종 장례식장에 갈 일이 있었을 텐데, 북한과 남한의 장례식문화가 많이 다른가요?

마순희: 예. 북한에서 제가 살 때까지만 해도 큰 대도시에서는 어떤지 잘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장례식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정집에서 장례를 치르거든요. 그리고 북한에는 제가 있을 때만해도 화장하는 법이 없이 그냥 묘지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사실 북한도 그렇게 큰 나라도 아닌데 양지바르고 아늑한 곳마다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에는 극심한 식량난으로 워낙 사망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공동묘지에 다 매장할 수가 없어서 점점 밭에까지 묘지가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묘비를 미처 세울 수 없어서 나무 각자에 이름을 써서 비석을 대신했는데 땔감이 없어서 밤이면 그 각자들을 다 땔감으로 가져가가는 일이 비일비재했거든요. 그러다보니 총총한 무덤사이에서 유족들이 묘를 찾지 못하는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답니다. 저도 막내 여동생이 사망한 후 추석에 산소에 갔더니 그 사이에 얼마나 무덤이 늘어났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유일한 표식이던 푯말을 가져가 버렸으니 표를 삼을 만한 것이 없어져 버린 겁니다. 한 해 여름 사이에 그 많은 새로 생긴 똑 같은 무덤들 앞에서 그 때 허무하던 생각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 보니 병원마다 장례식장이 따로 있고 일체 장례행사를 주관해 주어서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주로 화장을 하고 수목장이나 공원묘지 등에 안치하다보니 정말 옛날 무덤이 아니고는 새로 묘지를 쓰는 일은 거의 볼 수가 없더라고요. 고인을 보내는 유가족의 슬픔은 북이나 남이나 다를 바 없지만 대한민국의 장례문화는 고인을 추모할 수 있으면서도 경제적으로나 미관적으로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예진: 맞아요. 남한에서는 화장을 해서 추모공원 등에 모셔놓거나 화장한 뒤 그 뼛가루를 잔디, 나무, 화초 주변에 묻고 간단한 표지를 설치하는 친환경적 '자연장'이 늘고 있죠. 그런데 그렇게 장례문화도 다르고 주변에 친척도 많이 없었을 탈북자 분들이 갑자기 어려운 일을 당하셨을 때도 문의전화가 오나요?

마순희: 예. 저도 근무를 하다가 갑자기 상을 당한 유가족이나 친구 분들의 전화를 받으면 마음이 많이 아픈데요. 먼저 그 분들의 슬픔을 함께 위로합니다. 그리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지원 사업들에 대해서 자세히 안내해 드리곤 합니다.

이예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어떤 지원을 해주나요?

마순희: 예. 저희가 살고 있는 서울시에서는 독립유공자분들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망하신 분들을 위해 화장장을 무료로 이용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립 승화원 등에서 거의 무료로 납골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돌아가신 분 아드님의 전화를 받고 근무가 끝난 후 병원의 장례식장으로 조문을 갔었는데요. 주변에서도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고 해서 장례를 잘 치르는 모습을 봤습니다.

이예진: 시설 이용뿐 아니라 장례식에 드는 비용이 꽤 되잖아요. 남한에서 보통 장례식장에 오시는 분들 식사대접까지 다 하면 천만 원, 9200달러 정도 드는데요. 화장장이나 납골당 등을 탈북자들에게 지원해주고 있지만 비용적인 면에서는 어떤가요?

마순희: 이번에 장례를 치르신 분 가정에서는 마지막 정산할 때 보니 300만 원 가량, 2700 달러를 본인 부담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마침 그 병원이 해당지역의 경찰서와 협약을 맺어서 비용의 10% 정도를 감면해 주었거든요. 그 비용도 조의금으로 거의 충당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별적으로 조의금을 들고 오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고인과 가족들이 다니시던 교회들에서도 지원을 해 주시더군요.

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본인이 근로능력이 없는 가구일 때에는 50만 원, 그러니까 460달러 정도 금액을 지원해주고요. 근로 능력이 있는 가구일 때에는 40만 원, 370달러 정도의 금액을 지원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는 북한이탈주민 사망 시 사망위로금 30만 원, 270여 달러를 지원해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연고자가 사망하셨을 경우에는 혹시 가족들이라도 찾아오실 것을 감안하여 납골당을 임대하여 지원재단이 비용을 지원하여 안치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이 앞설 텐데 이럴 땐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마순희: 이번에도 많은 탈북자들이 찾아와서 함께 슬픔을 나누었습니다. 뿐 아니라 남한에 와서 새로 알게 된 단체나 지인들도 많은 도움을 주셨고 그 고인의 유가족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할머니께서도 북한에 있었다면 85세까지 그것도 위암수술까지 받고 살 수 있었겠는가, 마지막까지 인공호흡기까지 달고 사망하실 정도로 의료혜택을 많이 받았다고 고마워하셨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고급간부들 못지않게 성대한 장례식을 치를 수 있었겠는가고 하면서 할아버지가 한국에 오신 것이 정말 복이었다고 하시면서 슬픔을 달래셨습니다.

이예진: 기쁜 일이 있을 때보다 슬픈 일이 있을 때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되죠.

언제라도 북한의 남은 가족이 찾을 것을 대비해 무연고자라도 납골당에 안치한다는 얘기가 가장 와 닿습니다. 통일이 된 뒤 설 명절에 차례 지내줄 가족이 있어 쓸쓸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죠.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