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일 암에 걸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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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서 갑상선암, 위암, 폐암 등의 암 환자가 12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니까 한국 국민 10명 중 3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암에 걸린다는 얘긴데요. 다행히 과거와 달리 생존율이 높아져 더 이상 ‘죽음에 이르는 병’은 아닙니다. 하지만 돈은 많이 들죠.

가족 중 누군가 암에 걸렸다면 온 가족이 정신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힘을 모아야만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가 만약 암에 걸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저희가 탈북자들에게 보험이 꼭 필요한 건지, 또 만일의 경우에 보험으로 어떻게 대비하면 되는지 등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는데요. 오늘은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보죠. 사실 암이나 수술 등 큰돈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 병원비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런 일을 겪은 탈북자도 있었나요?

마순희: 물론 암이나 큰 수술을 받거나 할 때에 탈북자들인 경우에는 거의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치료비 때문에 치료를 못 받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항상 이야기하지만 남북하나재단을 비롯하여 민간단체나 종교기관 등에서 의료비지원을 해주는 곳도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본인의 요구에 의한 재활치료나 의사를 지정해서 진료 받는 특진, 입원실도 비싼 특실을 이용한다든지 의료보험에 적용이 안 되는 서비스를 받을 때에는 당연히 본인의 부담금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례들이 발생했을 때 치료비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일을 못하면 정상적으로 생활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보험에 가입하여 몇 천 만원, 그러니까 몇 만 달러 정도 진단비라도 받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 번은 우리가 한국에 올 때 함께 온 탈북자 남성이 보험에 가입한지 1년이 채 안 되었는데 간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40대 남성이라 암보험 진단자금이 5000만 원정도 나오는 보험상품에 가입했는데 가입한지 6개월 정도다 보니 그 절반인 2천 500만원 받았습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암에 걸리면 들어가는 돈이 워낙 많다보니 암으로 진단이 나오기만 해도 암 진단비라는 명목으로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받게 된다는 거잖아요. 말씀하신 분은 가입 기간이 짧아서 5만 달러가 아닌 2만5천 달러 정도를 받으셨다는 거네요.

마순희: 네. 그런데 한국이 정말 의학이 발전했다고 감탄한 것은 저희가 병원에 면회 갔을 때 중환자실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던 그 친구가 지금은 건강을 회복하여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때 그 보험금이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기간에 생활비로 정말 유용하게 쓰였다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최근에는 암 진단비를 1억 원, 그러니까 10만 달러 정도를 설정해놓고 다달이 내는 보험금을 더 내는 분들이 많은데요. 한 번 암 진단을 받으면 생활을 포기하고 가족까지 매달려 치료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라 암 보험은 몇 개씩 갖고 있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분은 다행히 병이 나아서 암 진단비를 생활자금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었겠네요. 그런데 탈북자들은 북한에서부터 잘 먹지 못해서 건강이 좋지 않았거나 탈북과정에서 건강이 나빠진 분들이 있어서 병원에 자주 가는 형편이잖아요. 탈북자분들은 대체로 이런 보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마순희: 저도 마찬가지지만 많은 분들이 처음에 보험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서 참 우리에게 필요한 상품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매월 자신이 낼 수 있을 만한 적당한 선에서 보험료를 내는데 그러다가 안 좋은 병에라도 걸리거나 뜻밖의 사고라도 당하게 되면 많은 보장을 받게 되는 거잖아요? 물론 그냥 건강하게 지낼 때에는 매월 나가는 보험료가 아깝게 생각될 때도 있지만 그것은 내가 그만큼 건강하게 별 탈 없이 생활하는 사람들에겐 안전장치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간혹 어떤 분들은 자신의 건강에 대하여 지나칠 정도로 믿으면서 매월 내는 보험료가 그냥 날아가 버린다는 생각을 하는 탈북자 분들도 있습니다. 아직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않은데 매월 내는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는 건데요. 보험금을 받을 일이 생기면 보험에 가입 안한 것을 후회하지만 정작 그럴 일이 없으면 보험료가 아깝게 생각되기는 할 겁니다. 그래도 누구나 예측할 수 없는 불행에 미리 준비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준비하시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연금저축보험 같은 경우에는 일할 때에 매월 얼마씩 저축을 하면 일을 할 수 없는 나이, 즉 65세 이상 되면 연금을 매월 수령하기 때문에 마음이 많이 든든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사실 저희가 보험을 홍보하는 게 아닌데 사실 아플 때나 무슨 일을 당했을 때 유용하게 쓰이기 때문에 탈북자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말씀드리는 건데요. 물론 보험은 선택입니다. 그런데 가끔 탈북자들이 보험사기에 연루됐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는데요. 이게 정확히 어떤 얘긴가요?

마순희: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보험 영업을 하는 보험회사나 보험설계사들에게 있어서 탈북자들은 첫 번째로 유치할 수 있는 고객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는 비정상적인 영업을 하거나 보험사기를 꾀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제가 국립의료원에서 일할 때 사례인데요. 하나원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40대 여성이 팔이 아프다고 병원에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외과에서 진료를 받고 상담실에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보험에 대하여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내용인즉 탈북자 정착기관인 하나원을 나온 지 두 달도 안 되었고 40만 원 정도, 그러니까 4백 달러 정도의 생계비를 받고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보험에 가입한 것이 네 건이나 되고 매달 내는 보험료는 생계비가 나오는 것보다 더 많았습니다. 병원에서 팔을 수술 받아야 되는데 입원해서 수술을 받으면 입원수당도 나오고 수술비용은 물론 골절 진단비와 수술 보장 등에서 많은 돈이 나온다고 해서 보험에 들었는데 진짜로 나오는지 궁금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보험설계사의 말로는 이전에 팔이 아팠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보험금이 나온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거짓말할 자신이 없다고 합니다. 몇 년 전 북한에서 산나물 캐러 갔다가 산에서 굴러서 팔이 탈구가 되었는데 같이 갔던 지인들이 급히 탈구된 뼈를 대충 맞추어놓았는데 제대로 못 맞춘 거죠. 어려워서 병원에도 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뼈가 잘못 맞추어져서 팔이 비뚤어졌고 이제 수술 받아서 다시 제대로 맞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술을 받기 전에 보험부터 들어놓아야 보험금이 왕창 나온다고 그럴듯한 말로 설명을 해서 보험에 가입한 거죠.

이예진: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마순희: 물론 보험금은 고사하고 보험사기로 처벌 받을 뻔한 사례였습니다. 탈북자들이 처음에 보험에 대하여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이와 비슷한 보험사기로 유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과도한 보험에 가입하여 한 달 정도 병원에 입원하면 한 달 급여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받기도 하는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보험이 필요한 것이기는 한데 잘못 이용하면 본인도 불이익을 당하고 탈북자들에 대한 인상도 나빠지는 사례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저도 탈북자들의 지역적응을 돕는 하나센터에서 하나원을 갓 나온 교육생들에게 보험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그것이 한 두 번의 강의로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예진: 남한 사람들도 간혹 보험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긴 한데, 물론 일부에 해당되겠지만 탈북자들이 이런 일에 연루됐다는 게 좀 안타깝네요. 하지만 또 반대로 보험의 필요성을 깨닫고 보험업계에서 일하는 탈북자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다음 이 시간에 자세히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