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수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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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치맛바람이란 말은 남한에서나 북한에서 흔하게 쓰입니다. 그만큼 한반도 엄마들의 교육열이 높다는 얘기겠죠. 아이의 미래를 위해 탈북한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그 이상이라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 엄마들의 교육열을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한국에선 3월이면 새 학기가 시작되죠. 그래서 지금 봄방학 중인데도 다음 학년 공부를 미리 하느라 열심히 예습하는 학생들이 많던데요. 탈북 학생들도 그런 분위기는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마순희: 그렇죠. 탈북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랍니다. 저도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3학년 세 손자손녀가 학생인데요. 딸들이 하는 거 보면 정말 대단합니다. 옛날에 자식들 키울 때 저도 한 치맛바람 했지만 지금 딸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생각될 정도입니다. 그리고 간혹 이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답니다. 공부를 학교에서 하는 게 아니라 학원에서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예진: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교육열도 만만치 않잖아요.

마순희: 네. 저도 TV에서 뿐 아니라 가끔 주위에서 보게 되는 광경인데요. 애들이 학교공부가 끝나면 몇 개의 학원에 뺑뺑이를 돌리다 보면 밤늦은 시간에 축 처져서 돌아오는 모습이 참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학생들뿐 아니라 유치원부터 엄청난 교육비를 들이면서 사교육을 시키는 현실이 어떨 때에는 이해가 안 갈 때도 있었습니다. 저의 손자가 중학교 1학년에 올라가는데 한 반에 다니는 애들 중에는 3-4개의 학원을 다니는 애들이 대다수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처음에 남한에 와서는 대학입학 시험이죠. 수학능력시험을 왜 그렇게 요란하게 보는지 이해가 안 갔습니다. 수능시험 보는 날에는 출근시간을 한 시간 늦추면서 학생들의 시험시간을 보장해 주고 시험장 주위에서는 경적소리도 내지 못 하게 하고 온 나라가 떠들썩한 모습을 보면서 많이 놀라웠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를 몰랐거든요. 저는 수능시험을 북한의 예비시험 정도로 생각을 했었는데 후에 알고 보니 수능이 예비시험과 입학시험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더라고요.

이예진: 그렇군요. 최근 탈북 학생들의 교육과 관련한 상담전화도 있었나요?

마순희: 제가 며칠 전에 상담했던 40대 여성의 상담 사례입니다. 아들이 북한에서 손꼽힐 정도로 공부를 잘 해서 외국어학원을 졸업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외국어학원 졸업했다고 하면 굉장한 수재, 혹은 대단한 인재라고 생각한답니다. 1월 말에 전 교육과정은 마쳤고 김일성종합대학에 추천을 받았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예비시험을 보고 등수에 따라서 상위 몇 등까지는 김일성 종합대학, 그리고 그다음으로 김책공대, 이과대학 등 유명대학들에 추천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공지가 된 날 그 대학에 가서 다시 대학입학시험을 보고 와서 졸업식을 하게 됩니다.

그 여성은 아들이 뛰어나게 공부를 잘 하기에 최고의 대학에 추천을 받았지만 자신은 이미 탈북을 결심했던지라 아들에게 의사를 물어 보았다고 합니다. 평양에 가서 종합대학에 다닐 것인지, 아니면 엄마랑 같이 한국에 가서 서울대에 가는 것이 더 나은지 아들의 선택을 따르겠다고 했답니다.

이예진: 굉장히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어떤 선택을 했다고 하나요?

마순희: 네. 그 아들이 다행스럽게도 한국의 서울대를 가겠다고 선택해서 함께 탈북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탈북을 하더라도 아들이 그동안 다니던 외국어학원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려고 평양으로 시험 보러 간다고 떠나서 도중에 탈북을 했답니다.

