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이혼 사유가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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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인터넷에는 이용자 누구나 의견을 묻고 답할 수 있는 각종 게시판이 있는데요.

질문에 따라 그 분야 전문가가 직접 답변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이용자들은 해당기관을 찾기 전에 다수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질문을 올리는 거죠.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혼과 관련한 질문을 보면 ‘이런 것도 이혼 사유가 되나요?’라고 묻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 탈북자들은 인터넷보다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으로 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궁금해 하는 이혼에 관한 절차를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탈북자들의 이혼 사례를 좀 살펴봤는데요. 북한에서는 유교적인 사상이나 법적 절차의 어려움 등 때문에 이혼이 쉽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많이 참고 사는 편인 북한의 여성들도 한국에 와서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당장은 많이 힘든 이혼이라는 절차를 밟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지난해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 94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네요. 최근에 발표된 이 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은 19세 이상 성인 중 남성이 2419명, 여성은 7074명으로 여성의 숫자가 훨씬 많았습니다. 이분들의 혼인상태를 보면, 결혼을 했다는 사람이 36.7%, 미혼은 29.1%, 이혼이 11.6%, 동거 10.9%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배우자의 국적은 북한이 46%로 가장 많았고요. 그 다음이 중국 31%, 그리고 남한 21%로 조사됐습니다. 사실 북한에서 결혼한 남편과 함께 남한에 와서 살다가도 북한과 남한의 남편의 역할이나 관습의 차이가 있다 보니 이혼하는 사례도 많지만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만난 조선족 남편과 살다가 생기는 문제들도 많은 것 같더라고요.

마순희: 거의 모든 탈북자들이 북한을 떠나서 체류하는 국가가 중국이잖아요.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몇 개월부터 근 10여년에 이르기까지 중국에서 장기체류하다보니 거의가 중국에서 본의든 본의 아니든 가족을 가지게 됩니다. 중국공안의 계속되는 탈북자검거 소동 때문에 중국에서 살수 없어서 한국에 온 경우에도 중국에서의 가정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겠어요.

더욱이 자녀가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자녀와 신랑, 그리고 가능하게는 그 식구들까지도 한국에 와서 일할 수 있게 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중국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이룬 가족이기에 많은 경우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진 경우가 많은데요.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데리고는 왔는데 남편이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면 좋은데 전혀 적응하지 못 하면 어쩔 수 없이 이혼하게 됩니다.

이예진: 저도 중국에서 조선족 남성과 결혼한 뒤에 아이와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까지 함께 남한에 와서 살고 있는 탈북 여성을 만난 적이 있는데요. 우선 그 가족에겐 한국이 제3국이 되는 거잖아요. 가족 모두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생활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받는 스트레스를 가족에게 풀다보면 다툼이 잦아지고 그런 게 쌓여서 사이가 나빠지는 일도 생기더라고요.

마순희: 사실 저도 중국 농촌에서 살아보았지만 1년 중에 일하는 날이 평균 4월부터 11월 정도이고 그 외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그냥 집에서 쉬거든요. 고스톱, 마작, 카드 등 온갖 노름을 하고 음식을 만들어 놓고 노래방기계를 틀어놓고 춤추고 노래하고, 그렇게 살던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가는 한국의 하루하루의 생활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죠. 그러다보니 짬만 나면 함께 모여서 도박을 하던 음식을 나누던 하면서 놀다보면 조금 벌었던 돈도 다 써 버리고요. 그래서 함께 살 수 없다고 이혼하는 분들이 있어요.

이예진: 그러니까 중국에서 살아온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는 남편 때문에 힘들어하는 탈북 여성들이 이혼에 관한 문의 전화를 한다는 얘기네요.

마순희: 네. 그런 분들이 상담하는 내용을 보면 한국에 남편이 있을 경우에는 합의이혼으로 쉽게 이혼할 수 있지만 그 때에도 일방이 이혼하기 싫다고 동의하지 않으면 별수 없이 재판이혼으로 가는 거지요.

이예진: 사실 이혼을 결심한다는 게 누구나에게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한 때 사랑했던 사람과 인연을 끊는다는 게 참 마음 아픈 일인데요. 하지만 잘못된 선택 때문에 남은 인생을 잘못 살 수는 없죠. 그리고 탈북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70%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탈북 여성들이 이혼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통계적으로는 나와 있지 않지만 여성이 원하는 이혼이 더 많은 것 같더라고요. 어느 한 쪽이 원할 경우에는 재판을 통해 이혼을 하기도 하잖아요.

마순희: 네. 협의이혼이라 할 때에는 이혼사유를 묻지 않고 서로 이혼하겠다고 합의가 되면 쉽게 가정법원에 가서 이혼할 수 있는 제도죠. 물론 미성년자 자녀가 있을 경우에는 심사숙고할 수 있는 숙려기간을 3개월까지 두기는 하지만 그 동안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면 이혼이 되는 것입니다.

또 재판이혼이라 함은 한 일방이 재판에 응하지 않을 때 재판으로 이혼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합당한 이혼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가정폭력이나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배우자나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등입니다. 참 부부가 별거를 계속해도 이혼 사유가 된다는군요. 저는 부부가 동거의무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위반해도 이혼이 성립된다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남한에서 이혼 사유라는 게 부부로 살면서 어느 한 쪽이 책임과 의무를 다 하지 않아 다른 한 편이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할 수 있다는 얘기죠.

마순희: 가정폭력의 범위도 광범위한데요. 단순히 신체적 학대만 포함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든가 상대방을 무시하는 정신적 학대, 욕설이나 비방을 하는 언어적 학대, 피임을 하지 않거나 성교를 강요하는 성적학대, 의처증이나 의부증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학대, 생활비를 주지 않는 등의 사회적 학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남한의 이혼사유를 보다가 저희가 북한에서는 물론 한국에 와서도 전혀 이혼사유가 된다고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라서 저도 좀 의외이기는 했습니다. 결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지낼 때에는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사소한 말다툼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영위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예진: 맞습니다.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이혼한 남녀 6백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자신의 이혼 원인은 누구의 탓인가?’이라는 질문에 남성은 46%가량이, 여성은 40%정도가 두 사람 모두의 탓이라고 답했습니다. 상대방의 작은 잘못도 이혼 사유가 되기는 하지만 결국 행복한 결혼을 유지하는 책임은 자신에게도 있다는 것이겠죠.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