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갑자기 불안해질 때 청취자 여러분은 어떤 태도를 취하시나요? 아무 일이 없는데도 곧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굉장히 심한 불안상태가 불쑥 불쑥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북한이탈주민에게 나타나는 공황 장애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최근 한국에서는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나 가수들이 심리적인 질환을 앓고 있다고 고백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배우 차태현과 가수 김장훈에 이어 희극배우 이경규까지 공황장애를 겪었던 사실을 방송에서 밝혀서 사회적 관심을 일으켰는데요. 북한이탈주민들에게도 종종 이 같은 질환들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먼저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사연을 듣고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사례/우선 제가 앓고 보니 다른 탈북자들도 이런 병이 많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국 의료학계도 탈북자들을 진단하면서 원인 모를 질병에 대해 논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도 처음엔 병원차에 두 번씩이나 실려 갔어요. 좀 심각했거든요. 쇼크에 빠지고 심장이 굉장히 아팠어요. 병원에 가면 500만 원짜리 심장 시술을 해요. 팔에서 주사침을 놔서 심장까지 가거든요. 그것까지 다 했는데 증상이 없다는 거예요. 탈북자들은 기초수급자라고 해서 돈이 하나도 안 듭니다. 북한은 이런 기계도 물론 없죠. 증상은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데 저는 굉장히 아픈 거예요.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데 한 달이 걸렸어요. 그래서 공황장애라는 진단이 나왔어요. 저희 같은 탈북자들은 국경을 넘어오면서 공안에 체포될 위험도 있고 북송될 위험에 처해 있어서 이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이런 장애가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병원 응급차를 타고 실려 갈 정도로 심장이 아팠지만 별다른 질환이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하는 공황장애, 의학적으로 어떤 질환인가요?
전진용: 공황장애는 어떤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의학적으로는 나타나지 않거든요. 심장이 막히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기도가 막히는 느낌이 드는데 검사해보면 이상이 없는 거예요. 하지만 본인은 마치 심장이나 폐가 막혀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힘들고 극도의 불안을 느끼지만 검사 상에서는 이상이 없는 거죠. 또 광장공포증이라고 해서 공공장소나 특정장소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거든요. 사람이 많은 극장이나 시장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요. 승강기나 버스, 지하철에서 그런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죠. 제가 아는 분은 그런 공포감 때문에 외출을 못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예진: 마음에서 오는 질환이 큰 질병이 되기도 하네요. 한국 배우나 가수들도 공황장애를 많이 앓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황장애를 겪고 있나요?
전진용: 공황장애란 것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굉장히 흔한 질환이거든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오는 환자의 많은 수가 불안 증세를 겪고 있고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고요. 다른 과 질환치료를 받다가 고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검사를 해서 질환이 발견되지 않으면 공황장애 진단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본인이 인정하지 않아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치료를 받았던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삶의 범위가 넓어집니다. 어지러워서 시장도 못 가고, 차도 못 탔다가 치료를 하고 나서 활동 범위도 넓어지고 일상생활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흔하기도 하고 주변에 많지만 잘 드러나지도 않고 진단까지 시간이 걸리는 질환인 것 같습니다.
이예진: 몸으로 나타나는 증상들, 마음의 병에서 비롯된 건 아닌가 생각해봐야겠네요. 그만큼 많은 사람이 앓고 있는 공황장애를 일으키는 특별한 원인이 있을까요?
전진용: 최근에는 공황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을 뇌의 이상으로 보거든요. 불안을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생기면서 나타난다고 보는 경우가 많고요. 스트레스 상황을 경험하고 나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거든요. 예를 들면 장례식 때 관이 내려가는 것을 보고 그 때부터 불안 증세를 느끼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특별한 원인이 있다기보다 일상생활에서 신경전달물질 이상으로 인해서 공포감이 생기는 경우가 많고요. 이런 것들이 공황장애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데 왜 이런 질환이 생기냐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스트레스와 관련 없어도 어떤 상황에서 불안이 공황발작으로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현재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해서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이예진: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에게는 탈북하는 과정이나 중국을 거쳐 낯선 한국에 정착하기까지 심리적 질환이 일어나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실제로 북한이탈주민들과 많은 상담을 하셨잖아요. 북한이탈주민들이 가장 크게 공포를 느끼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던가요?
전진용: 북한이탈주민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공포는 북한 내에서의 상황, 북한에서 활동할 때 계속 감시를 받고 장사를 하더라도 발각될 것 같은 두려움에서 공포심을 크게 느꼈고요. 탈북해서도 국경을 넘어서 한국에 올 때까지 발각될까봐 느끼는 공포가 있게 되는데요. 그런데 공황장애에서의 공황 발작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나타납니다. 지하철이나 승강기를 탈 때 나타나고요. 특정 상황에서의 공포는 불안장애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볼 수 있고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공황 장애는 넓은 의미에서 불안 증세로 나타날 수 있는 비슷한 질환 중에 하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예진: 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서는 다음 주 이 시간에 좀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정신과 상담을 꺼리는 북한이탈주민들 중에서도 그렇고요. 북한에서도 심리적 질환에 대해 소홀히 하는 편이라 공황 장애라는 말을 처음 들으실 텐데요. 공황 장애라고 진단을 내릴 때 어떤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증세가 나타나면 일단 공황 장애를 의심해 봐야 할까요?
전진용: 공황장애는 발작이 따르는데요.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땀이 많이 나거나 손발이 떨리거나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거나 어지럽거나 열이 오르는 느낌 등 여러 가지 증상이 있으면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죠. 심장 이상이 있는지 먼저 진단을 해봐야겠지만 이상이 없을 경우에는 공황장애로 볼 수 있는데요. 누구든지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슴도 답답하고 땀도 많이 나지만 공황장애는 공포처럼 확 밀려와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이예진: 혹시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그런 불안 증세와 함께 급박한 느낌이 든다면 공황장애를 한 번 의심해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요. 심리적인 질환은 치료하기가 좀 어려울 것 같은데 공황장애는 어떤 치료방법이 있나요?
전진용: 공황 발작은 일단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거든요. 실제로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는 아닙니다. 본인이 경험하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럴 때 공포감을 느끼고 그런 공포감이 불안을 부르거든요. 불안이 불안을 부르는 상황이 되는 거죠. 그런 상태에서는 주저앉게 되고 병원에 실려 가는 상황이 되죠. 파도타기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는데요. 파도가 칠 때 가만히 있으면 지나가게 되죠. 심호흡을 하면서 안심을 하면 지나가는데 발작이 한 번 오면 피하려고 밖에 나가지 않거나 차를 타지 않으려고 하게 된다는 거죠. 그러면서 일상생활의 반경이 좁아지고 어려워지니까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는 생각과 함께 여유 있는 마음으로 대처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누구나에게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공포, 공황장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북한이탈주민에게 가장 많은 심리적 질환으로 알려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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