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최근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가운데 80%가 여성이고요. 이들 가운데 어머니인 여성은 한국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 북한에 두고 온 자녀를 데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어렵게 한국 땅에서 다시 만난 부모와 자녀 사이에 허물기 어려운 마음의 벽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자녀와 갈등을 겪고 있는 탈북자 어머니를 만나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 네. 최근 한국에 들어오는 탈북자들은 가족 단위로 오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남한 사람이나 생활에서 겪는 이질감이나 갈등도 있지만 가족 안에서 겪는 갈등도 있다고 하는데요. 먼저 사연을 듣고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사례/우리 애 얘기를 하려면 눈물이 나요. 애가 열세 살에 오다보니까 사춘기가 됐어요. 북한에서 공부도 못했는데 중국을 거쳐 오면서 공부를 하나도 못해서 여기에 와서 초등학교 6학년으로 들어갔거든요. 기초가 없으니까 취미가 없는 거예요. 공부를 하기 싫은 거예요.
이: 네. 선생님 사춘기 아이와 부모가 겪는 갈등은 사실 어느 가정에서나 있는 일이죠?
전: 네.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는데요. 저도 그렇고 일반 사람들도 그렇지만 부모와의 갈등을 겪거나 또래 문화를 더 중시하면서 부모와 안 맞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갈등을 겪는 것은 남한이나 북한에서 흔히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이: 그런데 지금 사연을 들어보면 탈북 하는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전: 탈북청소년 같은 경우에 정체성이 생기는 시기에 탈북하면서 정체성 형성에 많은 장애를 보일 수도 있고요. 이동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외상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정체성 혼란과 탈북 하는 과정에서의 정서적 혼란이 합쳐지면서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이: 사춘기 시절에는 또래 친구와의 문제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인데요. 한국에 와서 같은 나이 친구와는 교육적인 면에서나 문화적인 면에서 이질감이 커서 친해지기 어려워서 심리적인 불안감도 조성될 것 같아요.
전: 네. 이 아이들이 심리적인 외상, 탈북 과정에서 힘들었기 때문에 생기는 심리적 외상을 경험하면서 한국에 오게 되는데 이렇게 정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한국 친구와 사귀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문화 적응에 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정서적인 불안감이 더 심해질 것 같은데요. 사실 일반적으로 이사나 전학의 경우에도 심리적으로 힘들고 불안하게 되는 감정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거든요. 제가 아는 한 아이도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이사를 많이 다녔는데 그래서 계속 아이들과 친해질 만하면 이사 가고, 친해질 만하면 이사를 다니다보니까 정서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하거든요. 그런 이사나 전학도 힘든데 탈북 청소년들은 정서적으로 워낙 취약한 상태에서 한국에 오면서 새로운 문화적응이나 친구에 대한 적응이 힘들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심화되는 걸로 생각됩니다.
이: 네. 이사나 학교를 옮기는 전학도 아이들에겐 큰 충격인데, 탈북 청소년들에겐 더 힘든 일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공부에 취미도 안 붙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도 어려워지고 그러면서 부모에게 화를 내는 일도 많을 것 같아요.
전: 네. 아무래도 가장 편한 상대가 부모님이다 보니 밖에서 친구들과 겪은 어려움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어머니에게 화를 내거나 반항하는 경우가 있죠. 워낙 사춘기에 올 수 있는 갈등인데 그걸 부모에게 더 많이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먼저 탈북하고 나서 나중에 탈북한 청소년의 경우에는 부모가 먼저 간 것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상황에서는 부모의 잘못 보다는 아이가 탈북하면서 겪은 심리적 외상이나 정서적 불안정, 남한에 적응하면서 생긴 어려움이 더 큰 문제인데 모든 문제가 다 부모의 탓이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죠. 이런 걸 심리적 용어로 '투사'라고 하는데요. 투사는 나의 잘못을 상대방에게 뒤집어 씌워서 나를 합리화하는 심리적인 방어기제거든요. 내가 지금 힘든 건 남한 적응의 문제에서 오는 불안감, 탈북 과정에서의 불안감인데 그런 것을 모두 부모에게 투사해서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심리적인 증세입니다.
이: 아이들은 자기 기분을 잘 표현하지 못하니까 부모에게 화를 내기 쉬울 것 같은데요. 실제로 이런 사례들을 보셨나요?
전: 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학교생활에서도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컴퓨터 오락, 학교 외부적인 활동에 치중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사실은 탈북 과정이나 남한 적응 과정에서 생기는 심리적 외상 때문에 그럴 수 있는데 어린 시절에 탈북하면서 제대로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했거나 부모가 나에게 잘 해주지 않아 그렇다고 부모 탓을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사연 속의 어머니는 일을 하면서 아이에게 신경을 잘 써주지 못해 더 미안하다고 하는데요.
사례/아휴, 제가 지금도 아직도 그런 게 있는데 만날 나는 열심히 한다고 뛰어다니는데 집에 가면 애는 혼자 있고 애한테는 밥도 못 해먹이고 그러죠.
이: 일하는 어머니라면 남한에서도 그렇고요.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전: 네. 일단 어머니가 어린 시절에 같이 있지 않으면 정서적으로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머니의 손길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해서 그렇고요. 아무래도 일을 하다보면 만나는 시간이 적으니까 대화가 단절되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보면 엄마가 원하는 것을 아이가 모르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엄마가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쌓여 갈등이 생기게 되고 그런 것들이 어느 순간에 터지는데요. 제가 만나 본 몇몇 탈북자 어머니들을 보면 감정표현이 서툰 경우가 많았는데요. 내가 정말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건 많은데 남한 어머니들보다는 살갑거나 다정하지 않고 무뚝뚝하게 표현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물질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열심히 일해서 비싼 걸 사주게 되는데 사실 아이가 원하는 건 좋은 옷이나 장난감이 아닌 경우도 많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엄마는 '내가 이렇게 많이 해줬는데도 아이가 내 맘을 몰라준다'고 상처받게 되고 아이는 엄마에게 원하는 감정적인 부분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힘들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네. 아이들은 어쩌면 어렸을 때 받지 못한 엄마의 따뜻한 손길, 한 번의 포옹이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아이에게 미안해서 비싼 걸 사주기보다 아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먼저 생각해봐야겠네요. 다음 이 시간에 탈북자 부모와 자녀와의 갈등에 대해 계속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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