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으면 가능한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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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살면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직업도, 배우자도, 나아가 운명까지 결정됩니다. 그래서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을 하죠.

인생에 있어 가장 신중해야 할 결정 중 하나는 바로 결혼입니다.

누군가와 평생을 살기로 약속한 결혼, 하지만 그 선택이 잘못됐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쓰라린 선택,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이혼. 탈북자들은 어떤 이유로 이혼을 선택할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요즘 한국에서는 이혼을 너무 쉽게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하는데요. 통계청에 의하면 2011년 한 해 동안 32만9100쌍이 결혼하고 11만4300쌍이 이혼을 했습니다. 선생님은 남한에 왔을 때 이혼율이 높은 걸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마순희: 사실 북한에서는 일반적으로 이혼은 쉽게 하지 못 하거든요. 물론 정치적으로나 당적으로 이혼이 필요하다고 할 때에는 마음에 없어도 이혼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혼을 신청하더라도 서로 이해하고 함께 살기를 권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제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여자는 한 번 시집가면 그 집 문턱을 베고 죽어야 한다는 것이 미덕이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 너무 쉽게 이혼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예진: 그렇죠. 남한에서야 서로 이혼에 합의하자, 이렇게 정하거나 한쪽에서 이혼을 원하기만 해도 법적인 소송을 거쳐 이혼을 하게 되는데요. 북한에서 이혼을 잘 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절차도 좀 복잡한가요?

마순희: 네. 법적으로는 이혼사유가 있으면 이혼은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실제로 이혼신청서를 작성하고 법원에 서류를 제출해도 몇 년이 걸려도 이혼재판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입당하거나 간부로 등용되는데 배우자의 신분이나 경력 등이 방해가 된다든가 할 때에는 제도적으로 이혼이 가능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폭력이나 성격차이, 그리고 고부갈등이나 장서 갈등 같은 조건으로는 이혼이 이루어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정불화를 겪고 있으면서도 사회적인 편견이나 자식들의 앞날을 생각해서 참고 사는 여성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혼율은 남한보다 훨씬 낮을 수밖에 없지요.

이예진: 그렇군요. 남한 사람들의 이혼 사유를 보면 절반 이상이 성격차이라고 하거든요. 부부간의 문화나 의식, 사고, 습관, 가치관 등의 격차가 심하면 싸움만 하게 되니까 사이가 나빠져서 결국 이혼을 선택한다는 거죠. 그 밖에 갑작스러운 생활고나 고부 갈등, 장서 갈등, 종교, 알코올, 도박, 무관심, 외도 등 이혼재판을 하더라도 모두 충분한 이혼사유가 되는데요. 북한에선 다 참고 살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가요?

마순희: 사람 사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니겠습니까? 참기 힘들 정도의 어려움을 당하면서도 이혼하지 못 하고 참고 산다는 것은 사실 서로에게 혹은 자녀들에게도 다 같은 피해를 준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최근 60대의 한 여성의 상담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여성은 북한에서 오누이를 키우면서 직장 일을 했다고 합니다. 남편은 하루도 술을 마시지 않는 날이 없고 술 마시고 집에 오면 물건을 집어던지고 아내를 때리는 등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이혼하면 자식들이 엄마나 아빠 없는 애들이 될 것 같아서 여자로서의 제 일생은 포기하고 자식들을 위해서 참고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함께 한국에 온 딸이 엄마와 안 좋은 일로 다투다가 충격적인 말을 했다고 합니다. 엄마가 자식들을 위해서 자신의 일생을 희생했다고 말하지만 차라리 그 때 깨끗이 이혼하는 것이 더 나을 뻔했다고 하였답니다. 가정불화가 그치지 않는 가정환경에서 자란 자기들도 피해자라고 했다면서 엄마가 배신감에 눈물을 삼키면서 전화했습니다. 그러니까 고맙게 여길 줄 알았는데 차라리 그럴 줄 알았더라면 젊어서 이혼하고 새 삶을 찾기보다 못했다면서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딸이 야속하다고 했습니다.

이예진: 아이를 위해 참고 산 엄마로서는 참 속상했을 것 같은데요.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니까 나 자신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 행복을 위해 남한에 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탈북 과정에서 만난 사람, 부부가 함께 와서 처음엔 잘 살다가도 부딪치면서 이혼을 선택하는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탈북자들이 이혼하는 이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마순희: 북한에서 부부로 살다가 한국에 와서 이혼하는 경우에는 남성들과 여성들의 정착하는데서, 혹은 문화적인 면에서 정착속도가 서로 다른데서 오는 마찰이 이혼이유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남편에게 당하고만 살던 여성들이 한국에 와서까지 남편이 그대로 살려고 하면 참을 수 없어서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요.

오랫동안 외롭고 어렵게 살던 북한여성들이 한국에 와서 여러 가지 형태로 남한 남성들을 만나게 됩니다. 경제적인 면에서나 또 여러모로 우월한 한국남성들을 만나게 되면 당연히 마음이 끌리게 되지요. 그런데 북한 사람들은 한국 분들처럼 오랫동안 시간을 가지고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 사랑하고 믿음이 가서 결혼까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조급하게 결혼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이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혼을 원하는 탈북자들의 상담 중에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부분은 뭐가 있었나요?

마순희: 혼인 등기를 하지 않고 애까지 낳고 함께 살다가 갈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적인 부부가 아니니까 굳이 서류상 이혼을 안 해도 되지만 그러다보니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위자료는 고사하고 애 양육비조차 받지 못하고 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탈북 여성분도 있었습니다.

이예진: 어떤 사연이 있었나요?

마순희: 네. 30대 중반인 그 여성은 한국에 나온 지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먼 친척의 소개로 한국 남성을 소개받았답니다. 인물이나 체격도 나무랄 데 없고 개인사업도 한다고 하여 사귄지 한 달 만에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생계비가 나오고 의료급여1종으로 치료도 받을 수 있기에 후에 식을 올리기로 하고 혼인등기도 하지 않았답니다. 몇 달 후에 임신이 되어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남편이 하는 부동산 사무실에 함께 나갔다고 합니다. 경기가 안 좋아서 생활이 어렵다고 하여 하나원 나오면서 받은 주택을 반납하고 받은 돈을 생활비로 써 버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계속 함께 살면 상관이 없는데 아기가 태어난 뒤에 싸움이 잦아지면서 견디다 못해 아기를 업고 나와 버렸대요. 서류상 혼인관계도 안 되어 있으니 이혼이랄 것도 없지만 빈손으로 집까지 없이 나와서 무엇을 할 수 잇겠어요. 그제야 어려운 사정을 하소연하며 전화가 온 거죠. 이예진: 아무래도 이런 법률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많겠네요. 그런 분을 법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마순희: 그분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사실혼이 인정되잖아요. 그래서 위자료나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법률상담을 연결해줬고요. 또 시설에서 계속 지낼 수는 없잖아요. 기초 생활 수급신청을 다시 해서 국민임대주택이나 영구임대주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드렸습니다.

이예진: 혼자가 되어도 다시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있네요. 마음을 먹으면 이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탈북여성들은 법적인 보호를 받으려면 혼인신고부터 하셔야겠습니다. 최악의 삶보다는 차선의 선택으로 이혼을 하는 탈북 여성들, 달라진 환경과 달라진 삶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탈북여성 중에는 북한에서 함께 온 남편이나 중국에서 결혼한 조선족 남편과 한국에서 살다 부딪치는 일도 만만치 않다고 하는데요. 그들의 고민은 어떤 것이 있는지 다음 시간에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