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살면서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청취자 여러분은 어떻게 이겨내시나요? 전쟁이나 억압, 고문, 자연재해 등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뒤 그 사건에 대한 공포감이 남아 계속 고통을 느끼고, 신체적인 질환까지 나타나는 마음의 병이 있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북한이탈주민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마음의 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공황장애에 대해 얘기를 해봤는데요. 오늘 사례자는 북한에 있을 때 부모님 증세도 공황장애와 비슷했던 것 같다고 하는데요. 먼저 사연 듣고 얘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사례/제가 앓았다기보다 저희 부모님이 비슷한 증상이 있었던 것 같아요. 북한도 제가 있을 때 화폐개혁과 고난의 행군이 있어서 힘들었거든요. 그러면서 부모님에게 저와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는데 북한에서는 공황장애라는 말도 없었으니까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병원에 가야 약도 없고 처방도 없으니까 아픈 대로 그냥 지나치는 거죠.
이예진: 네. 북한에서 심리적 질환에 대한 치료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매우 단편적으로 들어봤지만 부모님의 증세도 공황 장애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전진용: 이런 질환을 넓은 의미에서 보면 불안장애로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사례는 공황장애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예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어떤 질환인가요?
전진용: 일단 스트레스 자체가 심리적인 충격, 타격을 받는 것을 말하죠. 북한 주민들에겐 생소할 수도 있지만 얼마 전 북한이탈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해보니까 북한에서도 스트레스라는 말을 쓴다고 하더라고요. 동물들이 성장을 잘 못하면 '돼지가 스트레스를 받았나' 이런 말을 하기도 하는 걸 봐서는 스트레스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이예진: 사실 한국에서는 너무 많이 쓰이죠. 마음이 언짢거나 짜증이 나거나 작은 일에 신경이 쓰일 때 이런 말을 하는데 북한에서도 이제 쓰고 있다는 말이네요.
전진용: 네. 그래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면 외상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고 나서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는 증상을 경험하는 것을 말하고요.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한데요.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든지, 범죄로 피해를 당한다든지, 자연재해로 홍수나 산사태로 마을에 피해를 입었다든지 하는 경험이 심리적인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하는데요.
북한이탈주민 같은 경우에는 제가 상담한 사례 등을 통해 보면 북한 내에서 공개처형 당하는 장면을 봤다든지, 굶어죽는 사람을 봤다든지, 북한 내에서도 잡힐까봐 두려워하는 사건을 겪었을 때 이 증세가 나타났고요. 중국에서는 공안에게 붙잡힐까봐 두려워하는 마음들이 큰 외상으로 작용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평생 유병률은 6.7% 정도로 나타나는데요. 남한 사람들한테는 큰 사건을 겪지 않아 높지 않은데, 북한이탈주민에게는 탈북이라는 과정과 중국이나 제3국에서 잡힐 것 같은 두려움이 외상으로 작용해서 통계는 보고되는 것마다 다르지만 제가 경험적으로 봤을 때는 10명 중에 2, 3명까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다고 볼 수 있고요. 심리적인 외상으로 인해 불안을 경험하는 사람은 더 많아서 절반 정도, 10명 중 4, 5명이 불안 증세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예진: 상당히 많네요. 공황장애 증세와는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어떤 경우에 많이 생기나요?
전진용: 공황장애는 갑자기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밀려오면서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호흡이 가빠지는 증세가 나타나는데요. 외상 후 스트레스는 외상과 관련된 증상들이 나타나거든요. 크게 3가지 증상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3대 증상으로 보는데요. '재경험'이라고 해서 계속 똑같은 외상이 떠오르는 건데요. 처형장면을 목격했을 때 눈을 감아도 계속 떠오른다든지, 잠을 자도 꿈에 같은 장면이 계속 악몽으로 나타나면서 똑같은 충격적인 사건들이 떠오르는 등의 것을 '재경험'이라고 하고요. 또 하나는 '회피'인데요. 어떤 현상을 피하고 싶은 거죠. 불이 나서 외상을 겪었다면 성냥불 하나만 봐도 무서워하고 피하려고 하는 것이 회피 증상을 말합니다. 또 '과각성'이라고 해서 작은 사건에도 크게 놀라는 증세가 있는데요. 남들은 전혀 놀라지 않는 사건, 문을 닫는 소리나 전화소리,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등 사소한 자극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는 거죠. 그런 것 때문에 짜증이나 화가 나는 것을 '과각성'이라고 합니다. 이 세 가지 증상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증세라서 공황장애와 비교한다면 불안이라는 측면에서는 비슷할 수 있지만 증상의 특성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예진: 선생님이 상담하신 북한이탈주민들도 이런 증세들이 있었나요?
전진용: 네. 가장 많이 호소하시는 게 작은 일에도 깜짝깜짝 놀란다는 분들이 많았고요. 재경험과 관련해서 중국 공안에게 쫓겼던 많은 분들이 한국에 와서 아파트 경비의 제복이나 응급차 소리만 들어도 깜짝깜짝 놀란다는 분이 많았습니다. 외상이 줄어들면 없어지겠지만 한국에 와서 그런 증세 있는 분들이 많아서 정말 정신적 충격이 컸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이예진: 그렇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치료가 중요할 텐데요.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될까요?
전진용: 2차 세계대전과 같은 전쟁 이후 전쟁에 대한 공포와 심리적 불안으로 시작된 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거든요. 그 때 나온 치료 중에 하나가 빠른 일상 복귀, 그러니까 계속 병원에 있기보다 불안증세가 나아지면 일상생활을 하면서 빨리 기억을 잊도록 하라고 얘기하거든요. 또 주변 사람들은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사람에게 정서적인 지지와 용기를 북돋아주는 방향으로 접근을 해야 하고요. 이완요법이라고 해서 심호흡이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명상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되겠고요. 전문적인 치료법을 말한다면 항우울제 같은 약을 사용하면서 정신적인 심리 상담을 병행하고요. 최근에는 안구운동 민감 재처리 요법이라고 해서 안구운동을 하는 상태에서 힘들었던 사건을 기억하도록 해서 기억을 중화시키는 방법으로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이예진: 그럼 북한이탈주민들이 이런 치료를 통해 호전되고 계신가요?
전진용: 네. 말씀드린 방법을 통해 치료받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예진: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안구운동을 이용한 치료방법 같은 어려운 치료는 받을 수가 없는데 청취자 여러분께, 또 내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아닌가 생각하신 분들에게 필요한,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전진용: 네. 누구나 그런 상황이 되면, 심리적 충격을 받으면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그런 것들이 평생 가는 것이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잊을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 생각으로 잘 적응하면 차츰 줄어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주변에 이런 아픔이 있으신 분이 있다면 따뜻한 말 한마디가 도움이 되니까요. 주변에서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극복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예진: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어쩌면 주변에 많을 지도 모릅니다. 아끼지 말고 나누시기 바랍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