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탈북자가 신용불량자가 된 이유

강남구 역삼동 신용회복지원센터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금융소외자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 신용회복지원센터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금융소외자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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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꼼꼼한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물건을 살 때 가격비교를 꼭 해보고 선택합니다. 같은 물건도 파는 곳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떤 물건이 좋은지 모를 땐 가격뿐 아니라 상품에 대한 비교분석까지 하는 게 보통인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이민을 고민하던 한 탈북자의 선택, 뭐가 문제였는지 살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탈북자들의 상담전화 가운데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생활 전반에 걸친 법률상담인 것 같은데요. 최근에는 어떤 문의전화가 있었나요?

마순희: 여러 가지 전화상담 사례들 가운데 법률상담비율도 적지 않습니다. 저도 요즘 법률상담을 필요로 하는 상담전화들을 몇 건 받았는데요. 사실 저희가 전문 법조인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적인 도움보다는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상담해드리고 또 대한법률구조공단이나 남북하나재단의 무료상담, 또 기타 여러 기관들에서 실시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법률상담을 연계해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인 경우에 법의 규범이나 실효성 등에 대한 인식정도가 매우 미약하다는 것은 다들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북한에서부터 우리가 알고 있기로 법이란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국가차원의 도구”정도로 이해하고 있거든요. 단적인 실례로 2010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탈북자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 법 중에서 아는 것이 있으면 법 명칭과 그 주요내용을 아는 대로 말씀해주십시오” 라는 질문에 응답자 대부분이 답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한 조사 자료에 의하면 실제 남한주민들의 범죄율에 비해 북한이탈주민의 범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나와 있거든요. 그 사실을 접하면서 북한 생활시 출신성분에 따른 권력이나 물리적인 힘 등이 법보다 우선시되어 있었고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법망을 피하면서 살아 온 심리적인 면도 어느 정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은 한국사회와 법제도에 익숙하지 않아 본의 아니게 법을 위반하기도 하고 때로는 피해를 당하기도 하는 등 사회정착과정에서 부딪히는 많은 법적 문제들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예진: 잘 몰라서 혹은 북한에서처럼 적당히 법망을 피하려고 하다가 위반하거나 피해를 보는 탈북자들이 많다는 얘기군요.

마순희: 네. 며칠 전에는 평소에 이름이나 사는 곳 정도를 알고 지내는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었습니다. 그 친구는 남의 명의의 휴대폰을 쓰고 있기에 전화를 해주면 안 되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무슨 사정이 있겠다싶어서 전화를 끊고 다시 제가 전화해주었습니다. 왜 전화를 마음대로 쓸 수 없는지, 본인명의로 휴대폰을 구입하지 않고 남의 명의의 휴대폰을 쓰는지 그 이유도 궁금하여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자신은 신용불량자가 되어 휴대폰을 개통할 수 없어서 다른 사람의 명의로 가장 저렴한 휴대폰을 쓰고 있는데 그래도 통신비가 걱정되어 마음대로 전화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연락한 이유는 법률상담을 받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전화했다고 합니다.

이예진: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렸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해 물건을 사고 다음 달 이용대금 등을 제때 내지 못해서 각종 금융거래를 할 때 제재를 받게 되는 사람을 신용불량자라고 하잖아요. 그렇게 된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요?

마순희: 네. 그의 말에 의하면 몇 년 전에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어 노후에도 근심 걱정 없이 잘 살 수 있다고 하는 브로커의 말만 믿고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가며 네덜란드로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북한에서는 한 나라 안에서도 여행증이나 통행증이 없으면 마음대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가 없거든요.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권을 소지하고 있으면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보니 비행기로 세계 어느 나라도 여건만 되면 언제든지 가능하거든요.

이예진: 그렇죠. 국외용 신분증인 여권만 발급받으면 누구나 해외여행을 갈 수 있죠. 여권은 신청만 하면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고요. 그런데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분들을 보면 아무래도 말도 잘 안 통하고, 낯설고 해서 해외에 나가는 걸 좀 편치 않아 하는 편이잖아요.

