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서는 연일 중국 공안의 탈북자 북송을 반대하는 운동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탈북자 북송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15만 명이 넘게 참여했고요.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은 북송반대 운동 현장에서 탈북자들의 북송을 저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죽음을 연상케 하는 북송에 대한 공포. 탈북자들이 절규하는 이유를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오늘은 중국의 탈북자 북송과 관련해 얘기를 나눠볼 텐데요. 최근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번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강제 북송한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생명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탈북자들이 전면에 나섰습니다.
박민철(가명): 지금 북송될 경우 그들은 다시 가족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강인자: 공안들이 들이닥치는데 할 수 없잖아요. 노예 취급하죠. 인간의 존엄이란 게 없이, 때리면 맞고, 어디 가서 하소연 할 데도 없고요.
이예진: 중국대사관 앞에서 여러 탈북자단체와 인권단체,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과 방송인 등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 북송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들으신 것처럼 탈북자들에게는 가족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격한 감정이 느껴지는데요. 최근 탈북자들의 마음은 아무래도 안정이 되기 어렵겠죠?
전진용: 아무래도 남한에서 적응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사건을 접하게 되면 가라앉아 있던 과거의 힘들었던 일들이 자꾸 떠오르게 되거든요. 그러면서 마음이 더 힘들어지고 안정이 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예진: 특히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를 찾았던 탈북자 김옥화(가명)씨는 18년 만에 70세의 나이에도 어렵게 탈북해 중국에 체류 중인 어머니를 만나 함께 할 기쁨에 들떴다가 이번에 어머니가 중국 공안에 체포되는 바람에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제3국을 돌아 한국에 오는 길이 몇 달 거릴 것 같아 그전에 얼굴이라도 보려고 어머니를 만났던 건데 그 뒤에 하필이면 그렇게 된 거죠. 그만 체포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죄책감에 사로잡힌 김옥화 씨는 집안도 감옥같이 여겨지고, 일도 못 하고 울기만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번에 붙잡힌 탈북자 31명의 가족도 충격이 크겠죠?
전진용: 네. 아무래도 탈북자들이 북한의 가족이 올 것을 기대를 했다가 상실감을 겪게 되는 거잖아요. 만날 준비와 기대를 하다가 못 만나게 되면서 두 번의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거죠. 북한에 가족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저 그리움만 있었을 텐데 기대를 했다가 영영 만나지 못할 거라는 충격이 되는 거죠. 거의 배우자나 가족이 사망했을 때와 같은 감정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사망에 맞먹는 충격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선생님께서 직접 만나보신 탈북자들의 경우 대체로 탈북과정에서, 특히 중국에서 불법 체류하는 동안 느낀 공포가 꽤 크다면서요?
전진용: 네. 어떤 분들은 밤에 주무시다가 잡혀가기도 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한 번도 깊이 잠을 잔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또 어떤 청소년은 중국에서 한국말을 하면 엄마한테 많이 혼났다고 해요. 한국말을 하면 북한에서 왔다는 게 들통 나니까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조마조마했다고 합니다. 친구들이 뭘 물어보거나 하면 계속 거짓말을 해야 해서 당황하고 힘들었다는 얘기를 했고요. 한국에 와서는 경찰이나 제복을 입은 경비를 보거나 경찰차 소리만 들어도 무섭다고 한 경우도 많고요. 남한에 와서도 그런 과거 상황들이 정신적 외상으로 자리 잡아서 힘들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예진: 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국에 오신 탈북자들이 공포감을 유지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이 공포감이 없어지긴 할 텐데요. 대체로 이 같은 공포가 없어지는데 얼마나 오래 걸릴까요?
전진용: 공포가 없어지는 데는 일상생활에 적응을 잘 하고 마음이 편한 상태에서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은데요. 문제는 공포감 등이 사라진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비슷한 일, 외부환경 등으로 인해서 가라앉았던 공포감이 다시 끓어올라오는 경향이 있어서요. 최근 언론에서나 주위에서, 탈북자 사회에서도 또 다른 이야기들이 있을 텐데요. 그래서 가라앉고 잊혔던 외상이 다시 생기는 거죠. 상처가 났을 때 거의 아물려고 하는데 다시 만지면 덧나잖아요. 마찬가지로 마음의 상처가 아물 때 이런 기억이나 충격적인 사건을 계속 접하고 느끼게 되면 상처가 덧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이예진: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탈북자들에 대해 3대를 멸족시키겠다는 발언으로 한층 강화된 탈북자 단속 강화와 계속되는 중국의 강제 북송은 한국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 탈북자들에게도 큰 동요가 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전진용: 네. 북한 체제가 바뀌는 것 자체가 이분들에게 큰 걱정으로 다가올 텐데요. 실제로 탈북자들은 북한의 가족과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취하거나 가족을 남한으로 데려오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최근에 이런 북한의 정치적인 분위기나 현지 상황이 자꾸 변하잖아요. 그러다보면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탈북자들도 이로 인해 굉장히 동요할 수 있고 불안해 할 수 있습니다.
이예진: 이런 정신적인 동요가 신체적인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나요?
전진용: 당연히 감정적인 변화는 신체적인 변화를 가져오고요. 가벼운 두통에서 소화 장애, 가슴이 답답하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자율신경계의 변화, 불면증 같은 여러 신체적 변화로 나타날 수 있고요. 심해지면 화병이나 몸이 화끈거리는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예진: 네. 불면에 대해 말씀해주셨지만 최근에는 공포스러운 탈북 과정과 더불어 북한에 남은 가족에 대한 염려로 잠을 못 이루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전진용: 네. 예전에도 상담을 하다보면 좋아지다가 갑자기 안 좋아지는 경우가 있어서 알아보니 북한의 가족이 한국에 오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나오다 잡혀갔다 이런 상황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런 일 때문에 잠을 잘 못 이루거나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한 여러 가지 힘든 점들을 겪게 되는 것 같고요. 힘든 상황으로까지 발전되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네. 마음의 안정이 건강을 가져온다는 말씀이신데요.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자들은 대개 북한에 남은 가족이 있습니다. 그들에 대한 염려는 아마 평생 계속될 겁니다. 다 같이 따뜻한 집에서 모여살기 전까지는 말이죠.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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