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살 때, 자신의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면서 선물을 받는 상대방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남자들이 말이죠. 누군가를 도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각계각층의 탈북자 지원, 탈북자들에게 도움이 잘 되고 있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최근 사회적으로 탈북자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민간단체의 지원도 늘고 있죠. 그런데 그런 지원들이 탈북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도 있다면서요?
마순희: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지원도 늘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는 개별적인 분들이 많아진 것이 참 바랄만한 일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간혹 이러한 사업들이 본의와는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사례들도 있습니다.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이 복지의 수혜자라는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자칫 그 생활에 안주하려 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꺼리는 현상으로도 나타나고 있거든요.
물론 취업이나 창업, 귀농 등 자립 자활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실패를 하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이 중요한데 실패가 두려운 나머지 취업을 회피하고 수급자 혜택을 계속 유지하려고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기 위해 노력을 한다든가 위장 이혼을 하여 근로능력세대인데 무능력세대로 만든다든가, 보험사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 불법행위에 연루되는 등 위법행위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거든요.
상담을 하면서 그런 사례들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 상담을 해 드리군 합니다. 얼마 전에는 강원도 춘천에서 살고 계시다는 어느 수녀님과 상담을 했습니다. 자기는 한국에 나온 지 두 달 정도 된 북한이탈주민 청년을 잘 알고 있는데 그분들을 도와드리려다 보니까 납득이 안 되는 점이 있어서 전화로 문의한다고 하더군요.
이예진: 어떤 도움을 주시려고 그랬던 걸까요?
마순희: 그 청년이 일하기 위해서 승용차를 구입하려고 하니 생계비가 끊긴다고 하니 이해가 안 된다는 거였습니다. 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반드시 승용차가 필요한지를 물어 보았더니 일용직으로 일하려고 하니 작업장이 일정치 않아서 자기 차가 있으면 편할 것 같아서 3500만원 정도 한다는 새 차를 사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예진: 3500만원이면 3만 달러가 넘는데, 그 정도면 일반인들이 사기에도 꽤 비싼 가격의 차일 것 같은데요.
마순희: 네. 그래서 저도 한국에 나온 지 두 달도 안 된 청년이 무슨 돈이 있어서 그런 새 차를 구입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답니다. 수녀님의 이야기인즉 자기가 그 청년을 몇 번 만나보았는데 성실하고 일을 잘 하겠다는 각오도 높고 열심히 살고 있는 청년이어서 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것입니다. 대출을 받겠다고 해도 신용대출이 안되어 아는 지인을 그 청년에게 소개해주어 돈을 빌리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그렇게 빌려서 차를 사도 안 된다고 하면 탈북자들이 잘 정착하려고 해도 무슨 제약이 이렇게 많으냐는 것입니다.
일용직으로 일해야 6개월은 생계비가 나온다고 하지만 4대보험이 되는 회사에 다녀도 의료급여는 유지가 된다고 하면서도 왜 차를 사면 안 되는지 궁금하다는 거죠. 그래서 지금 하나원 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처음 나오면 조건부과 없이 6개월은 의료급여와 생계급여를 주고 있는데 만일 새 차를 사면 아무리 일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생계급여 대상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계속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해드렸습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지원제도 자체가 자동차를 운영할 능력이 되면 그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생계급여를 돌리도록 되어있기 때문이잖아요.
마순희: 그렇죠. 그리고 그 청년처럼 병원에 다닐 일이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인 경우 4대보험이 되는 회사에 다니더라도 의료보험은 직장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의료급여가 적용되고 4대 보험에 가입해야 지급이 되는 취업 장려금 등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계형으로 차를 살 때에는 몇 년 이상의 중고차라던가 몇 CC이하의 소형차, 그리고 구입비용도 얼마 이하여야 한다는 것을 설명해 드렸죠. 기초생활 수급자라고 할 때 정말 사회적으로 제일 어려운 분들을 도와주는 건데 소득 수준이 기준을 넘어서면 당연히 수급자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 등도 설명해 드리고요. 그랬더니 탈북자들이 한 번 잘 살아 보겠다고 하는데 무슨 제약이 그렇게 많으냐, 대출이 안 된다고 해서 개인 돈을 빌려서라도 좋은 차를 사겠다는데 그것도 안 된다면 탈북자들을 어떻게 하는 것이 제대로 돕는 것이냐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도와주시는 분도 탈북자들의 생활이나 지원제도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셨나 보네요.