마순희: 네. 그래서 어떻게 가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습니다. 브로커의 알선으로 독일까지는 비행기로 가고 거기서 마중 나온 브로커에게 짐을 맡기고 기차로 해당국가에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브로커의 말과는 달리 호락호락하게 자국의 영주권을 주는 게 아니더라는 군요.

이예진: 북한에서 탈북자 신분으로 해외에 입국하는 경우 망명자로 영주권을 주기는 하는데,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가 가는 탈북자들이 있어 더 엄격해졌다고 하더라고요.

마순희: 맞습니다. 그래도 그분은 혹시나 해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1년 정도 버티다가 결국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동안 짐 속에 있던 휴대폰은 브로커가 사용하고 있었고 국제요금이 나오잖아요. 사용요금은 고스란히 그 친구의 빚이 되었다는 겁니다. 휴대폰 요금도 제때에 지급하지 않다보니 연체이자까지 붙어서 지금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액수가 불어났답니다. 그 친구처럼 브로커의 거짓말에 속아서 유럽으로 간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는데 모두들 브로커를 잡겠다고 난리가 났었다고 하네요. 급하게 된 브로커는 사람들을 피해 다른 나라로 가버려서 해결 받을 방법도 없다고 합니다.

그 뿐이 아니랍니다. 출국하기 전에 건강보조식품을 샀었는데 할부로 내던 요금을 마저 내지 못하고 떠났었습니다. 그 대금 역시 연체이자까지 붙어서 본전보다 엄청나게 불어있었답니다. 결국 지금 몇 백 만원, 몇 천 달러의 채무가 있다 보니 신용불량자가 되었던 거죠. 은행거래는 물론 일체 신용거래를 할 수 없게 되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법률상담을 받아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남북하나재단에서 실시하는 무료 법률상담 프로그램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주었고 예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이고 자유의 땅이어서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지만 그 선택에 대한 책임 역시 본인이 져야 한다는 것과 그 어디에 가더라도 자신에 대한 주변정리는 깔끔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잘 말해주었습니다. 그 친구도 이번 일을 통해서 자신의 사소한 위법행위가 얼마나 큰 후과를 가져 왔는지 깨닫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그렇군요. 이분의 법률상담 해결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들어보기 전에 먼저 탈북자들의 이민 경향부터 살펴보죠. 예전에도 한 번 탈북자들의 이민 관련 사례들을 살펴봤는데요. 최근에도 탈북자들의 해외이민 사례가 많이 있나요?

마순희: 몇 년 전에는 많았지만 최근에는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사례는 접하지 못했는데요. 주변을 봐도 나가는 사람보다 들어오는 사람들이 더 많더라고요. 2012년 조사한 자료가 있더라고요. 2012년 7월 말 현재 이민 목적으로 제3국으로 출국한 북한이탈주민이 42명인 것으로 파악됐고요. 또 제3국에서 난민 자격으로 체류 중인 북한이탈주민도 2011년 말 현재 1052명에 달했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저의 주변에서도 많은 분들이 해외로 떠났습니다. 노르웨이, 네덜란드, 영국, 독일, 캐나다 미국 등등 안 가는 나라가 없더라고요. 사실 북한처럼 폐쇄된 나라에서 살아오던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세계 190여개의 나라들에 대하여 자세한 정보를 잘 알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저와 컴퓨터학원을 함께 다니던 지인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는데 후에 알아보니 노르웨이에 갔다고 하여 제가 깜짝 놀랐었습니다.

당시 컴퓨터 수업을 받던 어느 날 쉬는 시간인데 그 분이 열심히 컴퓨터로 자료를 검색하고 있었습니다. 지나치다가 컴퓨터를 들여다보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를 검색하고 있더라고요. 저도 그 때 처음 노르웨이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1위라는 걸 알았거든요. 그리고 스위스, 뉴질랜드, 덴마크, 캐나다 등등 순위가 되던데 우리 탈북자들이 가있는 곳이 거의 그런 나라들이더라고요.

이예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들에 간 탈북자들, 어떤 생활을 하는지는 다음 이 시간에 전해드리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