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선 음력설이 되면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서 일가친척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맛있는 명절음식과 덕담을 나누며 즐거운 한때를 보냅니다.
하지만, 명절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와선 부부싸움이 더 많아진다고 하는데요.
심지어 이혼율도 늘어난다고 합니다.
주로 시댁 설 명절을 보내며 음식을 준비하느라 쉬지 못한 며느리로서의 고충을 남편들이 잘 몰라주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탈북가정은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고향을 찾는 남한 가정을 부럽다고 말합니다.
특히 가족끼리 사이가 좋지 않은 탈북가정은 더하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가족 간의 불화를 현명하게 풀어가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어렵게 탈북해 한국에 살면서 또 다른 이유들로 가족이 뿔뿔이 헤어져 사는 탈북 가정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실제로 한국에 정착해 살면서 온 가족이 모여 알콩달콩 사는 분들이 훨씬 많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들도 꽤 있는 것 같아요.
마순희: 많은 분들이 한국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모습들을 우리는 주변에서도 혹은 TV나 라디오, 그리고 인터넷이나 신문지상을 통해서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탈북 가정들에서 가끔씩 발생되는 부적응 사례들이나 가정불화 등도 특별한 상황으로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상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나라 안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 사이에도 그런 사례들은 비일비재한데 하물며 그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 마음속에 상처가 많은 우리 탈북자들에게는 그 상처를 치유할 여유조차 없는 것도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거기에 사회정착이라는 또 다른 과제까지 겹치고 있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 탈북자들은 이때까지도 그러했던 것처럼 금년 한 해도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멋진 모습들을 보여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사실 온 가족이 한 번에 탈북하기는 어려우니까 돈을 받고 중개 역할을 해주는 브로커를 통해 한 명씩 가족을 탈출시키는 게 보통이잖아요. 그런 험난한 과정을 겪었으면 더 단합해서 잘 살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한 경우는 왜 생기는 걸까요?
마순희: 저희 고향에서 온 한 가족이 있었습니다. 30대의 딸이 어린 딸을 데리고 먼저 탈북했고 중국에서 몇 년 살다가 한국에 왔습니다. 자신이 행복한 생활을 하면 할수록 고향에 두고 온 엄마 생각이 간절했고 엄마와 고모, 그리고 사촌 형제들까지 모두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두 조로 나뉘어 떠났던 가족들 중에서 엄마와 고모는 무사히 도착했지만 사촌형제들이 중국에서 체포되어 북송되게 되었습니다. 고모는 ‘네가 한국에 오라는 말을 안했으면 내 자식들이 그렇게 잡혀 갔겠느냐’고 하면서 매일 푸념을 한다고 합니다.
특히 탈북을 위해 쓴 수천 달러의 중개비용에 대해서도 가족 간에 이해하는 정도가 좀 달랐습니다. 우선 북한식 사고방식에서 갑자기 자본주의를 이해한다는 것이 무리가 있는 거죠. 사실 북한에서는 가족 사이에 네 것, 내 것이라는 개념이 그리 크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그 동안 헤어졌던 가족들을 서로 만난다는 그 한 가지 생각으로 경제적인 부담을 무릅쓰고 브로커를 통해서 가족을 데려오게 됩니다.
먼저 도착해 브로커 비용을 지불하고 가족을 데려온 사람은 새로 도착한 가족도 돈을 벌어서 브로커비용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새로 온 가족들은 그럴 형편이나 정신적 여유가 없는 게 보통이죠. 그게 영으로부터 시작해도 힘든 정착을 미누스로 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서로가 힘들다보니 오해도 있을 수 있고 일시적인 불화도 생길 수 있지만 그래도 가족은 가족이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노력하다보면 다 이해가 되고 관계가 회복이 되는 것입니다.
이예진: 시간도 필요하고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지만 탈북자들이 가족 간의 불화를 현명하게 풀어가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마순희: 아무리 가족 사이에서라도 분명하게 밝히고 넘어갈 문제들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것이 오해의 소지를 줄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가령 가족을 데려오는 문제에 있어서도 브로커비용이 얼마인데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고 어떻게 처리하겠는지에 대해서 확실하게 설명을 하고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말로는 이렇게 하면서도 저 같아도 식구들이 오겠다고 하면 이것저것 따져 볼 것 같지 않기는 합니다.
그리고 가족 간의 문제도 다른 모든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하고 그것을 통해서 서로가 이해하고 사랑으로 보듬어 나갈 때 약간의 오해나 불화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서로가 더 깊이 알게 되고 자신에 대해서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항상 이렇게 하면서도 마음에 짚이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는 나는 얼마나 제대로 살고 있는지 반성해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완성된 인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모두들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게 일생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위안하기도 하죠.
이예진: 맞습니다. 그리고 물론 북한에 있을 때보다 더 똘똘 뭉쳐서 행복하게 사는 탈북 가정도 많잖아요. 올해 음력설을 좀 특별하게 맞는 분들이 계시면 좀 소개해주세요.
마순희: 저희와 하나원을 함께 수료한 가족이 한 단지에 살고 있는데요. 해마다 설날이면 온 가족이 동해로 해맞이를 떠나군 합니다. 참 보기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윗집에는 남편이 중국에서 살던 교포분이신데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와서 살고 있습니다. 지방에서 일하시기에 한 주일에 한 번씩 집에 오는 주말 부부입니다.
이예진: 1주일에 한 번씩, 주말에 만난다고 해서 주말부부라고 하죠.
마순희: 네. 매주 금요일이면 주말에 오는 남편을 위해 음식 장만에 정성을 쏟는데 설 명절이 되면 한국에 나와 있는 신랑의 형제나 친척 분들까지 모두 모여서 즐겁게 명절을 보내군 하였습니다. 그 남편분도 대학에 다니는 전남편의 딸에게 친아빠 이상으로 잘 대해주고 여성분은 시댁식구들에게 정성을 다하면서 살다보니 가정이 늘 화목한 것 같습니다.
설날을 어떻게 보내는지는 사람마다 집집마다 서로 다를 것 같네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세 딸네 식구들이 모두 모여 오고 명절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물론 다섯 손자, 손녀들의 세배를 받다보면 용돈 장만도 해야죠. 명절 음식도 준비해야죠. 행복한 걱정입니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명절이라도 제가 회사생활 하다 보니 24시간 상담전화를 하며 마음 놓고 쉴 수 없었는데 퇴직하고 처음으로 맞는 설날이라 저도 기대됩니다. 근무 때문에 해마다 미루어왔지만 금년 설에는 식구들이랑 함께 북한이 한 걸음이라도 가까운 통일전망대로 가던가 아니면 동해바다로 달려가던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먼 북녘을 바라보며 두고 온 식구들에게 마음속으로라도 새해 인사라도 올리고 싶거든요. 그리고 해야 할 일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혼자서 외롭게 설날을 맞는 제 친구들과 어르신들을 찾아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선생님께서는 누구보다 바쁘고 풍성한 설을 보내게 되실 것 같은데요. 가족의 소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는 설 명절, 청취자 여러분도 평안하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