마순희: 네. 그래서 저도 탈북자들을 도와주고 계신다는데 그 일을 시작한지 얼마나 되셨는지 물어 보았더니 아직 1년이 채 안 되었고 만나본 탈북자도 얼마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 수녀님의 관심과 도움을 드리고 싶어 하는 마음은 그대로 전달이 되는데 사회생활에 대하여 그리고 북한이탈주민들의 지원제도에 대하여 너무 모르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을 내서라도 이야기를 나누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에게 상담을 하고 있는 나도 탈북자라는 것을 밝히고 제 식구처럼 생각하면서 이렇게 도움을 주기위해 노력하고 계신데 대해 감사의 인사를 먼저 했죠. 그 때는 상담전화가 가장 많은 시간대였으므로 긴 통화를 할 수 없음을 양해를 구하고 저녁시간에 다시 전화를 드리기로 하고 퇴근시간 이후 다시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이예진: 그래서 어떤 말씀을 해주셨나요?
마순희: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에 대하여 특히 낮에 문의했던 취업특례로 의료급여혜택이 거주지 보호기간 동안 어떻게 유지가 되는지, 기초생활수급의 적용기준이 대도시와 중소도시, 농어촌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북한이탈주민들의 취업특례 등에 대해서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그 분의 도와주시려는 마음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아직 한국에 대해서 아는 것도 얼마 없고 지리도 익숙지 못 한 상태에서 비싼 돈을 주고 그것도 남의 돈을 빌리도록 주선해서 새 차를 사도록 한다면 어떤 상황들이 일어 날 수도 있는지를 상담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설명해 드렸죠. 우리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어기는 것이 교통법규이고 가장 많은 사고를 내는 것 역시도 차 사고라고 설명해 드리면서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한민국처럼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나라에서 굳이 차를 사지 않아도 어디든지 이동이 가능한 것 아니냐고 했죠.
그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보증을 서서 큰돈을 빌리게 했다가 일이 제대로 안 되어 제때에 갚지 못 할 경우에는 돈을 빌려주도록 주선한 분에게도 안 된 일이고 탈북자 본인에게도 갚지 못하는 죄책감 같은 것이 자신감을 약화시킬 수도 있고 빚을 떠안게 되고 결국은 성공적인 정착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이예진: 좋은 뜻으로 도왔다가 원망만 받을 수도 있겠네요.
마순희: 네. 물론 사람을 믿고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너무 깊게 개입하다보면 자신의 관심과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거기에 대한 배신감 혹은 소진 현상이 탈북자 지원사업을 계속하는 자신에게도 결코 이로운 것이 못 된다는 것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이 없이 쉽게 남의 도움으로 사업을 성공한다고 하여도 그것은 그 청년의 정착하는 과정에 도움만 된다고 볼일도 아니겠죠. 모든 일이 그렇게 쉽게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살다가 어려움이 닥칠 때에도 또 누군가에게 도움을 기대하게 되지도 않을까요?
그 청년에게는 일용직으로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일을 반드시 해 보고 싶다면 일용직이 아니라 그 직업을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취업훈련은 어떤 것을 받을 수 있는지, 창업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는지 등도 잘 알아보고 본인이 실제로 바라는 바가 무엇이고 어떻게 돕는 것이 눈앞의 현상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이 땅에 제대로 정착하는데 도움이 될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설명해 드렸습니다.
물론 한 두 번의 상담으로 그 분이 다 알게 되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그 분은 너무 감사하다고 몇 번이고 인사했고 그 문제 이외에도 탈북자들에 대하여 궁금한 문제들을 물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례를 통하여 저도 탈북자들의 정착을 돕는다는 것이 누구를 적선하듯이 단순한 도움만이 아니라는 것을 저 역시도 다시금 마음속에 새기게 되는 계기로 되었습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일, 잘 하는 일을 찾아 할 수 있도록 돕는 탈북자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잖아요. 이 시간에도 많이 해주셨는데요. 다음 이 시간에는 물고기를 그냥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바뀐 2014년 탈북자지원제도에 대해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