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큰 경사를 결혼이라고 하죠. 몇 십 년 동안 다른 환경에서 자라 성인이 되어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 결혼, 탈북자들은 결혼식에서 유난히 눈물을 많이 흘립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잊지 못할 결혼식을 올리기까지, 그 뒷이야기를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날씨가 풀리면서 결혼을 알리는 청첩장이 오곤 하는데요. 선생님도 최근에 결혼한다는 지인이 있으셨나요?
마순희: 예, 이번 주 토요일에 저의 종합상담실에서 일하는 직장동료가 결혼식을 합니다. 신랑도 신부도 너무 멋지고 예쁜 한 쌍인데요.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서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는 신혼부부를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납니다.
이예진: 그런데 사실 이런 저런 이유로 결혼식을 미루는 탈북자 분들도 많잖아요. 그래서 한국 정부나 지역단체, 봉사단체들이 나서고 있더라고요. 지난 2월에는 대구지방경찰청과 세계 각지의 유력한 실업가와 직업인을 회원으로 하는 국제적인 사회봉사단체인 국제라이온스클럽 대구지구가 공동 주관한 '북한이탈주민 합동결혼식'이 열렸는데요. 저마다 사연이 있어 제 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았던 8쌍의 탈북자 가족은 아름다운 예복을 입고 뒤늦게 치룬 결혼식에 눈물을 글썽였다고 합니다. 이런 탈북자들을 위한 합동결혼식이 종종 있죠?
마순희: 예. 작년에도 KBS를 비롯해서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합동결혼식을 후원해 주었습니다. 사실 북한이탈주민들이 결혼식을 한다고 해도 많은 경우에 하객들이, 북한에서는 축하해주는 손님들이라고 하죠. 하객이 많지 않아서 한산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저도 몇 번 합동결혼식에 축하해주려 갔었는데 여러 쌍의 신랑신부가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서 있는 모습은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이예진: 여성이 입는 웨딩드레스와 남성이 입는 턱시도, 한복이 아닌 서양식 정장을 입는다는 말이죠. 멋지게 차려 입고 기분 좋은 결혼식인데 눈물 흘리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남한에서 올리는 탈북자들의 결혼식, 아무래도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많이 있을 것 같아요.
마순희: 북한에서부터 혹은 한국행을 선택하면서 서로 알게 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되고, 또 자식들도 낳아 키우면서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결혼식을 못 올린 부부들이 많습니다. 누구나 남들이 결혼식을 올리는 소식을 듣거나 보게 된다면 당연히 부러운 마음이 들고 생각이 많아지겠지요. 그러다가 결혼식을 하게 되면 얼마나 감회가 새롭겠습니까? 기쁘면서도 한 편으로는 가장 가까운 가족의 축복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속으로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이예진: 그렇군요. 또 제 때 결혼식을 못 올리는 경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비용도 꽤 들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집안사정마다 다 다르지만 지난해 평균 결혼식 비용이 1700만 원, 그러니까 만5천6백여 달러 정도가 드는 것으로 조사된 걸 보면 탈북자들에겐 결혼식이 좀 부담스러운 행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마순희: 좀 부담되는 정도가 아니지요. 각자가 자신의 경제적 여건에 맞게 하기는 하지만 그만한 비용을 부담하면서 결혼식을 올리기는 쉽지 않거든요.
이예진: 한국 정부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무료로 결혼식 장소를 대여해주거나 저렴한 가격에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경우도 많던데요. 탈북자들에게도 이런 혜택이 있나요?
마순희: 북한이탈주민들의 이러한 고충을 진심으로 해결해 주기 위해서 여러 후원단체들과 종교단체, 지역의 경찰서 등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후원해 주고 있습니다. 결혼식에 들어가는 일체 비용과 제주도 신혼여행까지 갈 수 있도록 해주어서 정말 추억에 남는 꿈같은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예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도 지원이 좀 있나요?
마순희: 네. 재단에서는 결혼식을 올리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 15만원의 결혼축의금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이예진: 137달러 정도 축의금을 주는군요. 어렵게 탈북해서 한국에 자리를 잡고 새로운 만남을 통해 결혼을 결심한 탈북자들은 어떤 고민이 가장 많을까 궁금한데요. 결혼과 관련해서 어떤 상담전화가 가장 많은가요?
마순희: 30대 중반의 한 여성이 상담을 해왔습니다. 지금 대학교 2학년이고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의 소개로 한국남성분을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소개로 만났지만 처음부터 서로 너무 마음이 끌렸고 몇 개월 정도 지났는데 지금 서로가 너무 사랑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혼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만일 결혼을 하게 되면 자신이 받고 있는 지원정책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문의하는 것입니다.
지금 그 여성분은 대학생이기에 기초생활 수급자로 생계비를 받으면서 공부를 하고 있고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는데 혹시 결혼하면 어떤 불이익이 오는 건 아닌지 알고 싶어 했던 거죠. 그래서 한국에서는 모든 재산기준이 부부합산으로 되기 때문에 지금 만나고 있는 남성분의 재산 여부에 따라서 수급자 기준과 임대주택 기준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인생을 결정하는 중대한 대사인 결혼을 하면서 그런 사소한 것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진심으로 끝까지 살아 갈 수 있는 믿음직한 사람이고 서로 사랑한다면 제대로 된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예진: 제대로 된 행복한 가정을 좀 꾸려봐라 말씀하셨는데 현재 탈북자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말씀인가요?
마순희: 아 그것은 적지 않은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이 결혼하고 혼인등기를 제대로 하면 생계비나 의료급여1종 등이 중지된다고 하여 함께 살면서도 혼인등기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땅히 가정을 이루었으면 제대로 혼인등기를 하고 합법적인 부부로 살아야지만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또 자신들도 당당해질 수 있을 텐데 눈앞의 자그마한 이익만 보고 그렇게 하지 못 하는 분들이 있어서 안타까울 때가 많거든요.
이예진: 그렇군요. 그래서 그 여성분은 지금은 결혼을 하셨나요?
마순희: 예. 결혼을 한다고 전화도 왔었고요.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저의 상담실에는 북한이탈주민여성을 소개해 달라는 전화도 간혹 옵니다. 본인이나 혹은 어머니, 누이들이 전화를 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북한 여성을 만날 수 있는지 소개해 줄 수는 없는지 하는 문의 전화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예진: 남한 남성들이 북한 여성을 만나고 싶다는 전화도 하는군요?
마순희: 네. 얼마 전에는 어느 교회의 집사로 일하신다는 어머니가 전화를 주셨습니다. 집에 40대 중반의 아들이 있는데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적으로도 크게 어려움은 없는데 여자 친구를 만나지 못해서 장가를 못가 너무 속상하다고 전화를 했더라고요. 텔레비전에서 북한여성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어떻게 하면 북한아가씨를 며느리로 삼을 수 있는지 좀 소개해 주면 안 되느냐고 말씀하시는데 참 도와드리지 못해서 많이 미안했습니다.
이예진: 남남북녀라고 탈북여성들에 대한 남한 남성의 관심이 참 높은 것 같네요.
마순희: 올해에는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더 많이 결혼하고 보다 더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기를 바랍니다.
이예진: 그래요. 살다보니 놓쳤던 결혼식, 올해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과 주변의 따뜻한 축하를 받으면서 인생의 큰 잔치 꼭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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