중국을 거쳐서 무사히 대한민국에 도착하여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으면서도 아들의 성적이 높아서 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다만 학교는 수료했지만 졸업식에 참가하지 않다보니 고등학교 중퇴로 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 여성의 말로는 성적이 높기에 일반 고등중학교는 졸업한 것으로 해주겠다고 했는데 자기는 6년간이나 외국어학원을 다닌 애를 일반학교 졸업생과 같이 취급한다는 생각에 그것을 거부하고 그냥 외국어학원 중퇴로 서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예진: 자존심 때문이었을까요?

마순희: 그게 아니라 어떤 특별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정작 사회에 나와서 학력확인서를 떼보니 외국어학원 중퇴로 되어 있어서 특목고나 일반 고등학교는 학력은 같잖아요. 대학을 가기 위한 중간다리인데, 이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려면 대안학교나 정규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수능을 봐서라도 고등학교 졸업으로 학력인정을 받아야 하는 현실에 부딪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상담하게 된 것입니다.

이예진: 대학 입학할 때 탈북 학생들은 특별전형제도가 있어서 일반 학생들보다는 경쟁이 좀 덜한 편이죠. 하지만 자격요건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그래도 검정고시 같은 제도가 있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아도 수능시험을 보는 건 가능하잖아요?

마순희: 그렇긴 하지만 북한에서 온 학생들이 고등중학교를 졸업했다고 하면 대학에 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요. 그런데 이 학생은 고등중학교 과정은 마쳤지만 졸업장을 못 받아서 중퇴가 된 거죠. 어쨌든 졸업했다는 학력이 없어서 이런 어려움이 있게 된 겁니다.

학력이 안 되어 금년에 대학에 못 가게 되니 1년간 일반 고등학교에서 공부하기보다 외국어 특목고에서 배워서라도 북한에서 배운 장점을 살려 보면 안 되는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 상담을 하였습니다. 북한에서는 외국어학원이 몇 개 안 되다보니 많이 선호하고 또 우대하지만 한국에는 특목고들이 많고 특히 외국어 특목고인 경우에는 서울에만도 6개가 있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3학년에 편입하려면 빈자리가 있어야 시험을 보고 들어갈 수도 있는데 지금은 몇 개의 특목고에 전화를 해 보았는데 편입으로 받아주는 데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특목고가 모두 사립이라 우리로서는 부담하기 힘든 엄청난 사교육비가 들어간다는 것 등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예진: 공립은 나라에서 운영하는 거라 저렴하고 탈북 학생들은 무료인데, 사립학교는 비용이 많이 들죠.

마순희: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 부모가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한국의 고등학교 졸업 정도면 북한의 외국어학원 졸업하는 정도의 영어교육은 누구나 받고 있고 특히 원어민과 1:1로 과외를 하면서 외국인 못지않게 영어를 구사하는 한국의 현실을 잘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방학이면 어학연수도 하고 유학도 하면서 원어민들과 많이 접촉하는 한국의 현실과 폐쇄적이어서 외국에 나가보지도 못하는 북한의 실상 등을 비교해서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 아들 같은 수재 학생이 오면 그에 맞는 특별한 혜택을 주는 정책은 왜 없는지 하면서 교육원 외에 특별한 지원을 받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북한에서도 최고의 대학교를 갈 수 있었으니까 한국에 와서도 당연히 최고의 고등학교부터 가야하고, 인정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잖아요. 하지만 북한과 교과목이나 과정이 전혀 다른데 잘 따라갈 수 있을까, 아이의 상태부터 걱정이 되네요.

마순희: 저도 그 학생을 만났는데 학생 본인보다 그것은 거의 엄마의 결정이고 요구사항이었습니다. 상담 후 저뿐 아니라 그 지역의 하나센터 선생님들과도 여러 차례 상담을 하고 지금은 학생의 선택으로 정규 고등학교에서 1년간 공부를 더 하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남북한의 학제도 다르고 교육 내용에서도 차이가 많은 것만큼 그것이 남한생활에 적응하고 대학생활도 원만히 하도록 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네. 열심히 공부해서 최고의 대학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