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심리상담] 부모의 우울함, 고스란히 자녀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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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어른은 어린이의 거울이란 말을 합니다. 어린이들이 부모나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인데요. 행동 뿐 아니라 부모의 감정까지 따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 부모의 우울함, 그 우울함을 고스란히 느끼는 탈북청소년을 만나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시간에 이어서 탈북자 가정의 부모와 아이들, 특히 어머니와 자녀와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눠볼 텐데요. 엄마에게 무조건 화를 내서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은 탈북 가정의 아이들이 꽤 있다고 합니다. 일단 화부터 내는 아이들이 있다는데 왜 그럴까요?

전진용: 이런 아이들 같은 경우에 일부는 어린 시절에 엄마가 남한에 먼저 가서 혼자 보낸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엄마에게 갖는 섭섭한 감정을 화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예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사연의 주인공이 있습니다. 사연 한 번 들어보시죠.

사례/물론 어머니가 잘 해주시죠. 잘 해주셔서 여기 남한까지 왔고, 하지만 행복한 집에서 성장했으면 부모님에 대한 그런 생각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제가 너무 고생했거든요. 한 달 동안 꽃제비 생활도 했어요. 그 때부터 얼음물에 발을 담그면서 나무를 하고 어렸을 때 너무 힘들었던 게 이상하게 엄마에 대한 원한으로 남더라고요.

이예진: 어린 시절의 상처가 참 큰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전진용: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시기에 사랑을 못 받아서 힘든 어린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자라서도 상처로 남는 경우가 있고요. 남한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에게 알게 모르게 화를 내는 경우가 있고요. 이성적으로는 이런 상황을 이해를 하면서도 표현은 안 되는 거죠. 이 아이들이 상처를 받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어머니에게 계속 화만 내는 건 맞는 상황은 아니죠. 현재 상황에서 내가 적응을 못하고 탈북과정에서의 힘든 점들을 모두 엄마 탓이라고 하는 심리적인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이예진: 아이도 힘들고 어머니도 그런 아이 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어머니나 아이나 점점 마음의 병이 커지지 않을까요?

전진용: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거든요. 엄마는 우울한 상태이지만 열심히 일해서 잘 해주려고 했는데 아이는 계속 적응을 못해 속상하고, 아이는 엄마로부터 받을 수 있는 정서적인 돌봄을 못 받았기 때문에 불만이 쌓이고, 그러다보니까 엄마도 아이도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고요.
아이가 그렇게 적응을 못하게 되면 엄마에게 영향을 미치고 엄마에겐 그것이 정서적인 압박이 되면서 더 우울해지는 거죠. 그래서 엄마가 결국 우울해지면서 아이를 돌보지 못하고 아이는 엄마를 보면서 다시 우울해지고 그러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생깁니다. 옆에서 보기에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그래서 사연 속 어머니는 술을 마시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례/전에는 술을 마셨어요. 애 때문에 힘들고 하면 그냥 술 마시고 잊어버리자고 생각했죠.

이예진: 이런 경우들도 실제로 많이 있나요?

전진용: 지난번에 투사라는 심리적 용어를 말씀드렸는데요. 내가 힘든 부분을 상대방에게 뒤집어씌워서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것인데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피하고 싶은 거죠. 이 어머니는 술이라는 것으로 도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우울감이 있는데 해결하기 어려우니까 술을 마시려고 하는데요. 술은 일시적으로 잊게 하는 것 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근본적인 문제는 계속 남게 되죠.
엄마의 술 문제가 엄마의 짜증이나 폭력적인 부분으로 바뀔 수도 있고요. 그런 것들이 아이와의 정서적인 교감을 방해해서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머니의 술 문제는 어머니의 우울감, 더 나아가서는 어머니가 남한에 오기까지의 심리적 외상과 관련이 있는데요. 그런 것들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술을 선택하고 그러면서 아이와의 갈등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예진: 어머니 역시 힘든 과정을 겪었으니까요. 이럴 땐 대화로 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선생님이 만나본 어머니들의 현실은 어떻던가요?

전진용: 탈북자들이 남한에 오게 되면 내가 빨리 적응하려면 일을 잘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일에 신경을 쓰다 보니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이 부족하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서로 원하는 것을 파악하지 못해서 아까 말씀드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죠. 아이의 경우 일탈하거나 컴퓨터에 빠지는 것들이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심리거든요. 어렸을 때 혼자 북한에서 자랐던 아이는 보상 같은 것을 바라는 심리도 있는데 어머니는 그런 것을 몰라주게 되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어머니는 계속 아이의 측면에서 생각을 못하게 되고, 감정표현에 서툴다보니까 물질적인 것에 치중하고, 그러면서 그 상황을 도피하기 위해 술에 빠지면서 대화가 멀어지고, 서로 원하는 것을 모르게 되면서 겉도는 사이가 되는 일이 많거든요. 그래서 서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조금 더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예진: 선생님이 그런 가정에 가서 좀 중재해주셨으면 좋겠네요. 다행히 오늘 사연 속 어머니는 지인들에게 상담도 하고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문제를 풀어가고 있었는데요.

사례/나를 좀 멘토해달라고, 애가 어떻게 하면 잘 되겠냐고 부탁도 했죠. 다른 분들은 자기 애 자랑을 하고 그러잖아요. 저는 지금은 애가 건강하기만 해도 감사해요. 공부 못하면 어때요. 다른 재능이 있겠죠. 애가 공부는 잘 못 합니다. 못 해도 애한테 너무 미안하고 제가 매일 늦거든요.

이예진: 이 어머니의 마음가짐은 모든 부모에게 필요할 것 같아요.

전진용: 네. 일단 한국 어머니들이 남북을 떠나서 아이에게 욕심도 많고 대리만족의 도구로 생각하기도 하거든요. '나는 고생하더라도 너는 잘 자라야한다'는 게 남한 어머니들의 심정인데 북한 어머니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나는 남한에 와서 고생하지만 너는 잘 자랐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런 것들이 잘 전달되면 모르겠는데 어떻게 보면 대화가 단절되거나 겉돌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사례에서처럼 멘토를 통해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아이에게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은지 생각해봤으면 좋겠고요. 결국은 대화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서로 알아야 하니까요. 대화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아이도 어머니도 탈북과정이나 남한적응에서 문제가 있어서 생활에서 여유가 없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니까요. 대화를 많이 갖다보면 좀 더 빨리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예진: 오늘 이 방송을 들으셨다면 바로 아이와의 대화, 눈높이에 맞는 대화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